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전·월세 시장 불안의 원인을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가세하며 확전 양상이다.
이 대통령과 정부는 지난 윤석열 정부 시절(2022~2025년) 주택 착공 감소가 전·월세 물량 부족과 가격상승의 원인이라고 판단한다. 하지만 오 시장은 주택 임대차시장 불안이 이번 정부의 시장 규제 탓이라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양측이 지목한 전·월세 문제의 원인 모두가 맞는 말이라며 힘을 모아 문제해결에 나서야 할 것을 주문했다.
오세훈 "문재인 정부 부동산 실패 빨리감기"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연일 비판하며 날을 세우고 있다. 그는 지난 8일 이재명 대통령의 기자회견 내용을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에서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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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시장은 11일에도 페이스북에서 '이재명 정부, 문재인 정권 부동산 실패의 빨리감기 버전입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재명 정부 취임 1년 만에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무려 14.73%를 기록했다"며 "이것이 천만 서울시민이 매일 피부로 느끼는 잔인한 현실이자 주거 위기감의 실체"라고 지적했다.
특히 오 시장은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대출 규제를 강화했고, 토지거래허가제와 투기과열지구를 확대 지정했다"며 "재건축, 재개발 이주비 대출을 제한했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부활시켰고, 여기에 보유세 인상까지 예고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패를 빨리감기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이 같은 부동산 정책이 전·월세 문제를 낳고 있다는 인식을 거듭 드러내고 있다. 그는 "정부가 다주택자를 적으로 규정하며 압박할수록 집주인들은 집을 내놓기보다 버티기를 선택하고 있다"며 "매물이 줄고 있고, 전세 물건은 사라지며 월세는 치솟고 있다"고 했다.
지난 8일에도 오 시장은 이런 맥락에서 "전세가 소멸하고 있는 현상은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이 초래한 뼈아픈 결과이자, 서민 주거 안정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는 정책 참사의 장면"이라고도 했다.

국토부 "지난 정부 때 착공 감소가 원인"
이재명 대통령은 이에 대해 직접 반박하진 않았다. 그러나 부동산 정책의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대신 나섰다.
국토부는 지난 11일 오후 배포한 설명자료를 통해 "전·월세 가격 상승은 2022∼2024년 착공 감소가 주요 원인"이라며 "이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건설공사비 급등 등으로 주택 착공이 크게 위축됐다"고 반박했다.
이런 영향으로 입주물량이 감소하고, 현재 서울·수도권 전·월세 가격 상승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국토부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착공 규모는 2023년 2만7000가구, 2024년 2만2000가구, 2025년 2만7000가구로 최근 10년(2016~2025년) 평균 4만가구 대비 반토막 수준이었다. 입주 물량도 올해는 2만7000가구, 내년 1만7000가구에 그칠 전망이다.
수도권 아파트도 유사한 상황이다. 10년 평균 착공 규모는 18만5000가구 수준이었으나 2023년 10만8000가구, 2024년 15만가구, 2025년 15만3000가구에 그쳤다. 입주 물량 역시 올해 10만5000가구, 내년 11만6000가구로 예상된다.
앞서 오 시장은 '전세의 월세화' 문제도 지적한 바 있다. 집주인들이 보유세·대출 이자와 같은 각종 비용 부담을 임차인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으로 해석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 아파트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은 2020년 35.3%에서 매년 증가해 지난해 47.2%에 달했다. 비아파트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42.8%에서 73.5%까지 치솟았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임대차 시장의 구조적 변화 탓'이라고 했다. 국토부는 "전세의 월세화는 1인 가구 비율 증가, 전세사기 여파로 인한 임차인의 월세 선호 등 장기간에 걸친 임대차 시장 구조 변화의 결과"라고 반박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재개발·재건축을 포함한 주택공급 인·허가권 등에 대해 사실상 전권을 갖고 있는 서울시가 이러한 전후 맥락에 대한 고려 없이 현재의 전·월세 가격 상승 원인을 중앙정부의 책임으로만 전가하는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도, 오도 맞다?…"힘 모아야"
전문가들은 양쪽의 주장 모두 틀린 말은 아니라고 한다. 어느 한쪽의 말만 맞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현재의 전·월세 문제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우병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전·월세 가격 상승은 누적된 착공 감소와 준공(입주 공급) 부족이 원인"이라며 "여기에 토지거래허가·전세대출 축소가 의도치 않게 서울 주요지역에서 기존 임대차물량을 줄이고 월세화를 가속화시키는 결과가 된 것도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도 "구조적인 이슈들이 겹친 것"이라며 "평년보다 저조한 주택 공급량, 갱신권(계약갱신청구권)의 적극 사용과 이에 따른 신규 출회 매물의 감소가 발생했고, 월세화 현상·정비사업 이주 수요 등도 겹친 현상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푸는 법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서울시 모두 해법으로 '주택공급'을 꼽고 있어서다. 이재명 정부는 공공주도의 임대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고, 오 시장은 민간 중심의 재건축·재개발로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토부는 지난해 9월에 '향후 5년간 수도권 135만가구 착공 계획'을 발표했고, 올해 1월 수도권 도심 6만가구(기존 계획 제외시 5만2000가구) 공급계획을 내놨다. 지난달엔 비아파트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신축 매입임대 무제한 공급 계획', '도시형생활주택·오피스텔 확대 계획'도 잇따라 공개했다.
오 시장은 "부동산 시장은 구호나 이념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공급 정책으로만 안정된다"며 "지금 서울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또 다른 부동산 전쟁이 아니라 전세 매물을 시장에 나오게 하고 재건축, 재개발을 정상화해 공급을 늘리는 현실적인 정책"이라고 했다.
이처럼 결이 다소 달라도 공급을 늘리겠다는 목표는 같은 만큼 양쪽이 의견을 모아 협의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우병탁 위원은 "공공과 민간의 우선을 따질 계제가 아니다"며 "가능한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 공급을 확대할 방안을 정부와 서울시가 같이 찾아야 한다"고 했다.
함영진 랩장은 "당분간 전세매물 구득난과 전세가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고, 가을 이사철 전세가 변동률도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며 "매입임대를 확대하고 정비사업의 이주시기 조율이나 주택공급 조기화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