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집, 대선에 묻다]②다주택 규제가 낳은 '똘똘한 괴물'

  • 2025.05.06(화) 07:07

다주택중과세·1주택우대 '똘똘한 한 채' 강화
강남·용산 등 서울 핵심지 집값은 '천정부지'
외곽·지방은 거래 '뚝'…투기 막으려다 '양극화'

부동산은 정권의 명운을 가르는 핵심 정책이다. 그러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뒤집히는 정책들로 시장에 혼란과 각종 부작용을 양산해 왔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치의 부동산'이 아닌 '시장의 부동산'을 위한 정책 방향을 짚어본다. [편집자]

'3.3㎡당 2억6114만원' - 국내 공동주택 거래 사상 3.3㎡당 최고가
(서울 서초구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면적 133.95㎡, 2024년 12월 매매 106억원)

서울 핵심지 아파트로 수요를 집중시킨 것은 다주택 '집부자' 규제다. 세금 부담 때문에 여러 채를 보유하는 게 부담이 되니 수익이 덜 날 집은 재테크 포트폴리오에서 빠졌다. 결국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한강 벨트에 가까운 고가 주택지 하나에 더 많은 돈이 몰렸다. 집값을 잡겠다는 규제가 역설적으로 고소득 자산가들의 집값만 천정부지로 뛰게 한 것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똘똘한 한 채'가 만든 시장 왜곡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해 취득세, 보유세(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 주택 구매, 보유, 매각에 이르는 전 과정의 세금을 중과하고 대출과 청약에서도 배제하는 고강도 규제를 실시했다. 

본래 최대 4%였던 취득세율은 최고 12%까지 올랐다. 기존에 1~3주택은 주택 가액에 따라 1~3%, 4주택부터 4%가 적용됐었다. 즉 4주택 이상에만 적용되던 중과세율이 2주택 8%, 3주택 이상은 12%로 대폭 인상됐다.

종부세는 3주택 이상 또는 조정지역 2주택자의 경우 최고세율이 6%로 상향됐으며, 기본공제 6억원이 적용되지 않는 법인은 더 큰 세 부담을 안게 됐다. 다주택 합산 시세가 50억원이면 종부세는 4200만원대에서 약 1억500만원으로 약 2.5배가량 늘었다. 

양도세는 조정지역 내 주택 양도 시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 이상은 30%포인트 중과하도록 했다. 1년 미만 보유주택은 양도차익의 70%, 2년 미만은 60%를 세금으로 내도록 했다. 조정지역 내 2주택자 이상은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됐고, 전세대출 회수조치까지 적용됐다. 청약 1순위 제한, 가점도 배제됐다. 

정부는 이렇게 하면 '1세대 1주택' 체계를 강화해 투기를 차단하고 실수요자를 보호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시장은 정책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반응했다.

다주택자들은 수익이 낮은 지방이나 서울 외곽의 주택을 처분하고 강남·용산 등 서울 핵심지로 갈아탔다.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전략이다. 수요가 집중된 서울 핵심지 집값은 단기간 수억원씩 오르며 신고가를 썼고, 지방은 거래 절벽과 미분양으로 침체에 빠졌다. 양극화와 시장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 

다주택자들이 임대주택 공급을 중단하면서 전월세 가격도 요동쳤다. 1주택 우대 정책은 실거주를 전제로 한 보호장치지만 고가 주택까지 동일한 비과세 혜택이 적용되며 자산 격차를 오히려 확대하는 부작용도 낳았다.

정책이 만든 양극화…'세제 손봐야'

전문가들은 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방위적인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양극화된 집값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지역 간 차등화'한 정밀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똘똘한 한 채' 선호를 야기한 1가구 1주택 정책의 전면적인 수정이 필요하다"면서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고 보유세를 올리되, 거래세는 낮추는 쪽으로 전체적인 세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시장 정상화를 위해서는 보유세, 거래세와 함께 취득세·등록세도 개편해 악성 미분양을 해소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팀장은 "다주택자를 무조건 규제할 것이 아니라 투기성 다주택자와 임대형 보유자를 구분해 규제 차등화를 둬야 한다"면서 "거래세 인하를 통해 주택이 순환하는 시장 구조를 우선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 내 고가 주택은 비과세 혜택을 축소하거나 과세를 강화하되, 미분양이 적체된 자방의 경우 취득세 감면과 일시적 2주택 비과세 유예기간을 완화하는 방법도 제시됐다. 서울에 한 채, 지방에 여러 채의 주택을 살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기본적으로 '다주택자는 시장의 적'이라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면서 "서울은 보유세율을 강화하고, 지방은 취득세 감면, 양도세 중과 배제 등을 통해 강남으로 몰리지 못한 자금이 지방으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재건축 단지/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실거주 목적의 다주택자나 임대사업자에게는 제한적인 감면 혜택을 부여해 임대와 공급 위축 완화 유인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은 집을 지을 때 실수요자만이 아닌 투자자, 법인 임대사업자 등을 염두에 두고 집을 짓는다"며 "똘똘한 한 채 선호로 임대 사업이 위축되면서 민간 임대 물량 감소뿐 아니라 공급 자체가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양지영 팀장은 "무리한 다주택자 규제는 임대공급 위축과 임대료 급등을 초래했고, 강남·용산·목동 등 초 핵심지에 수요를 몰아 부동산 시장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며 "다주택자가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장기임대를 공급할 경우 세제혜택을 주는 식의 다주택자 관리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 정부에 주어진 과제는 양극화 완화와 시장 정상화다. 성급한 정책보다 정밀하고 통합적인 정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시장이 정책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는 만큼 정책이 시장의 흐름을 읽고 정밀하게 설계돼야 한다. 수도권과 지방, 실수요와 투자수요, 고가와 중저가 주택을 구분하는 정교한 정책이 요구된다. 

업계 한 전문가는 "부동산 시장은 규제 하나로 움직이지 않는다. 다양한 규제와 상황들이 엮이면서 다방면으로 움직이는 살아있는 시장이다. 한쪽 면만을 보고 정책을 펼쳤다가는 언제 어느 곳에서 부작용이 튀어나올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
  • 오늘의 운세
  • 오늘의 투자운
  • 정통 사주
  • 고민 구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