"어라? 견본주택이 현장이랑 너무 머네."
최근 서울 지역 분양에 관심을 기울였던 수요자라면 이런 생각을 한 번쯤 했을 법합니다.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현장 주변에 임시 건물로 짓는 별도 견본주택(모델하우스)을 만드는 대신 본사의 '브랜드 갤러리' 같은 홍보관을 적극 활용하고 있어서죠.
비용 절감 효과도 분명 있지만 단순히 그것만을 위해서는 아니라고 합니다. 최근 청약시장의 변화도 반영한 거라고 하네요. 수요의 범위가 넓어졌고, 상품보다는 입지나 브랜드를 보고 청약통장을 꺼낼지 말지 고민하는 수요자에 맞추기 위해 달라진 경향이라는 게 업계 설명입니다.
단지는 서쪽 끝, 견본주택은 동쪽 끝
23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 흑석11구역을 재개발한 '써밋 더힐'은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대우건설의 브랜드 홍보관 '써밋 갤러리'에 내달 중 견본주택을 엽니다. 이달 초 분양을 진행했던 동작구 노량진동 노량진6구역 재개발 단지인 '라클라체자이드파인'은 컨소시엄 주관사인 GS건설이 대치동에 운영하는 '자이갤러리'에 견본주택을 마련했죠.
지난달 청약 받은 영등포구 문래동5가 문래진주아파트 재건축 '더샵 프리엘라' 견본주택 또한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의 '더샵 갤러리'에 들어서 있습니다. 수서역 인근인 강남구 자곡동에 있는 이 건설사 브랜드 홍보관이죠.
강서구 방화6구역 재건축 '래미안 엘라비네' 시공사인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송파구 문정동 '래미안갤러리'에 지난달 견본주택을 개관한 바 있습니다. 현장은 서울 서쪽 끝 지역인데 견본주택은 서울의 동쪽 끝에 가깝죠.
이렇게 사업지 근처 견본주택이 귀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에서요. 시공사들은 자사 주택 브랜드 홍보를 목적으로 마련된 갤러리를 활용하거나 아예 사이버 견본주택으로 전환하는 분위깁니다. 이 때문에 가장 밀접한 수요자인 사업지 인근 주민들은 불만도 적잖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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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때문만은 아닌데요"
갤러리를 견본주택 용도로 쓰는 건 사실 어색하거나 특이한 풍경은 아닙니다. 건설사들은 브랜드 갤러리를 건립하며 활용 방안 중 하나로 견본주택도 염두에 뒀다고 합니다. 사실상 '상설 견본주택' 개념인데요. 과거 강남권 재건축 수주와 분양이 활발하던 시기 장기적 사용을 위해 만든 게 이런 상설 홍보관입니다.
대형 A 건설사 관계자는 "원래 갤러리의 용도 중 하나가 견본주택"이라며 "단순히 수주나 분양을 앞두고 단지 옆에 임시로 모델하우스를 두는 것이 아니라 상시적으로 문화행사나, 신입사원 면접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기 위해 갤러리를 세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강남권 등 주요 지역에서는 견본주택 건물을 따로 마련할 부지가 마땅치 않다는 측면도 있습니다. 또 갤러리 내부는 견본주택 활용을 염두에 두고 계획된 공간인 만큼 유니트 및 모형 등 조성이 용이하게 설계돼 있죠.
비용 절감 효과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 수주를 위해 기존 상가 건물 같은 데 홍보관을 마련하는 비용이 10억~20억원, 사업지 인근 부지에 마련된 가건물을 활용해 건립하는 비용이 30억~60억원가량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입니다. 부지나 상가를 임차하는 비용을 빼고도 말이죠.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견본주택을 새로 지으려면 유니트는 물론 브랜드 이미지와 특성에 맞춰 하나부터 열까지 인테리어를 새로 해야 해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반면 갤러리는 브랜드 이미지에 맞게끔 구성된 상황에서 유니트만 넣으면 되기 때문에 효과 대비 비용 측면에서 굉장히 경제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홍보관 운영 방식에 따라 절감 효과는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분석입니다. B 건설사 관계자는 "브랜드 갤러리 부지와 건물을 빌려 임대료를 지급하며 운영하는 곳도 있다"며 "갤러리가 주로 강남권에 위치해 임대료가 적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귀띔합니다.
실제 상품보다 브랜드 본다?
최근 분양시장 흐름 자체가 실물 견본주택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것보다는 입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청약 여부를 결정한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상대적으로 과거에 비해 견본주택 중요성과 활용도가 떨어진 면도 있다네요.
A 건설사 관계자는 "예전처럼 견본주택 관람객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청약 경쟁률이 높게 나오는 시장은 아닌 것 같다"며 "상품보다는 입지를 따져 청약 접수를 결정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견본주택 필요성이 옛날보다는 덜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업지와 견본주택 현장 간 거리가 있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단점도 크게 부각되지는 않는다는 게 업계 평가랍니다. B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거리가 떨어져 있다 보니 관람객 수가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거리로 인한 불편 등 민원은 많지 않았고 오히려 강남권 역 근처 입지여서 접근성이 더 좋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합니다.
다만 이는 서울 및 수도권 등 수요가 몰리는 일부 지역에만 적용되는 특성이긴 하죠. C사 관계자는 "지방의 경우 여전히 실물 견본주택을 눈으로 직접 보고 분양받으려는 수요자들이 많다"며 "실거주용으로 생각하는 관람객들의 비율이 높아서"라고 말했습니다.
올해만 약 80조원에 달하는 정비사업지들이 시공사 선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견본주택을 포함한 홍보관 활용도는 더 커지고 있습니다. 건설사들은 자사 주택 브랜드를 알리는 데 더 많이 힘을 주고 있죠.
DL이앤씨가 지난달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문을 연 하이엔드(고급) 브랜드 '아크로(ACRO)' 홍보 공간인 '아크로 라운지 압구정', 계절별로 테마형 전시를 여는 삼성물산 래미안갤러리 등이 그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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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는 브랜드가 중요한 시대"라며 "수요자들도 브랜드를 보고 청약 여부를 판단하는 등 경쟁률에 있어 변수가 되고 있기 때문에 갤러리 같은 홍보관 활용도를 높여 '여기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다채롭게 꾸미는 데 힘쓰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