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산 태양광에 대한 퇴출 고삐를 죄자 비(非)중국 공급망을 선제 구축한 한화솔루션·OCI홀딩스 등이 북미 시장을 장기 독점할 기회를 잡고 있다. 미국 대형 설치사들이 정부 보조금 박탈을 피하기 위해 대륙계 공급망을 꺼리면서 국내 기업들의 대체 불가능한 가치가 급부상하는 모습이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인한 전력 수요 폭증이라는 구조적 패러다임 변화로 장기 성장 초입에 진입했다는 기대감까지 더해지며 향후 이들의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美 전방위 무역 제재 발동에 반사익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태양광 간판 기업인 한화솔루션과 OCI홀딩스는 북미 시장 내 지배력을 독점적으로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 자본을 겨냥해 전방위로 관련 무역 장벽을 높게 세우자 직접적인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미국 현지 대형 설치사와 금융권이 정부 보조금 혜택에서 제외되거나 사후 규제 위험을 피하고자 중국 자본·기술이 얽힌 부품을 까다롭게 차단하면서 비중국 공급망을 완비한 국내 기업 제품이 확실한 대체재로 부각되는 양상이다. 실제 미국 최대 가정용 태양광 설치 기업인 선런(Sunrun) 등 현지 바이어들은 승인 대상 모듈 목록에서 중국계 기업들을 전격 배제하기 시작했다.
대니 아바지안(Danny Abajian) 선런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규정에 위배되는 업체로부터 원료를 조달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선런은 큐셀(한국), 실팹(캐나다), 엘린(튀르키예), REC그룹(싱가포르) 등 비중국계 업체만 승인 대상 모듈에 포함시켰다. 반면 캐나디안 솔라, 진코솔라, 롱기 등 주요 중국계 기업들은 조달처 목록에서 대거 제외됐다.
이 같은 현지의 전격적인 공급망 재편 바람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대륙계 공급망을 미국 시장에서 철저히 격리하는 고강도 무역 장벽을 가동하면서 본격화됐다.
트럼프 정부는 감세법인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OBBBA)'의 비우려외국법인(Non-PFE) 조항을 까다롭게 따지는 한편 중국산 폴리실리콘을 겨냥한 무역확장법 232조(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수입품을 제한하는 특별 조치) 조사를 전방위로 진행하고 있다. 폴리실리콘은 태양광 패널 제조의 가장 밑바탕이 되는 핵심 기초소재다.
이미 미국 정부는 위구르강제노동방지법을 통해 중국산 기초 소재의 유입을 틀어막아왔고 최고 249%에 달하는 높은 관세 폭탄 예비판정을 내리며 올해 2월과 4월 인도·인도네시아·라오스 등 동남아 우회 경로까지 완벽히 봉쇄했다.
AI 전력 수요 폭증 속 대체 불가한 밸류체인 안착 기대
한화솔루션과 OCI홀딩스는 북미 지역과 비중국계 현지 인프라 확장을 통해 AI 전력 폭증에 맞춘 독자 공급망을 구축하며 장기 독주의 발판을 다지고 있다.
태양광 셀과 모듈을 생산·공급하는 한화솔루션은 올해 하반기 미국 조지아주 카터스빌 공장 가동을 기점으로 잉곳·웨이퍼부터 최종 제품까지 전 과정을 잇는 3.3GW 규모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미국 내 제품 생산 시 주어지는 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AMPC) 보조금 혜택을 독식하며 장기적인 수익성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한화솔루션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4% 증가한 3조8820억원, 영업이익은 205.5% 늘어난 92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태양광 사업이 포함된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매출 2조1109억원, 영업이익 622억원을 기록하며 직전 분기 852억원의 영업손실을 만회하고 흑자로 돌아섰다. 계절적 비수기인 1분기임에도 판매량 회복과 가격 상승이 동시에 이뤄진 결과다.
구체적으로는 지난해 발생한 미국향 셀 통관 지연 이슈가 연말부터 해소돼 현지 공장 가동이 정상을 찾았고 설계·조달·시공을 도맡는 EPC 프로젝트의 공정 진행이 빨라지며 모듈 판매량이 늘었다. 여기에 미국 상무부가 동남아 우회 물량 규제를 강화하자 현지 생산 체계를 갖춘 한화솔루션의 모듈 판매가격도 함께 상승했다.
이러한 성장 기류는 하반기로 갈수록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2분기에는 견조한 북미 수요를 바탕으로 모듈 가격 인상과 개발자산 매각 이익이 반영될 예정이며 연내 동남아 우회 생산국들에 대한 관세 최종 판정이 내려지면 미국 현지 프리미엄이 확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OCI홀딩스 역시 차별화된 비중국 공급망을 무기로 북미 시장에서 필수적인 핵심 공급처로 부각되고 있다. OCI홀딩스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8924억원, 영업이익은 108억원이다. 말레이시아 폴리실리콘 자회사 OCI테라서스가 정기 보수에 들어가며 이익이 일시 감소했으나 미국 태양광 지주사 OCI엔터프라이즈와 새만금 열병합발전소를 가동하는 OCI SE가 실적을 든든히 받쳤다. 특히 미국 OCI에너지는 지난해 매각한 선로퍼 프로젝트의 잔여 대금이 유입되며 수익을 방어했다.
또한 말레이시아 폴리실리콘에서 베트남 웨이퍼로 이어지는 비중국 공급망 수직계열화를 완료해 무역 규제 수혜를 정조준한다. 자회사 OCI테라서스가 2분기부터 정상 가동에 돌입한 데 이어 5월부터 베트남 네오실리콘 테크놀로지의 연산 2.7GW 규모 웨이퍼 공장을 준공하며 미국 정부 보조금 박탈 우려가 없는 Non-PFE(비금지외국기관) 청정 공급망을 완비했다.
시장조사업체 PV인사이트에 따르면 비중국산 폴리실리콘 가격은 ㎏당 17~26달러로, 중국산(5~6달러) 대비 높은 프리미엄을 형성하고 있다. 오는 2분기 말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결과가 발표되면 비중국산 소재 수요는 더욱 폭증할 전망이다.
북미 전력 개발 자산 매각과 AI 인프라 확장도 장기 성장을 견인 중이다. 미국 자회사 OCI에너지는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겨냥해 텍사스에서 500MW 규모의 초대형 발전 프로젝트 매각을 추진 중이며 2분기 내 관련 절차가 마무리되면 대규모 매각 수익이 실적에 반영된다. 현재 OCI에너지는 텍사스를 중심으로 태양광 3.9GW와 ESS(에너지저장장치) 3.1GW 등 총 7GW 규모의 탄탄한 개발 자산을 확보한 상태다. 아울러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우주용 고순도 폴리실리콘 장기 공급을 협의하는 등 실리콘 기반 신사업도 구체화되고 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 내 태양광 공급과잉 해소와 판가 상승이 뚜렷해지면서 한화솔루션 등 모듈 사업자의 영업이익이 흑자전환되기 시작했다"며 "선런 등 태양광 설치업체들이 세제 혜택 배제 리스크를 제거하기 위해 비중국계 업체만 승인 대상 모듈에 포함시키고 있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 이란 전쟁으로 빅테크의 중동 데이터센터 확장 움직임이 위축되고 미국으로 유턴하면서 현지 태양광 수요는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라며 "올해 하반기 카터스빌 공장의 수직계열화가 완성되면 원가 절감과 보조금 추가 수취가 가능해지는 만큼 미국의 에너지 안보를 책임지는 한화솔루션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