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양도소득세와 보유세 같은 '부동산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를 연일 내고 있다. 반도체 기업의 대규모 성과급과 주식시장 호황으로 시장에 늘어날 유동성이 결국 부동산 시장으로 향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관련기사:삼전닉스가 '금탄' 만든 동탄…강남 재건축도 '들썩'(6월20일)
[이재명 머니무브]①'부동산→코스피' 일방통행?(2월14일)
이에 오세훈 서울시장은 "세금으로만 집값을 잡겠다는 실패한 길을 기어이 가려고 한다"고 비판하며 날을 세웠다.
김용범 "어지간한 규제로는 역부족"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20일 자신 소셜미디어(SNS) 페이스북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폭증 △코스피 9000포인트 돌파 △경상수지 흑자로 사상 최대 규모의 달러 유입 △법인세 수입 급증에 따른 재정 여유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의 조기 달성 등 경제 관련 지표가 일제히 좋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으나, 부작용도 있다고 언급했다.
김 실장은 그러면서 "과거를 돌아보면 이런 돈은 결국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경향을 반복해 왔다"며 "부동산 과세를 정상화해야 한다. 보유세와 양도세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필요하고 옳은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점진적이거나 되돌릴 수 있는 수준의 증세 조치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게 김 실장의 판단이다. 이와 관련 그는 "이번에는 빚을 내는 사람들이 아니라 현금을 가진 사람들이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며 "세금을 내고도 남는 장사라는 확신이 생기면 어지간한 규제로는 역부족일 수 있다"고 했다.
김 실장은 "반도체가 벌어온 국부가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흡수되고 성장의 과실이 소수에게만 집중된다면 이번 호황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 "재정 여력과 기업 이익을 청년과 취약계층, 미래 산업으로 연결할 수 있다면, 이번 호황은 한국 경제가 오랫동안 벗어나지 못했던 저성장의 터널을 빠져나오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임광현 국세청장 "임대사업자 혜택 과도"
임광현 국세청장도 지난 21일 자신의 X(옛 트위터)에 '매입 등록 임대 아파트에 대한 생각'이란 제목의 글에서 '이와 관련한 세제감면 혜택이 과도하다는 목소리에 설득력이 있다'고 썼다. 김용범 실장이 언급한 부동산세 강화 방향성에 목소리를 보탠 것이다.
매입 등록임대 제도는 다주택자가 주택을 임대로 등록하면 양도할 때 중과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의 세제 혜택을 주는 제도다. 부동산 투기 등에 악용되고 매물잠김 현상이 심해지게 하는 원인이 된다는 이유로 현재는 신규 등록을 할 수 없다.
임 청장은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그간 서울 지역에서 말소된 개인 등록임대 아파트가 2만7000여가구"라며 "이 중 국세청에 양도세가 신고돼 이미 처분된 것으로 추정되는 2000여 가구를 제외하면 2만5000여가구는 아직 보유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사실 팔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다주택 양도세 중과도 영구적으로 적용되지 않고,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도 더 유리하게 적용받는 파격적 혜택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앞으로 2028년까지 자동말소될 서울의 등록임대 아파트도 약 4만3000가구"라며 "제도 개선이 없다면 이들도 유사한 매물잠김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임 청장은 "현재의 혜택이 과도한 측면이 있으니 임대기간 동안의 세제 감면과 종료 후 일정기간의 혜택으로 충분하다는 현장의 목소리들도 설득력이 있다"며 "임대시장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겠지만, 등록임대 다주택자들에게 엑시트(차익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이미 말소된 물량과 앞으로 말소 예정인 물량을 합친 6만8000여가구의 서울 아파트가 시장에 나와 공급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했다.
이런 아파트 임대 사업자에 대한 혜택 축소와 관련한 정부 측 언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도 경제·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조정대상지역의 매입 임대 아파트 사업자에게 영구히 주어지던 양도세 중과배제 혜택이 조세형평 측면에서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어 여러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기사:민간임대아파트 양도세 중과도 '가닥'(5월8일)
오세훈 서울시장 "잘못 짚었다…강력한 공급 필요"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이처럼 부동산세 강화를 일제히 언급하자 야당 측 대표주자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재차 반발하고 나섰다. 오 시장은 이달 초 열린 지방선거 전후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연일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관련기사:전·월세 불안 '李·吳공방' 점입가경…해법은?(6월15일) ▷관련기사:李 "전세부족, 정상화 과정" vs 吳 "잘못된 정책 결과"(6월10일)
오세훈 시장은 22일 자신 페이스북에서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정부가 결국 보유세와 양도세 강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며 "대통령께서 부동산 증세를 '최후의 수단'이라 하셨지만, 집권 1년 만에 서둘러 꺼냈다"며 "공급은 막아둔 채 세금으로만 집값을 잡겠다는 실패한 길을 기어이 다시 가려 하고 있다"고 했다.
오 시장은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반도체 호황에 따른 유동성이 부동산으로 흘러드는 것을 막기 위해 세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원인을 잘못 짚어도 단단히 잘못 짚었다"며 "부동산으로 자금이 몰리는 것은 세금이 낮아서가 아니라 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 주거 수요 집중, 그리고 미래 가치에 대한 기대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세금 폭탄이 아니라, 수요를 충족할 강력한 공급과 재건축·재개발 정상화로 응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국세청장의 언급에 대해서도 "시장 상황을 몰라서 나오는 오판"이라며 "이는 신규 공급이 아니라 기존 주택의 소유자만 바뀌는 것에 불과해 주택 재고는 늘지 않는다. 오히려 임대주택이 실거주로 바뀌면 전세 매물만 시장에서 사라질 뿐"이라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이미 서울 전세 매물은 지난해 대비 30% 이상 감소했다"며 "여기에 세 부담까지 더해지면 집주인들은 매물을 잠그고 임대료를 세입자에게 전가해, 청년과 서민들의 가처분소득만 갉아먹는 월세 대란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본격적인 세제 개편 논의에 앞서 대통령께서 서울시의 의견을 반드시 들어주시기를 요청드린다"며 "서울시가 축적한 정확한 현장 데이터와 전세 공급 감소 실태를 토대로, 이번 세제 개편이 가져올 파급효과를 상세히 설명해 드리겠다"고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