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은 엄청난 부를 만들어낼 것이다. 그러나 그 돈이 수도권 부동산으로 몰리기 시작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산업에서는 승리했지만 사회에서는 실패하는 역설이 생길 수도 있다. 자산 가격은 치솟고, 양극화는 심해지고, 청년들의 삶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달 28일 자신 소셜미디어(SNS) 페이스북에서 "정책은 돈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돈이 어디로 흐를지를 설계하는 일"이라며 이같이 썼다.
청와대는 작년 6월 김 실장을 임명할 당시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 실현과 민생 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 집행의 적임자"라고 설명한 바 있다. 요즘 그가 SNS에 쓰는 글은 곧장 정책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점점 더 주목받고 있다. 청와대 정책실장은 주요 국정과제를 기획하고 경제·사회·일자리 정책을 총괄하는 등 국가 정책 전반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한다.
지난달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지난달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선보인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도 그랬다. 김 실장이 하루 전 페이스북에서 언급한 "국내에 남는 자금은 수도권 아파트가 아니라 새로운 산업과 새로운 도시를 만드는 데 쓰이도록 설계해야 한다", "수도권 밖 대규모 반도체 팹 클러스터는 매우 강력한 국가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이 다음날 공식 발표 내용의 힌트였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보고회에서 기업이 원하는 지방 곳곳에 '기업형 첨단도시'를 만들 계획을 밝혔다. 반도체 공장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AIDC) 30분 거리에 문화·교육·의료 등 정주여건을 갖춘 도시를 만들어 기업의 경쟁력 확충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이재명 정부의 '5극3특' 국가균형발전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이런 기업형 첨단도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장, AIDC 인근에 건설될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구체적 입지는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모든 공장 인근에 짓지는 못하고, 대규모 반도체 공장과 AIDC가 들어서는 주요지역 인근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번에 메모리 팹을 각각 2기씩, 총 4기를 서남권에 건설하는 것을 골자로 한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관련기사:이재명 "용인과 동시 추진"…삼성·SK, 서남권 팹 4기 짓는다(6월30일)

그러면서 정부는 지난달 30일 부동산 규제 지역을 추가했다. 국토교통부가 경기 화성시 동탄구와 용인시 기흥구, 구리시를 내달 1일부터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 내달 5일부터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추가 지정한 것이다.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은 전체 주택, 토허구역은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김용범 실장은 동탄과 기흥과 같은 '반도체 벨트' 집값도 언급한 바 있다. 지난 20일 그는 페이스북에서 "상반기는 반도체 벨트가 들썩이는 정도이지만 하반기가 되면 분위기는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며 "상반기 실적이 확정되고 성과급 규모가 가시화되면 부동산 매수 심리도 꿈틀거리기 시작할 수 있다. 한국 경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경향을 반복해 왔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반도체 산업의 역대급 호황으로 풍부해진 유동성이 주택 구입으로 흐르는 것 자체는 막을 수 없지만, 집값에 대한 불안심리 조성은 막겠다는 방침이다.
이유리 국토부 주택정책과장은 "반도체 성과급 등 본인들의 자산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행위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반도체 벨트 인근의 부동산 가격 상승이 불안해 대출을 얻어 진입하려는 수요가 몰리는 것을 규제로 차단하면 시장 불안을 잠재우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규제지역 인근 집값이 오르는 '풍선효과'는 낮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면 추가 지정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 과장은 "작년 10·15대책 때는 서울 전역과 인근 지역까지 집값 상승세가 많이 확산되는 상황인 까닭에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 등 ) 비교적 광범위하게 지정했으나, 지금은 광범위하게 퍼질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계속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추가 지정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부동산 세제 개편으로 향하고 있다. 역시 김용범 실장이 예고한 바 있어서다. 그는 지난달 20일 페이스북에서 "부동산 과세를 정상화해야 한다. 보유세와 양도세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필요하고 옳은 방향"이라며 "세금을 내고도 남는 장사라는 확신이 생기면 어지간한 규제로는 역부족일 수 있다"며 강한 규제를 예고했다. ▷관련기사:"반도체 머니, 부동산행 우려"…증세 '논란' 불붙는다(6월22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