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광고]는 우리나라 식품유통업계의 광고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광고들을 소개하고 그 뒷 이야기들을 펼쳐보는 콘텐츠입니다. 꼴찌 브랜드를 단숨에 1위로 만든 '최고의 광고'부터 잘 나가던 브랜드의 몰락을 불러온 '최악의 광고'까지, '광고의 정석'부터 '광고계의 이단아'까지. 우리의 인상에 남았던 여러 광고 이야기를 나눠 볼 예정입니다. 여러분의 추억의 광고는 뭔가요? 혹시 이 광고 아닌가요.[편집자]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다
맛동산 먹고 즐거운 파티~ 맛동산 먹고 맛있는 파티~
해태 맛동산 해태 맛동산~ 땅콩으로 버무린 튀김과자~
맛이 좋아 맛동산~해태 맛동산~
이 글을 아무 멜로디 없이 그냥 읽어내릴 수 있을까요. 아마 아닐 겁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30대 이상이라면 누구나 똑같은 멜로디를 흥얼거렸을 겁니다. 단 한 번만 들어도 잊을 수 없는 중독적인 멜로디와 가사. 요즘 나왔다면 아마 '수능 금지곡'이 됐을 이 노래. 해태제과의 '1호 스낵'인 맛동산의 CM송입니다.
해태제과는 1974년 2월 '맛보다'라는 스낵을 출시합니다. 당시는 1960년대 경제개발계획이 효과를 보면서 경제가 급격히 발전하고 식생활 문화도 서구화되던 시기였죠. 특히 베이비붐으로 어린이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며 '과자'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장수 과자 대부분이 이 시기에 출시됐죠. 해태제과가 '맛보다'를 출시한 것 역시 이런 흐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맛보다가 너무 잘 팔렸습니다. 당시 해태제과가 생산할 수 있는 맛보다 물량은 하루 100박스에 불과했는데요. 너무 잘 팔려서 판매를 중단합니다. 본격적으로 한 번 해 보자는 생각을 한 겁니다. 그리고 이듬해인 1975년 이름을 바꾼 '맛동산'을 내놓습니다.
맛동산은 출시 첫 해 500만 봉지가 팔렸습니다. 당시 매출은 약 5억원. 현재 물가로 환산하면 700억원 이상입니다. 해태제과는 다음 해 스낵과자 최초로 TV광고를 시도합니다. 바로 여러분이 보신 "맛동산 먹고 즐거운 파티" 노래가 흘러 나오는 그 광고입니다. 맛동산은 5년 후인 1980년엔 판매량이 열 배 늘어나며 연매출 50억원짜리 메가 히트 스낵이 됐습니다.
맛동산 CM송은 듣기 좋은 멜로디는 물론, 가사에 맛동산의 특징을 모두 잡아낸 명작입니다. 맛동산 노래는 'CM송 대부'인 가수 김도향 씨가 작곡했는데요. "땅콩으로 버무린 튀김과자"라는 가사는 맛동산의 특징을 한 번에 잡아내 줍니다. 튀김 과자이니 바삭한 식감이 연상되고요. 그걸 땅콩으로 버무리니 고소함이 가득하겠죠.
그래도 이 노래에서 가장 강조되는 부분은 역시 '파티'일 겁니다. 해태제과는 CM송으로 맛동산은 파티할 때 빠질 수 없는, 파티용 과자라는 인식을 심어 줬습니다. 억지 주장이 아닙니다. 맛동산은 과자 한 봉지에 100g 안팎이 일반적이던 당시에 200g이라는 파격적인 중량으로 출시됐습니다. 소득수준이 높지 않았던 당시에 온가족이 함께 먹을 수 있는 양을 추구한 겁니다.
'파티용 과자'라는 이미지 메이킹 역시 이런 '고중량'을 강조하기 위한 거였죠. 지금도 대용량 맛동산의 중량은 다른 스낵류와 비교를 불허하는 '300g'입니다. 여기에 알록달록 반짝이는 복주머니 모양의 포장도 집에서 혼자 즐기기보단 '파티'에 적합해 보입니다. 괜히 '파티 스낵'이 아닌 겁니다.
미투 제품이 없다
맛동산이 갖고 있는 또 하나의 재미있는 특징은 시장에 '미투 제품'이 없다는 겁니다. 다른 제과 기업들의 대표 제품들은 인기를 끌면 이후 우후죽순 비슷한 맛과 이름의 과자들이 쏟아져 나오곤 합니다. 하지만 지금 대형마트에 가 보면 맛동산과 비슷한 제품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사실 맛동산의 미투 제품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닙니다. 1975년 맛동산이 출시되자마자 대성공을 거두면서 미투 제품이 쏟아져나왔죠. 롯데제과의 '붐비나', 오리온(당시 동양제과)의 '도르리'가 대표적이고요. 이밖에도 맛대장, 맛참깨, 맛풍년, 맛나니, 맛진짜, 맛나라, 땅콩밥 등 수십개의 미투 제품이 쏟아져나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제품이 됐죠.
가장 큰 이유는 '맛'일 겁니다. 외형은 비슷하게 '튀김과자'에 땅콩을 뿌린 형태였지만 맛동산에는 두 가지 차별점이 있었습니다. 첫번째 차별점은 '발효'입니다. 맛동산은 국내 최초로 발효 공정을 도입한 스낵입니다. 과자 반죽을 발효해 바삭하면서도 입 안에 넣으면 살살 녹는 식감을 구현했다는 겁니다.
또 하나는 기름입니다. 기름으로 튀기는 유탕과자는 대부분 가격이 저렴한 팜유로 튀깁니다. 하지만 해태제과는 유채씨에서 채취한 '채종유(카놀라유)'로 맛동산을 튀겼습니다. 당시 팜유로 튀긴 스낵은 공기와 접촉하면 불쾌한 기름내가 나는 경우가 많았는데, 맛동산은 그런 일이 없어 소비자들이 맛동산만을 찾게 됐단 설명입니다. 맛동산은 지금도 팜유를 쓰지 않고 '옥배유(옥수수유)'와 '해바라기씨유'를 블렌딩한 기름으로 튀겨내고 있습니다.
해태제과가 당시 맛동산을 얼마나 신경써서 만들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 또 하나 있습니다. 맛동산은 원래 일본의 화과자인 '가린토'가 원형인데요. 막상 일본에는 맛동산만한 지위를 확보한 '양산형 가린토'가 없습니다. 여러 브랜드가 '가린토'를 내놓긴 하지만 '대형 브랜드'라고 할 만한 제품은 많지 않습니다.
반면 맛동산은 출시 이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국내 스낵류 매출 톱10을 유지하고 있는 제품입니다. 닐슨아이큐에 따르면 맛동산은 지난해 608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새우깡, 포카칩, 꼬깔콘, 프링글스, 오징어땅콩에 이어 6위를 차지했습니다. 해태제과 제품 중에는 '허니버터칩'을 제치고 1위입니다. 아직 파티에 '맛동산'을 챙겨 가는 어린이가 꽤 많다는 이야기일까요. 오늘은 저도 맛동산과 파티를 즐겨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