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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너도나도 "공사장 밖에 살 길 있다"지만…

  • 2025.05.21(수) 12:12

공사비·공사기간 줄이는 'OSC' 스마트 건설기술
공장에서 찍어내 현장에서 조립…안전도 제고 
"투자비용 부담에 수요도 아직…쉽지 않은 숙제"

탈 많은 건설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탈현장 건설(OSC, Off Site Construction)' 공법이 주목받고 있다. 공사비와 공사기간을 줄이고 안전사고, 건설인력 부족, 고령화 등 해법으로 건설사들이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이가이스트 목조 모듈러 샘플하우스 전경/자료=GS건설

공사 현장 문제 해법 신기술로 급부상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최근 현대엘리베이터와 협약을 맺고 모듈러 승강기 기술 고도화에 나섰다. 모듈러(조립식)는 OSC 공법의 하나로 건축물의 주요 구조물을 공장에서 모듈 단위로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다.

모듈러는 벽체·지붕·전기·배관에 실내 마감까지 대부분을 사전 완성해 설치하는 것을 통칭한다. 기존 현장 시공 대비 공사기간을 약 30~50%가량 단축할 수 있고, 날씨 영향이 적어 품질도 균일하다. 현장 환경 오염과 안전사고도 줄일 수 있다.

삼성물산이 도입하려는 모듈러 승강기는 부품의 약 70%를 미리 조립해 현장에서 수직으로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시공된다. 고소 작업 등 위험이 줄고 승강기 공사 기간도 75%가량 단축된다. 폐기물과 소음, 분진 등 발생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건설사는 2021년 13m 이하 저층용 1세대, 지난해 40m 이하 건물 코어(Core) 일체형 2세대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번 협약으로 500m 높이 초고층용 3세대 기술 개발에 나선다. 

이외에도 삼성물산은 △모듈러 유닛 간 수직접합구조 △강봉 활용 모듈러 접합시스템 △블록 모듈러 건축물 시공방법 △철골보와 경량 콘크리트 패널이 합성된 모듈러 바닥구조 등 기술 특허를 출원하고 국내·외 전문가 그룹과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에너지솔루션, 플랫폼과 더불어 OSC를 신사업 3대 축으로 정하고 모듈러 양산 체계, 철근 가공 자동화 등 핵심기술 개발을 통해 사우디 중심으로 사업 추진 및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로봇·인공지능(AI) 기반 친환경 목조 모듈러 주택 전문기업 '공간제작소'와 협력해 아파트 부속시설에 자동화 모듈러 공법을 도입할 계획이다. '힐스테이트 용인마크밸리' 아파트 현장에 키즈스테이션, 자전거보관소 등 소규모 부속시설부터 적용해 어린이집, 노인정 등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목재 모듈러는 자재 및 에너지 낭비를 줄여 친환경성과 공정 효율성을 갖춘 지속 가능한 건축 공법으로 평가받는다"며 "친환경 자재 기반 스마트건설 기술 적용을 통해 시공 효율성과 환경 가치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적극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아직 주택사업에 자체적인 OSC 공법을 추진하진 않고 있다. 다만 OSC 공법 가운데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를 활용해 항만 부두 건설에 활용 중이다. PC 공법은 콘크리트 구조의 부재(기둥, 벽 등)를 공장에서 미리 제작하는 방법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인천 신항 1·2 단계 부두 조성 공사에 케이슨(Caisson, 수중 시설물 또는 수중 시설물의 기초 작업을 위해 만든 속이 빈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 공법을 활용하고 있다"며 "겔버빔과 중공보를 이용한 PC 조립체 및 PC조립체의 제작 공법 특허, 철골조 모듈러 유닛의 결합 구조 및 시공방법 등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나 상용화는 미정"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 목조 모듈러 키즈스테이션 컨셉이미지/자료=현대건설 제공

GS건설은 건설사 가운데 OSC 기술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곳으로 꼽힌다. 2020년 모듈러 및 PC 자회사를 보유하고 자체적으로 공공주택 건설 및 실증작업에 나서고 있다. 

PC 제조 자회사인 GPC는 충북 음성 공장에서 연간 16만㎥ 규모의 PC를 생산할 수 있다. 현재 지하주차장, 물류센터, 반도체 공장을 비롯해 다양한 프로젝트에 PC제품을 납품하며 사업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 3월 환경부로부터 자체 개발 제품 2종에 대해 '저 탄소제품 인증'도 획득했다. 

