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타이어업계 양강으로 꼽히는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가 올해 1분기 고매출 흐름에도 원자재 비용이 늘어나며 수익성은 뒷걸음질쳤다. 2분기부터는 미국발 관세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수익 방어가 두 회사의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양사 모두 미국 내 생산을 늘린다는 정공법 대응을 제시하고 있지만 당장 북미 현지 생산 비중이 낮아 실질적인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무값 급등 직격탄…고부가 전략도 한계
12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4조9636억원, 영업이익 354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한온시스템 실적을 제외한 타이어 부문만 보면 매출 2조3464억원, 영업이익은 3336억원이다. 매출은 1년 전보다 10.3%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은 16.3% 감소했다.
같은 기간 금호타이어는 전년 동기보다 15.5% 늘어난 매출 1조2062억원으로 분기 최대 기록을 세웠다. 다만 영업이익 1448억원으로 0.6% 소폭 줄었다.

수익성 악화의 주된 요인은 원재료다. 타이어 제조의 핵심이 되는 고무 가격이 1년 새 큰 폭으로 오르며 원가 부담이 급격히 커졌다.
국제 천연고무 가격의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거래소(SGX) 산하 SICOM 선물시장에서 거래된 천연고무(TSR20) 가격은 올해 1분기 평균 kg당 197.6달러로, 전년 동기(157.3달러)보다 25.6% 급등했다. 같은 기간 합성고무 가격도 11% 상승했다. 타이어 원가에서 고무가 차지하는 비중은 30~40%에 달해 원재료값 변동은 곧장 수익성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두 회사 모두 고수익 제품 판매를 늘리는 전략으로 수익성 방어에 나섰다. 1분기 기준으로 한국타이어는 고인치 타이어(18인치 이상) 판매 비중이 47.1%, 전기차 전용 타이어 비중이 23%에 달했다. 금호타이어는 각각 42.6%, 17.9%로 집계됐다. 다만 원재료 가격 상승 폭이 워낙 큰 탓에 이 같은 전략만으로는 수익성 방어에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다.
올 들어 해상운임도 하락세를 보였지만 통상 3~6개월 단위의 장기 계약 관행상 실적에 반영되기까지는 시차가 존재한다. 이로 인해 1분기에는 운임 하락 효과가 원가 구조에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올해 1분기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평균 1762포인트로, 전년 동기(2506포인트)보다 29.6% 낮아졌다. 2분기 이후 원가 부담 개선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고무적인 것은 천연고무 가격이 평균 200.5달러를 기록했던 지난 2월을 정점으로 서서히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평균 가격은 170.9달러로, 작년 8월 이후 처음으로 170달러대를 기록했다. 비용 부담이 고점을 지나고 있다는 신호가 포착되면서 향후 수익성 흐름이 완만하게 개선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2분기, 수익성 더 흔들릴까
2분기부터는 관세 부담까지 겹치면서 수익성 압박이 더 커질 전망이다. 미국은 이달 3일부터 타이어를 포함한 일부 자동차 부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국내 타이어 업계는 북미 수출 비중이 높아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특히 미국은 국내 타이어업계 전체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핵심 시장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타이어 수출의 25.3%가 미국에서 나왔다. 올해 1분기 역시 최대 수출처는 미국이었다.
한국타이어는 미국 테네시 공장에서 연간 약 550만개의 타이어를 생산하고 있지만 이는 전체 미국 판매 물량의 약 30%에 불과하다. 금호타이어 역시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되는 물량으로 미국 현지 수요의 20% 정도만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한국타이어는 관세 압박에 공장 증설 카드를 꺼내 들었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은 최근 임직원 메시지를 통해 "미국의 25% 관세 부과에 대해 현지 공장 증설 등 신속하고 구체적인 실행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테네시 공장의 연간 생산 능력을 내년까지 1100만개로 늘리겠단 입장을 밝혔다.
미국 조지아에 공장을 둔 금호타이어도 시장 수요에 따라 공장 증설 등 유연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 미국의 수입 관세에 대응한 증설 효과는 1년 반가량 뒤에야 본격화되는 만큼 그 이전까지는 판매가격 인상의 시기와 폭이 하반기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