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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 못 만드는 투표용지" 한솔·무림, 이번 대선도 '진검승부'

  • 2025.05.23(금) 07:30

25일부터 인쇄…수익보다 신뢰·기술력 증명의 장
한솔은 빠른 건조·친환경, 무림은 특허 기술 강조

출처=아이클릭아트

6월3일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번 주말부터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된다. 제지 기술력이 집약된 이 종이를 두고 국내 제지 양강인 한솔제지와 무림이 조용한 자존심 대결에 나선다. 시장 규모는 작지만 두 회사가 기술력과 품질 신뢰를 겨루는 상징적 무대라는 평가다.

작은 시장, 묵직한 의미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는 25일부터 전국 각 인쇄소에서 투표용지 인쇄에 들어간다.

선거철마다 한솔제지와 무림은 지역별 인쇄소를 대상으로 영업 경쟁에 나선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역별로 투표용지 인쇄소를 지정하면, 각 인쇄소가 사용할 종이를 개별적으로 선택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구조상 선관위가 제지사와 직접 계약을 맺는 방식이 아니어서 이번 대선에서 한솔제지와 무림의 납품 비중은 정확히 집계되진 않는다. 다만 업계에선 양사가 각기 절반 안팎의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선거에서도 무림이 60%, 한솔이 40% 수준이거나 양사가 유사한 비율로 공급하는 등 해마다 차이는 있었지만 비중 격차가 크게 벌어진 사례는 드물었다.

지난 4월 29일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외벽에 관계자들이 제21대 대통령 선거 대형 홍보 현수막을 게시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번 대선에서는 약 200톤 규모의 투표용지가 사용될 전망이다. 후보자 벽보나 책자형 선거공보 등 각종 홍보 인쇄물을 포함하면 선거에 투입되는 전체 종이는 6000톤을 넘길 것으로 추산된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투표용지 약 5억~6억원, 인쇄물 150억원 등 총 200억원 규모다.

이는 지난해 한솔제지(2조2158억원)나 무림의 특수지 생산 법인 무림SP(1769억원) 매출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업계에서도 '선거 특수'라는 말은 이제 의미가 없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두 회사가 매번 수익성 낮은 투표용지 시장에 나서는 이유는 분명하다. 선거는 공공 조달 수요이자 품질력을 입증할 수 있는 상징적인 기회다. 여기에 기술력 홍보 효과까지 노릴 수 있다. 실제로 투표용지 생산에 적용된 정밀 인쇄와 특수 코팅 기술은 고급 포장지나 여권·주민등록증 등 보안문서지로도 확장이 가능하다. 고부가 제품군으로 이어지는 기반이 되는 셈이다.

불꽃 튀는 '보이지 않는 기술' 대결

투표용지는 제지기업의 기술력을 상징하는 척도이자 집약체로 평가된다. 표준 이상의 정밀도와 다양한 품질 조건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해서다.

먼저 투표용지는 일반 인쇄용지(백상지)와는 소재부터 다르다. 친환경 재생지를 바탕으로 특수 코팅 처리가 적용되며 종이 무게와 두께, 표면 매끄러움, 강도, 인주 흡수성, 접힘 복원력 등 선관위가 요구하는 다양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자동개표 시스템이 도입된 이후로는 기술적 정밀도가 더욱 중요해졌다. 자동개표기에서 종이가 걸리거나 오류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두께와 표면이 고르게 유지돼야 하고 정전기나 종이가루도 최소화해야 한다. 작은 점 하나로도 판독 오류가 발생할 수 있어 생산 과정에서 티끌만 한 협잡물조차 포함되지 않도록 하는 고도의 기술력도 요구된다.

무효표를 줄이기 위해서는 인주가 번지지 않도록 막는 것도 중요하다. 기표한 뒤 투표용지를 접는 과정에서 인주가 번지면 표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어서다. 또 종이가 수분에 의해 뒤틀리지 않도록 일정한 강도를 유지해야 하고 접힌 종이가 쉽게 펼쳐져 자동개표기에 잘 들어가도록 유연성도 갖춰야 한다. 

그래픽=비즈워치

한솔제지는 인주 흡수성과 용지 강도, 정전기 억제 성능을 앞세운다. 잉크도장의 건조 속도가 빨라 인주 묻음이 적고 기표 후 용지를 접었을 때 무효표로 처리되는 가능성을 낮춘다. 용지 표면에 정전기 방지 처리를 적용해 이중 급지나 간추림 오류를 방지하고 쌓아놓거나 이동할 때 쓰러지는 현상도 최소화했다. 자동개표기에 투입될 때 접힘 복원력과 강도 유지도 중요한데, 이에 대응할 수 있도록 물성을 설계했다. FSC 인증을 받은 재생 펄프를 사용하는 등 친환경 요소도 강조하고 있다.

무림은 기술 특허를 기반으로 기표 안정성과 개표 정확도를 강조한다. '자동계수 및 인주적용 성능 향상을 위한 투표용지 제조'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자사 제품인 '네오투표용지'에는 정전기 방지 성분과 특수 원료가 적용돼 있다. 또 기표 후 용지를 접었을 때 인주가 번지거나 뒷면에 묻는 현상을 줄이고 개표분류기와 자동계수기에서의 겹침 현상도 방지하도록 설계돼 있다. 다양한 색상 구현을 위한 염료 배합 테스트도 반복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조기 대선으로 준비 기간도 짧고 최근엔 SNS나 유튜브로 홍보를 많이 하다 보니 선거 인쇄 물량이 많지 않다"면서도 "투표용지는 이익이 크게 남는 분야는 아니지만 품질 기준이 까다롭다 보니 납품 자체가 기술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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