GS건설은 최근 GPC와 함께 충북 음성 공장에서 PC공법을 적용한 공동주택 목업(Mock-up, 실제와 동일한 시험 건축물)을 완공하고 주거 성능 검증을 마쳤다. 목업은 30층 이상 높이에 적용할 수 있게 설계됐으며, 가구 내 기둥 없이 100% 건식 벽체를 적용해 평면 변경이 자유롭다는 설명이다. 

GS건설 관계자는 "특허 출원한 PC 접합부 구조 강화 기술을 적용해 품질 향상과 현장 작업량을 줄여 안전사고 위험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바닥 충격음, 방수, 단열, 난방, 기밀 등 항목에서 기존 철근 콘크리트 방식 공동주택과 비슷하거나 더 나은 성능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목조 모듈러 단독주택 전문회사인 폴란드 단우드를 인수해 자회사 자이가이스트(XiGEIST)도 설립했다. 자이가이스트는 2023년 4월 국내 단독주택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으며, 인수 3년 만에 연 매출 6100억원 수준을 달성했다. 약 150여가지 설계와 제조공정 자동화를 통해 원가경쟁력을 갖췄다는 설명이다. 

자이가이스트는 균일한 품질을 확보하고, 현장 공정을 최소화해 빠르면 2개월 내(설계 및 인허가 기간 제외)에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스틸 모듈러의 고질적인 시공문제로 꼽히던 내화 시스템과 구조 접합시스템을 개선하는 신공법을 개발하는 등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면서 "미래사업인 모듈러 사업 역량 강화를 통해 시장 입지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우건설옥탑에 모듈러, PC 등을 활용할 OSC 공법을 적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술로는 △옥탑 철골 모듈러 △하이브리드 PC 옥탑 △지하주차장 PC화 △지하 외벽 PC적용 △유닛형 욕실 등을 보유하고 있다. 옥탑 철골 모듈러는 2021년 파주 현장 적용을 시작으로 6개 현장에서, 하이브리드 옥탑PC는 3개 현장에 적용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PC 자회사 대우에스티를 보유하고 있어 PC 관련 OSC 기술 개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단 모듈러 관련 공장 인수나 착공 계획은 없고 외주업체와의 협력 생산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자회사 포스코A&C를 통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모듈러 공동주택 '청담MUTO'를 시공한 바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호텔과 LH(한국토지주택공사) 공공주택 등도 시공했다. 

국내 모듈러건축 시장 규모/그래픽=비즈워치

갈 길 먼 OSC 기술 '상용화'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등에 따르면 국내 모듈러 시장은 2019년 370억원에서 2023년 8000억원으로 4년 만에 20배 넘게 성장했다. 2030년에는 약 2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도 모듈러 주택사업 확대를 위해 모듈러 교실, 공공임대주택 발주 등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최고 50층 높이의 고층 모듈러 주택 활성화를 위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한다. GS건설, 포스코이앤씨를 제외하면 자체 모듈러·PC 자회사나 공장을 보유한 건설사는 드물다. 초기 투자비용 부담, 물류문제, 표준화 부족 등이 도입 걸림돌로 꼽힌다. 

건설사 관계자는 "기술 개발은 활발하지만 수요 부족과 높은 투자비용, 대형 부재 운송 등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며 "실질적인 도입이 언제 될지는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건설사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기술 개발에는 나서고 있지만 실질적인 상용화 도입 시기를 못박지는 못하고 있는 상태다. 건설업황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비용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임석호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위원은 "일부 모듈러는 기존 공사비보다 훨씬 비싸 경제성이 떨어져 진행이 답보상태에 있다"면서 "OSC로 가기 위해서는 R&D(기술개발)를 통한 시공성, 경제성, 성능에 대한 객관적인 실증 자료들을 쌓아 투자에 나설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봉호 아주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OSC 시장은 전기차 시장과 비슷한 과도기인데, 장기적으로 인력 부족 문제가 OSC의 도입 시기를 가름할 것으로 본다"면서 "기존에 쌓아온 기술, 현장 인력 및 관계사 등이 견고한 데다, 아파트 수요자들의 품질 눈높이가 높아 이를 상쇄하고 넘어설 수 있는 인식변화와 지원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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