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미국과의 통상 환경 변화에 따른 항공업계 영향을 우려하며 관세 문제 해결과 예측 가능한 사업 여건 마련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항공업계 관세 변수 부각
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조원태 회장은 대선 전날인 지난 2일(현지시간) 인도 델리에서 열린 제81회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에 참석했다.
조 회장은 이날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정치 상황에 대해 "최근 5~6개월 동안 리더십 부재가 세계 경제 문제와 맞물려 혼란이 있었고 새로운 정부의 우선 과제는 관세 문제 해결이 될 것"이라며 "예측 가능한 경영 환경이 조성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 매체는 대한항공이 미국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로부터 항공기를 대거 도입하는 동시에 이들 항공기 제조사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어 관세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조 회장도 이러한 산업 구조를 언급하며 항공사가 단순 소비자가 아닌 공급망 내 주요 플레이어라는 점을 짚었다.
그는 "관세 문제는 대한항공에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며 "전통적으로 항공은 관세 적용 대상이 아니었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기업 활동에 큰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항공기 구매가는 대부분 사전 계약으로 확정돼 있어 단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향후 예비 부품 등 소모성 자재의 경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수 있다며 실질적인 비용 부담을 우려했다. 이러한 정비·부품 비용 증가는 항공사의 운영비 부담으로 이어진다. 상황에 따라 중장기적으로는 항공권 요금 조정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어 "미중 관세 갈등이 심화되면서 중국발 미국행 화물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며 "이 역시 항공사 입장에서는 부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여객 수요는 프리미엄 좌석을 중심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이러한 통상 환경 변화가 개별 기업을 넘어 한국 경제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무역 갈등 장기화는 주요 산업 전반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글로벌 공급망에 깊숙이 연결된 항공업도 예외가 아니라는 취지다.
러시아 관련 제재 해제 시 노선 복원 계획도 언급했다.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되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제재가 풀릴 경우 대한항공은 러시아 영공을 통과하는 항로 운항을 가장 먼저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노선 확장뿐 아니라 노후 기재 교체와 운영 효율성 제고를 위해 신형 항공기 도입을 지속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미국 외 지역 중 잠재력이 있는 노선에 대한 진출도 검토 중이지만 기존 미주 노선의 공급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회장은 이번 연차총회에서 IATA 집행위원회 위원으로 세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그는 2019년 처음 선임된 이후 2022년 한 차례 연임했고 올해 두 번째로 연임에 성공했다.
집행위원회는 IATA의 최고 정책 심의·의결 기구로, 활동 방향 설정을 비롯해 사무총장 선임, 예산 승인, 회원사 심사 등의 권한을 갖는다. 차기 IATA 연차총회는 내년 6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