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33위 SM그룹 창업주의 2세들이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장남이자 후계자는 26년 넘게 방치됐던 ‘유령 빌딩’ 개발사업과 상장사 인수합병(M&A)에 뛰어들었다. 차녀는 소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사실상 매듭짓고 경영에 깊숙이 발을 들임으로써 독자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후계구도 논외 우지영 독자 소그룹 형성
2일 SM그룹 소속 계열사 에이치엔이앤씨(HN E&C)에 따르면 지난달 초 에스엠(SM)홀딩스의 흡수합병을 완료했다. SM홀딩스는 플라스틱필름 등 산업용 특수원단 생산업체 한스인테크과 한스케미칼자산의 지주회사다. HN E&C가 작년 5월 5000만원을 출자해 설립했다.
창업주 우오현(72) 회장의 2세가 추진해왔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사실상 일단락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 회장의 1남4녀 중 차녀이자 첫째부인 슬하의 딸 셋 중 둘째딸 우지영(47)씨다.
HN E&C는 우지영씨가 2017년 7월 3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개인 부동산 개발업체 태초이앤씨(E&C)를 전신으로 한다. 작년 1월 법정관리 상태인 에이치엔아이앤씨(HN Inc)에 150억원을 출자해 계열 편입한 뒤 8월 흡수통합해 현 사명으로 교체했다.
HN Inc는 옛 현대BS&C로, 범(汎)현대 건설사로 잘 알려졌던 곳이다. 전(前) 사주(社主)가 KBS 아나운서 출신인 노현정씨의 남편 정대선씨다. 현대그룹 고(故) 정주영 창업주의 4남 고 정몽우 전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아들이다.
우지영씨는 이번 계열 통합을 계기로 HN E&C를 정점으로 한스인테크, 한스케미칼자산(부실채권 관리), HN더블유(소송 승계 목적법인), 베트남 현지법인 한스비나 등 5개사로 이뤄진 계열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하게 됐다. 경영에도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
HN E&C는 전문경영인 함유식(55) 대표가 경영을 총괄하고 있지만 우지영씨도 SM홀딩스 합병 직후 이사회에 합류했다. 이외 이사진 3명 중 한 자리는 남편 박흥준(47) SM스틸 대표가 맡고 있다.
작년부터 분양수입이 잡히며 HN E&C의 재무구조도 부쩍 좋아졌다. 충청남도 천안시 성정동에 위치한 아파트 ‘천안역 경남아너스빌 어반하이츠’의 시행사다. 지하 1층~지상 최고 22층의 6개동, 293세대 규모로 올해 4월부터 입주가 시작됐다. 시공사는 SM그룹 건설사 중 하나인 삼환기업이다.
HN E&C는 2023년까지 매출(연결)이 전혀 없다가 작년 2월부터 천안역 경남아너스빌 분양수익으로 지난해 86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1억원 적자에서 278억원 흑자로 반전했다. 순이익도 403억원에 달해 결손금을 메우고도 잉여금이 397억원 쌓였다.
우 창업주의 5남매는 모두 SM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이 중 우지영씨가 비록 SM그룹 후계구도에서는 비켜나 있지만 건설․화학을 양 축으로 독자 사업기반을 갖춘 모습이다. 우연아(48) 삼라농원 대표, 우명아(44) 신화D&D 대표 등 우 회장 본처 슬하의 두 자매에 비해서도 행보가 왕성하다.
후계자 우기원, 개인회사 ㈜나진 통해 사업확장
현재 SM그룹의 후계자는 우기원(33) SM하이플러스 대표가 사실상 낙점된 상태다. 우 창업주의 외아들이자 사실혼 배우자의 두 자녀 중 장남이다. 딸 우건희(34)씨도 2021년 11월 설립한 1인 부동산 개발업체 코니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만한 사업적 행보는 없다.
우 대표는 SM그룹 3개 지주사격 계열사 중 삼라마이다스, ㈜삼라 지분을 우 창업주(74.01%·91.76%) 다음으로 각각 25.99%, 3.24% 보유하고 있다. 우 창업주의 2세들 중 유일하다.
오너 지배구조에서 보듯 후계 0순위인 우 대표 또한 최근 들어 경영 보폭이 부쩍 넓어지고 있다. 1인 회사 ㈜나진을 통해서다. 2021년 11월 1000만원으로 설립한 개인 부동산 개발공급업체다. 이사진도 우 대표뿐이다. 다만 작년까지는 눈에 띄는 행보가 없었다. ㈜나진이 작년 말 자산 15억원 가량에 2022~2024년 3년간 매출이 전혀 없는 이유다.
간헐적으로 소규모의 토지를 사들였을 뿐이다. 2023년 5월과 작년 7월 두 차례에 걸쳐 법원 경매를 통해 서울 구로구 개봉동 일원의 땅을 사들였다. 취득가 약 5억원에 총 1648㎡(499평) 규모다. 작년 1월에는 역시 법원 경매를 통해 광주광역시 서구 농성동에 위치한 토지 247.6㎡(75평)를 6억9100만원에 매입하기도 했다.
별다른 부동산 개발사업이 없었던 ㈜나진이 지난 5월 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대구광역시 북구 복현동 소재 ‘골든프라자(복현SKY)’ 공매 입찰에서 143억원에 낙찰자로 선정됐다. 1989년 건축 허가를 받은 지하 7층~지상 17층에 토지면적 2784㎡(842평), 연면적 3만9994㎡(1만2098평) 규모의 주상복합건물이다.
반면 1989년 착공된 뒤 1999년부터 건축주의 자금난, 유치권 소송 등이 겹치며 공정률 82% 상태에서 장기간 방치돼 대구의 대표적인 ‘도심 속 흉물’, ‘유령 빌딩’으로 불렸던 건물이다.
따라서 대구 골든프라자 매입은 우 대표의 첫 개발․분양 사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나진은 현재 법정관리 중인 상장사 CNH를 ‘스토킹호스(Stalking Horse)’ 방식으로 M&A에 나섰다. 제3자 유상증자 등 자본 유치 방법으로 진행되는 CNH 공개입찰에서 ㈜나진 보다 나은 조건을 제시한 곳이 없으면 ㈜나진이 인수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