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기사: [이재명vs집값]①2017년 기시감…"규제 없다" 안도감에 '불장'(6월12일)
정부도 서울 주택시장 상황을 심상치 않게 보기 시작했다. 지난 12일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부동산 시장 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어 서울 부동산 시장 상황이 '엄중하다'는 인식을 공유했다. 이어 "시장 안정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며 "각 부처의 가용한 정책수단을 총망라해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13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주재로 기획재정부 1차관, 국토부 1차관,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서울시 행정2부시장 등이 참석하는 점검회의도 열렸다. 앞서 지난 11일에는 오세훈 서울시장도 성동구 등을 거론하며 "토지거래허가제는 사용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나 시장이 비상 상황이면 사용할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과열' 그 시작은
지금의 시장 열기는 얼마나 뜨거운 걸까?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값은 올해 최고의 주간 상승률을 찍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둘째 주(9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26%로 지난해 8월 넷째 주(26일 기준, 0.26%) 이후 약 9개월 만에 최고치다.
상승세를 이끄는 지역은 강남3구(서초·강남·송파구)를 비롯해 목동이 속한 양천구, 선호도가 높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이다. 이들 지역의 올해 집값 변동률은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한 지난 2월12일과 이를 확대·재지정한 3월 19일을 기점으로 시장이 요동쳤다.
강남구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직전인 2월 둘째 주(10일 기준) 매매가격 변동률 0.08%에서 해제 직후인 셋째 주(17일 기준) 0.27%로 일주일 만에 0.19%포인트 급등했다. 송파구 또한 같은 시기 0.14%에서 0.36%로 0.2%포인트 이상 뛰었다. 이후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가 유지된 3월 셋째 주(17일 기준) △강남구 0.83% △송파구 0.79% △서초구 0.69% 등으로 치솟으며 정점을 찍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재지정 뒤로 큰불은 잡히는 듯했다. 3월 넷째 주(24일 기준) 송파구는 -0.03%를 기록하며 한 주 사이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서초·강남구 또한 0.1~0.2%대 변동률로 진정됐다. 양천구와 마포구, 용산구, 성동구 또한 이들 지역과 크게 다르지 않은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잠시뿐,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집값 상승세는 5월 중하순께부터 강해졌다. 송파구의 경우 5월 넷째 주(26일 기준) 0.37%, 6월 첫째 주(2일 기준) 0.5%에 이어 둘째 주(9일 기준) 0.71% 올랐다. 같은 시기 강남구는 0.39%→0.40%→0.51%, 서초구는 0.32%→0.42%→0.45% 순으로 올랐다. 용산구와 성동구도 각각 0.22%→0.29%→0.43%, 0.18%→0.26%→0.47%로 오름폭을 키웠다.
과거 정부에서는 이 정도로 상승세가 치솟으면 대책 발표와 함께 제동을 걸었다. 실제 지난해 윤석열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공급 확대를 골자로 한 8·8 대책을 내놓기 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7월 셋째 주(22일 기준) 0.30%였다. 8월 첫째 주(5일 기준) 강남3구 변동률은 △서초구 0.52% △강남구 0.37% △송파구 0.53%로 오히려 현재보다 덜했다.
또 같은 진보 정권인 문재인 정부가 출범 직후 첫 부동산 대책을 내놓기 직전 상황과도 비교된다. 문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 넷째 주(29일 기준) 강남3구 변동률은 △서초구 0.40% △강남구 0.50% △송파구 0.61%였다. 이후 문재인 정부는 출범 약 한 달여 만인 6월19일 첫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며 시장 진화에 나섰다.

'강남 아니어도' 신고가 속출
매매시장에서도 주요 지역 아파트 단지들이 신고가를 속속 쓰는 등 상승세를 실감케 한다. "어디까지 올라갈지 도무지 천장이 보이지 않는다", "지각비를 내고라도 사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9·11·12차 전용면적 183㎡(5층)는 지난 1일 101억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4월 말 6층 매물이 99억5000만원에 팔린 점을 감안하면 한 달 사이 1억5000만원이 뛰었다. 지난해 6월 거래액은 72억원이었다는 점에서 1년 새 30억원가량 상승했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또한 지난달 20일 84㎡(13층)가 46억7000만원에 손바뀜해 신고가를 찍었다. 해당 면적은 지난해 6월 38억원에 거래됐는데 1년 동안 8억원이 넘게 올랐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도 지난 4월 82㎡ 매물 2개가 40억7500만원에 거래되며 나란히 신고가를 썼다. 1년 전인 지난해 4월 최고 29억76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1억원가량 상승했다. 같은 동 잠실엘스 또한 84㎡(26층)가 신고가인 31억4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이 아파트는 최근 34억원대 매물도 나와 있다.

또 양천구 목동5단지 65㎡는 지난달 2개 매물이 역대 최고가인 22억5000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같은 시기에는 17억원대에 거래되던 물건이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와 성동구 옥수동 래미안옥수리버젠의 전용 84㎡도 지난달 22억5000만원, 23일 23억5000만원의 역대 최고 매매가를 기록했다. 서울뿐 아니라 경기도 과천, 성남 분당구 등지에서도 신고가가 속출하는 상황이다.
거래량도 확연히 늘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월 3500건에서 2월 6607건, 3월 9200건까지 치솟았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4월 5409건으로 한 차례 꺾였으나 지난달 6827건을 기록해 다시 증가 곡선을 그렸다. 아직 5월 거래 신고 기한이 보름여 남았음에도 그렇다.
이런 시장 흐름은 '비정상적인 과열'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및 재지정 여파로 깨워진 불안 심리가 복합적 요인들과 맞물려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을 끌어넣고 있다는 해석이다. 규제 강화에 선을 그은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까지 겹치면서 점화 플러그에 불이 붙은 것으로 풀이된다.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김인만 소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비롯해 다주택자 규제, 경기 침체 및 양극화 등 영향으로 인해 '똘똘한 한 채'로 수요가 쏠리고 있다"며 "서울은 입주물량도 부족한 데다 미분양도 없다. 금리는 내려가는데 아파트밖에 답이 없으니 돈이 갈 데가 없어 고가 아파트로 몰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