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우물’을 팠다. 출혈 경쟁을 벌이는 ‘우물 안’ 내수시장에서 벗어나 수출로 활로를 뚫었다. 해외 수주의 물꼬가 사방에서 트였다.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갔다. ‘물 만났다’.
기업공개(IPO)로 이어졌다. 한 단계 더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하는 기회이자 ‘핏줄’ 위주의 경영구조를 손보는 전환점이 됐다. 창업주가 2세 삼남매 삼분(三分)구도의 뼈대를 잡는 계기로도 활용했다.
매출 4년 새 650억→5020억…이익률 30%대
신흥 중견기업 산일전기(SANIL ELECTRIC)는 1987년 8월 박동석(65) 현 회장이 창업했다. 한국산업기술대(현 한국공학대) 전기공학과, 고려대 대학원 전기공학 석사 출신이다. 전력기기 제조업체 유일전기에서 직장생활을 한 뒤 26살의 젊은 나이에 사업에 뛰어들었다.
오롯이 산업용 변압기(變壓器)에 주력했다. 교류전압을 높이거나(승압·昇壓) 낮추는(강압·降壓) 장치다. 승압용 대형 변압기는 대기업, 강압에 필요한 변압기는 중소기업이 주로 제조한다. HD현대중공업, 한국전력, 한국철도시설공단(현 국가철도공단) 등에 변압기를 납품하며 기반을 잡았다.
내수에 집중하던 대부분의 중소기업들과 달리 1990년대 후반부터 일본을 시작으로 중동, 유럽 등 해외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20여년 만인 2022년 미국 시장에서 전례 없는 기회가 찾아왔다. 수출 중심의 사업 전략은 마침내 위력을 발휘했다.
전기차 보급과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 미국 내 변압기의 70%가 25년 이상 노후화된 데 따른 교체 수요, 인공지능(AI) 산업 팽창에서 비롯된 데이터센터 증축 등 갖가지 요소가 수요를 일으켰다. ‘슈퍼싸이클’(초호황)에 진입했다.
매출이 한 해 많아야 648억원(2021년)에서 매년 천억원대 앞자리 숫자를 갈아치웠다. 2024년에는 3340억원을 찍었다. 수출 비중은 66.4%에서 3년 새 90.1%, 미국 비중은 12.8%에서 67.1%로 뛰었다. 영업이익은 5억원에서 1000억원을 넘어섰다. 영업이익률은 0.7%에서 32.7%로 수직 상승했다.
2024년 7월 IPO를 계기로 기세는 더 등등해졌다. 상장공모를 통해 2280억원을 당겼다. 주당 3만5000원(공모가), 1조원의 몸값으로 증시에 입성했다. 공모자금으로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 제1공장(본사) 인근에 2공장을 증설하는 등 생산능력(CAPA) 확충에 나서자 한 단계 더 올라섰다.
작년에는 5660억원의 수주를 올렸다. 매출은 5020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50.3%(1680억원) 성장했다. 수출 비중은 분기별로 95.7%~98.2%를 오르내렸다. 미국 비중은 4분기 84.7%까지 치솟았다. 영업이익 1820억원에 이익률이 36.2%로 뛰었다. 2년 연속 30%대를 유지했다.
부인, 상장 후 첫 ‘엑싯’ 예고…지분 10% 4870억
주가는 파죽지세로 뛰었다. 상장 이후 공모가를 밑돈 적은 2024년 9월 잠시 뿐이다. 작년 5월부터 반등하기 시작해 7월 말에는 10만원(종가 기준)을 돌파했다. 11월 초에는 16만8000원까지 상승했다. 현재(13일)는 14만5500원이다. 공모가 대비 315.7%(11만500원) 상승한 수치다. 시가총액은 1조660억원에서 4조4400억원으로 불어났다.
성공 뒤에는 보상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산일전기는 상장공모 당시 2280억원(650만주) 신주모집 외에 385억원(110만주) 구주매출을 실시했다. 주식을 내놓았던 이가 최대주주인 박 회장과 부인 강은숙(67)씨다. 절반씩 각 55만주다. 부부는 193억원씩을 손에 쥐었다. 부인은 한 발 더 나아갔다.
현재 박 창업주 부부의 주식 가치는 4배 넘게 폭등한 주가로 인해 어마무시해졌다. 경영권을 지탱하는 핵심 지분이다. 박 회장 35.9%(1096만5347주), 부인 19.11%(583만6600주)다. 이외 일가로는 처형 강은심(70)씨가 0.16%(5만주)를 가지고 있다. 합치면 55.17%(1685만1947주)다.
산일전기의 최대주주 등 6개월 의무보유(보호예수) 기간은 작년 1월 말 종료됐다. 박 회장은 현재까지 단 한 주도 처분하지 않고 온전히 소유하고 있다. 시장가치는 상장 당시 3840억원에서 1조6000억원으로 불어났다.
반면 강씨는 상장 후 첫 ‘엑싯’(Exit·투자회수)에 나선다. 다음달 13일부터 한 달 내로 10.0%(305만4520주)를 블록딜로 매각할 계획이다. 액수로 4870억원(내부자거래 사전공시 전일 9일 종가 15만9500원 기준)어치다. 실제 거래는 자본시장법에서 정한 ‘예정액의 ±30%(3410억~6330억원)’ 범위 내에서 이뤄진다.
박 회장이 오너십을 유지하는 데는 별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매각 뒤에도 부인은 9.11%(278만2080주)의 적잖은 주식을 보유한다. 부부 지분이 45.01%(1374만7427주)나 된다.
세월이 제법 흘렀다. 시간이 흐르고 환경이 바뀌고 사람도 변하는 게 세월이다. 주식자산 2조원을 바라보는 박 회장이 창업한지도 40년을 눈앞에 두고 있다. 2세 후계구도에 눈길이 쏠릴만한 시기다.
비록 주식 대물림은 걸음마조차 떼지 않았지만 서로 각기 다른 경영 현장에서 뛰고 있는 2세 3남매의 행보는 그래서 이채롭다. 박혜수(40), 박혜성(37), 박혜준(35)씨다. 박 회장이 IPO 과정에서 설계한 후계 삼분구도에서 비롯됐다. (▶ [거버넌스워치] 산일전기 ②편으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