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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음식 옛말"…'프리미엄 라면'이 뜬다

  • 2026.02.19(목) 07:00

잇따른 판매 호조…시장 고급화 흐름 뚜렷
원가 부담·가격 통제…이익 개선 전략 부상
'프리미엄' 체감 관건…차별성 강화 필요

/그래픽=비즈워치

한때 '값싸고 간편한 한 끼 식사'로 여겨졌던 라면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이른바 '프리미엄 라면'이 연이어 출시되며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늘어난 영향이다. 성숙 단계에 접어든 국내 라면 시장에서 고급화 전략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모든 게 변했다

최근 주요 라면업체들이 선보인 프리미엄 제품들은 출시 이후 판매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농심의 '신라면 골드'는 출시 한 달 만에 판매량 1000만개를 돌파했다. 신라면 골드는 농심이 지난 2023년 수출 전용으로 출시한 '신라면 치킨'을 모티브로 한국인 입맛에 맞춰 개발한 제품이다.

팔도와 삼양식품의 프리미엄 라면 역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팔도가 작년 말 시장에 내놓은 '상남자라면 마늘 육개장'은 지난 1월 기준 누적 판매 100만개를 기록했다. 상남자라면은 깊은 사골 국물에 마늘 후첨 스프와 풍성한 건더기를 더한 것이 특징이다. 이보다 앞서 출시된 '삼양1963'은 지난해 말 판매 700만봉을 넘긴 이후 현재까지 안정적인 판매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양식품이 반얀트리 서울과 협업해 출시한 '삼양1963' 콜라보레이션 메뉴 '얼큰 양지 라면 by 삼양1963'./사진=삼양식품 제공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단순히 신제품 효과가 아닌, 소비자 인식이 변화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 과거 라면은 가격 대비 양과 간편성이 구매 결정의 핵심 요소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맛과 원재료, 조리 경험까지 중시하는 가치 소비 성향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단순 끼니 해결을 넘어 '작은 사치'를 즐기기 위해 프리미엄 라면을 찾는다는 의미다.

여기에 외식 물가 급등과 고물가 장기화에 따른 이른바 '홈코노미' 확산도 프리미엄 수요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외식 한 끼 비용이 1만원을 훌쩍 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전문점 수준의 맛과 품질을 구현한 제품을 대안으로 선택하고 있다. '집에서 즐기는 대체재'라는 포지셔닝이 고가 정책에도 불구하고 가격 저항을 낮추는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비장의 카드

제조사 입장에서도 프리미엄 라면 확대는 선택이 아닌 전략적 대응이 되고 있다.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는 핵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라면 시장은 인구 감소와 소비 둔화에 따라 전체 물량을 확대하기에는 제한적인 상황이다. 밀가루, 팜유 등 주요 원재료 가격과 환율 상승은 물론 각종 비용 부담도 지속되고 있다.

이는 곧 원가를 압박하는 구조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말 삼양식품의 매출원가는 9525억원으로 전년(7021억원)보다 35.7% 늘었다. 원재료와 상품 사용에 투입한 금액이 5044억원에서 7129억원으로 41.3% 증가한 탓이다. 같은 기간 농심은 매출원가가 1.5% 소폭 확대됐다.

/그래픽=비즈워치

그럼에도 기존 제품 가격을 쉽게 올리기는 어렵다. 정부가 최근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이유로 20년 만에 '가격 재결정 명령' 카드를 꺼내는 등 식품·외식업계 전반에 대한 인상 자제 압박을 강화하는 기조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결국 기업 입장에서는 단가가 높은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워 평균 판매단가(ASP)를 끌어올리는 전략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향후 프리미엄 라면 시장은 계속해서 확대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리포트애널리틱스(MRA)에 따르면 전 세계 프리미엄 라면 시장 규모는 지난해 111억1000만달러(약 16조773억원)에서 오는 2030년 147억2000만달러(약 21조3013억원)로 32.5%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간 연평균 성장률은 약 5.4%다.

/사진=윤서영 기자 sy@

다만 프리미엄 라면이 시장의 뉴노멀(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일반 라면 가격 대비 2~3배 수준으로 높아졌음에도 맛이나 품질에서 체감되는 차별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즉 프리미엄 이름값에 걸맞는 소비자 경험이 뒷받침되지 못할 경우 반짝 유행에 그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이 통하려면 단순히 가격이 비싼 제품이 아니라 원재료, 풍미, 브랜드 스토리 등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가격 이상의 가치를 체감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과 품질 관리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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