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 이후 처음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나란히 '사랑받는 항공사'를 향한 비전을 꺼내 들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송보영 아시아나 대표가 모두 이 같은 표현을 사용하며 향후 통합 항공사의 지향점이 명확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KE Way' 같은 길로 나는 두 항공사

26일 오전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는 우기홍 사장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인사말을 대독했다. 조 회장은 "절대 안전과 고객 중심 서비스를 최고의 가치로 삼고 주주 가치를 극대화해 고객들이 사랑하는 항공사가 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1일 대한항공의 새 기업 가치 체계인 'KE Way(케이이 웨이)' 발표 행사에서도 조 회장은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항공사가 되겠다"는 비전을 선포하며 통합 항공사로서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대한항공의 자회사가 된 아시아나항공 역시 같은 날 열린 주총에서 같은 메시지를 강조했다. 이날 송보영 아시아나 대표는 "안전 운항을 밑거름 삼아 수익 창출이라는 양질의 성과를 일궈내고 신뢰를 넘어 사랑받는 항공사로 자리매김하겠다"며 "주주 기대에 부응하는 실적을 내겠다"고 말했다. 최근 화물기 사업부 매각을 마무리하고 여객 중심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과 맞물린 행보다.
2년 뒤 완전 통합을 앞둔 시점에서 양사가 '가장 사랑받는 항공사'라는 비전을 재강조하며 통합 항공사 출범을 향한 의지를 시장과 주주들에게 분명히 각인시킨 셈이다.
최근 대한항공이 선포한 KE Way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연결(Connecting for a better world)'을 존재 이유로,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항공사(To be the world’s most loved airline)'를 비전으로 내세웠다. 한진그룹 창립 이념인 '수송보국'을 바탕으로, 글로벌 항공사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고객과 시장에서 신뢰받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마일리지 통합안, 6월 공개될까

양사 주총에서는 별다른 이슈 없이 모든 안건이 원안대로 가결됐다. 대한항공은 이날 주총에서 이사회 규모를 14명에서 10명으로 줄이는 대신 이사 보수한도는 90억원에서 120억원으로 확대하는 안건을 처리했다. 통합 항공사 출범을 앞둔 조정으로, 완전 통합 이후 다시 이사회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아시아나항공도 전년과 동일한 이사 보수한도 18억원을 유지하며 효율적 집행을 예고했다. 지난해 집행률이 38.2%에 그친 만큼 올해도 경영 상황에 맞춰 신중히 운영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대한항공은 배당 기준일도 손질했다. 기존에는 사업연도 종료일인 12월31일을 기준일로 삼았지만 이번 주총에서 '이사회가 별도로 정하는 날'로 변경하는 정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배당 정책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통합 과정에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마일리지 통합 방안은 여전히 공개되지 않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마일리지 가치 산정과 시스템 통합 방안을 두고 논의 중이지만 복잡한 이해관계 탓에 구체적 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합리적 기준 마련이 관건으로 꼽힌다. 항공업계에서는 올해 6월 이전 윤곽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대한항공에 오는 6월 중순까지 마일리지 통합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한 위원장은 "항공 마일리지는 보유자가 수천만 명에 달하는 민생 이슈"라며, 대한항공이 6월 중순까지 통합 방안을 제출하면 국토교통부와 협력해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