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들이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기간에 많이 팔면서 전세 물량이 줄어든 것이고, 오르긴 했으나 전세 가격 '폭등'이 오진 않았습니다. 잘했다는 얘기는 아니고, 이것도 정상화 과정입니다."
(이재명 대통령, 6월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
"현장의 고통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괴리된 시각입니다. 전세가 소멸하고 있는 현상은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이 초래한 뼈아픈 결과이자, 서민 주거 안정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는 정책참사의 장면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 6월8일 페이스북)
전셋값 상승·물량 부족 '인식차'
이재명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가 부동산 정책을 두고 정면충돌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청와대에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추진한 집값 안정화 정책은 선방한 것이고 전셋값 상승과 물량 부족은 정상화 과정'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자, 6·3 지방선거에서 재선한 오 시장이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에서 이를 반박하면서다. ▷관련기사:이재명 "구두개입 안 했으면 부동산 폭등했을 것"(6월8일)
앞서 이 대통령은 이번 기자회견에서 "다주택자들이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기간에 많이 팔면서 전세 물량이 줄어든 것이고, 오르긴 했으나 전세 가격 '폭등'이 오진 않았다"며 "잘했다는 얘기는 아니고, 이것도 정상화 과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오 시장은 "대통령의 인식에는 가장 중요한 '공급'이 통째로 빠져있다"며 "전세 시장은 단순히 수요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지금 서울의 전세난은 수요의 변화 때문이 아니라, 정부의 거친 규제로 인해 공급 감소가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 전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로 인한 실거주 의무 강화, 과도한 대출 규제로 인한 임대사업의 위축, 다주택자에 대한 지속적인 압박은 시장을 정상화한 것이 아니다"라며 "전세를 공급하던 시장 참여자를 빠르게 시장 밖으로 밀어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가 전세 공급줄을 끊어놓으니, 남은 무주택자는 터무니없이 적은 물량을 놓고 피눈물 나는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며 "당장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라진 전세 매물과 급등한 가격에 쩔쩔매고 있는 서울의 무주택 세대 앞에서,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전환되었다고 편하게 말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오 시장은 '전세의 월세화' 문제도 지적했다. 임대 가격이 상승하는 과정에서 높은 보증금에 월세까지 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또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3억원을 돌파하고 있으나 주택담보대출 규제 6억원 제한 탓에 현금 7억원이 있어야 집을 살 수 있는 구조도 문제라고 짚었다. ▷관련기사:수도권 주담대 6억 제한…서울 아파트 '영끌' 못한다(2025년6월27일)
다만 오 시장은 이 대통령과 대화를 통해 부동산 문제를 논의하고 싶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한시라도 빨리 대통령을 만나 뵙고, 지금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왜곡과 잘못된 판단에 대해 정확한 현실을 말씀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간절해진다"고 했다.
주택 공급계획, 갈등 커질까
문제는 이 대통령과 오 시장의 상황 인식이 이처럼 충돌하고 있다는 점에서, 올해 초부터 주택공급과 관련해 양측이 부딪힌 지점들이 재차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다.
이재명 정부가 공공 주도로 서울·수도권에 대규모 임대주택을 빠르게 공급해 주거문제 해결을 추진하려는 부동산 정책에 오 시장이 어깃장을 놓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국토교통부가 지난 1월29일 공급대책(1·29 대책)에서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1만가구를 포함해 수도권에 총 6만가구(기존 계획 제외시 5만2000가구) 규모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하자, 서울시는 용산의 주택 물량을 두고 반발했었다.
오 시장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 때 내놓은 공약에서도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원안 사수'를 명확히 한 바 있다. 국토부가 1·29 대책에서 밝힌 주요 사업지 '태릉골프장' 개발과 관련해서도 오 시장은 "주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추진"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런 갈등 양상은 서울시뿐만 아니다. 국토부가 1·29 대책 당시 경마장·국군방첩사령부 등을 이전해 98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하자 국민의힘 소속 신계용 과천시장이 나서 반발했고, 이 시장은 이번에 재선에 성공했다.
또한 신계용 시장은 당선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과천의 안정과 발전을 저해하고, 공동체를 해치는 경마공원 이전과 신천지 건물 용도 변경, 데이터 센터를 비롯한 교육구조 문제 등 과천 발전을 저해하는 모든 요소를 찾아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배경 탓에 국토부가 관계부처와 함께 힘을 모아 속도를 내고 있는 주택공급계획이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관련기사:태릉 아파트 1년 앞당긴다…"신속한 공급, 무엇보다 중요"(5월15일)
국토부 관계자는 "실무선에선 선거와 무관하게 계속해서 협의하고 있다"며 "협의는 해봐야 아는 것이다. 잘 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