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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한국콜마, 6년 소송 완승…그래도 아쉬운 이유는

  • 2026.01.29(목) 07:00

인터코스와 전 직원과의 민·형사 소송서 완승
핵심 기술 유출됐는데…솜방망이 처벌 논란도

그래픽=비즈워치

한국콜마가 이탈리아 화장품 기업 인터코스의 한국법인(인터코스코리아)을 상대로 6년간 벌인 법정 공방을 최종 승리로 마무리했습니다.

이 사건은 2018년 인터코스코리아로 이직한 한국콜마 출신 연구원들이 선케어 핵심 기술을 유출하면서 시작됐습니다. 한국콜마는 형사·민사 소송을 거치며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었고 최근 소송 비용까지 돌려받았죠.

이번 사건은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K뷰티 산업의 기술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기술유출에 대한 처벌 수위가 피해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낮아 '솜방망이 처벌' 논란도 남겼습니다.

미국 간다더니

이번 사건은 2017년 7월부터 시작됐습니다. 당시 한국콜마에서 선케어 화장품 연구개발을 총괄하던 A씨는 이미 한국콜마를 퇴사한 B씨의 요청을 받고 한국콜마의 제조기술이 담긴 PC 화면을 휴대폰으로 촬영해 문자로 전달했습니다. A씨는 2008년 한국콜마에 입사해 약 10년간 근무한 핵심 인력이었습니다. B씨는 2007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콜마에서 근무했습니다

A씨는 이후에는 더 많은 기술들을 유출했는데요. 검찰 조사에 따르면 A씨는 한국콜마 보안전산망이 구글 웹브라우저 '크롬'에 취약하다는 점을 파악하고 기능성화장품 관련 파일 2424개를 구글 드라이브에 업로드했습니다.

이렇게 한국콜마의 기술들을 꺼내간 두 사람은 이듬해인 2018년 인터코스코리아에 나란히 입사했습니다. 특히 주범으로 꼽히는 A씨는 퇴사 과정도 논란이 됐는데요. 그는 2018년 1월 '미국으로 이주한다'며 한국콜마를 그만뒀지만 일주일 뒤 인터코스코리아에 출근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기술을 유출한 뒤 거짓 퇴사 사유를 대고 바로 경쟁사로 이직한 셈입니다.

한국콜마 종합기술원 전경. / 사진=한국콜마

이후 인터코스코리아가 선케어 사업을 키웠다는 점도 의혹을 키웠습니다. 인터코스코리아는 2017년까지 자외선 차단 제품을 전혀 판매하지 않았는데요. A씨가 합류한 2018년부터 갑자기 선케어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그 해에만 약 460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A씨와 B씨는 결국 2019년 11월 선크림 등 한국콜마의 처방 자료 및 영업비밀 자료를 유출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습니다. 법인의 임직원이 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하면 법인도 함께 처벌하는 양벌규정에 따라 인터코스코리아도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습니다.

완승

검찰 기소 후 약 2년 후인 2021년 8월 수원지방법원은 한국콜마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A씨에게 징역 10개월 실형을, B씨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는데요. 재판부는 한국콜마가 이들에 대해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는 점, A씨가 개인적 이익을 위해 범행했다는 점을 고려해 이 같은 판결을 내렸다고 하네요. 인터코스코리아에는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습니다.

2심 재판부도 A씨와 B씨에게 같은 선고를 내렸습니다. 다만 인터코스코리아에 대해서는 관리감독 의무를 소홀히 했다며 벌금을 1000만원으로 상향했죠. 마지막으로 대법원 역시 2024년 1월 A씨와 B씨에 대한 판결을 확정했는데요. 대신 인터코스코리아에 대해서는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그래픽=비즈워치

쟁점은 '미수'였습니다. 법원은 A씨가 영업비밀을 누설한 것은 인정했지만 그 기술로 실제 제품을 개발했다는 부정사용 부분은 미수로 판단했는데요. 검찰은 인터코스코리아가 2018년 460억원의 선케어 매출을 올린 것을 근거로 유출 기술 사용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명확한 인과관계 입증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대법원은 부정사용이 미수에 그친 부분에 대해서는 양벌규정을 적용해 법인을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고요. 2024년 10월 열린 수원지법 파기환송심은 이 같은 취지에 따라 인터코스코리아에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인터코스 측이 재상고하지 않아 형사재판은 확정됐죠.

한국콜마는 A, B씨와 인터코스코리아에 대해 영업비밀 침해금지 등을 청구하는 민사소송도 벌였습니다. 이 민사소송에서도 한국콜마는 완승을 거뒀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은 2023년 9월 인터코스코리아와 A씨·B씨에게 유출한 영업비밀을 폐기하고 2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고요. 2025년 초 진행된 2심도 같은 판결을 내렸고 같은해 7월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서 최종 확정됐습니다.

다만 인터코스코리아는 재판 과정 동안 이번 사건이 직원 개인의 일탈일뿐 회사 차원에서는 기술 유출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입장이이었는데요. 현재도 같은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3120만원까지

한국콜마는 최근 민사소송 비용까지 받아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인터코스코리아와 A씨로부터 각각 1560만원씩 총 3120만원의 민사소송비용까지 수령하게 됐는데요. 한국콜마가 이처럼 끝까지 이 소송을 끌고 간 이유는 단순히 돈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기술유출에 대한 법적 책임을 명확히 하고 향후 유사 사례를 막기 위해서였죠.

한국콜마는 30여 년간 선케어 분야에 수천억원을 투자하며 기술력을 축적해왔습니다. 2013년 업계 최초로 미국 FDA의 OTC 인증을 획득했고 현재 70여 건의 자외선차단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현재 한국콜마는 선케어로는 세계 1위 수준의 기술을 갖췄다고 평가 받습니다. 이런 기술이 한순간에 유출됐다는 점에서 피해가 클 수밖에 없었죠.

한국콜마 UV테크이노베이션 연구소에서 연구원이 자외선 차단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한국콜마

하지만 재판 결과만 놓고 보면 처벌 수위가 매우 가벼워 보입니다. 실제로 이 사건은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2023년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이 사례가 대표적인 기술유출 사건으로 거론됐는데요. 1년 만에 46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처벌은 미미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화장품뿐 아니라 바이오·제약 등 미래 성장동력 산업 전반에서 기술유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죠.

업계 관계자는 "30여년에 걸쳐 만든 화장품 제조기술을 1년 만에 유출해갔는데 기업에는 벌금 500만원, 기술 유출자는 징역 10개월형에 그쳤다"면서 "좀 더 강력한 기술유출 방지법을 마련해야 K뷰티 위상이 흔들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K뷰티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면서 국내 ODM 기업들의 기술력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비례해 국내외로의 기술 유출을 둘러싼 분쟁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이번 사례는 핵심 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대응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현행 처벌 수위로는 기술유출을 억제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드러냈습니다. 기술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인 시대에 실효성 있는 기술보호 방안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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