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뭐가 더 길까?
얼마 전 오랜만에 마트에 들렀습니다. 요즘은 휴대폰 하나만 있으면 집 앞까지 배달해주는 시스템이 너무나도 잘 되어 있기 때문에 마트를 갈 일이 사실상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편리한 대신 한 가지 단점이 있습니다. 냉장식품과 같이 신선도가 생명인 제품의 소비기한을 직접 눈으로 보고 살 수 없다는 점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냉장 코너 앞에 서자마자 매대에 쭉 늘어선 제품들을 보며 날짜를 샅샅이 비교하는 본능이 발동했습니다. 마트든 편의점이든 파는 사람 입장에서는 '선입선출'이 원칙이죠. 그러나 소비자는 대부분 가장 최근에 들어온 제품을 사고 싶어 합니다. 하루이틀 내에 먹을 제품이라도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게 어쩔 수 없는 사람 심리인 듯 합니다.
고민 끝에 소비기한이 넉넉하게 남은 두부 한 모를 사왔습니다. 이후 집으로 돌아와 냉장고에 넣으려는 찰나, 똑같은 두부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습니다. 매번 장을 볼 때마다 빼놓지 않고 두부를 사온 탓에 깜빡 잊고 있었습니다. 비록 소비기한은 지났지만, '먹어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도 어딘가 모를 찝찝한 마음을 씻어내기 위해 검색은 해봤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명확한 답을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1~2주 내에 먹어야 한다', '90일까지는 가능하다' 등 주장들이 모두 제각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두부 제조업체들은 잊고 있던 냉장고 속 두부를 언제까지 먹어도 된다고 보고 있을까요? 이번 [생활의 발견]을 통해 알아보겠습니다.포장의 힘
우리가 흔히 접하는 포장두부는 시장에서 직접 꺼내 파는 '판두부'보다 소비기한이 깁니다. 판두부는 대개 일주일 안팎으로 소비하는 것이 권장되는데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조사한 포장두부의 잠정 소비기한은 53일에서 69일 사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업들이 보수적으로 표기하는 두부의 소비기한(14~18일)과 비교하면 적게는 한달, 길게는 두달까지 더 섭취가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는 '밀봉 포장' 덕분입니다. 포장두부는 자동화된 공정을 통해 대량으로 생산되는데요. 만들어진 두부는 밀폐 용기에 넣고 충전수를 담은 뒤 공기를 최대한으로 제거해 밀봉합니다. 이후 고온 살균 과정을 통해 미생물을 제거합니다. 수일에 불과했던 두부의 소비기한을 수개월까지 대폭 늘려주는 핵심 비결이죠.
하지만 이런 두부의 소비기한을 연장하기 위해선 엄격한 조건이 뒷받침 되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미개봉', '일정한 저장 온도', '냉장 보관'이라는 삼박자가 갖춰져야 하는데요. 여러 외부적인 변수에 대한 노출을 피하면서도 완벽한 콜드체인(저온 유통) 유지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먼저 두부업체의 냉장 시스템 온도는 0~5도 사이로 맞춰져 있습니다. 세균 증식을 억제하는 온도이기 때문인데요. 그러나 제조된 두부를 유통할 때 사용하는 콜드체인 시스템의 온도는 10도 이하로 설계돼 있습니다. 두부업체가 보관에 심혈을 기울였다 해도 유통 과정 중간에서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뿐만아니라 마트에 두부가 진열된 다음부터는 아무리 냉장 코너에 있어도 온도 편차가 커질 수 있고요. 우리가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해 집으로 가져갈 때에도 냉장 기능이 떨어지는 게 일반적입니다. 여기에 일반 가정집 특성상 하루에도 수십번씩 냉장고를 열었다 닫았다 하는 만큼 외부 온도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언제든지 전제가 깨지기 쉬운 구조라는 뜻이죠.두부를 지켜라
결국 두부는 '어떻게 보관하는가'가 소비기한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론적으로 본다면 충분히 가능성은 있지만 충족시키기는 어렵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미 개봉한 두부는 두 말할 것도 없습니다. 유통과 보관 기술 자체가 '무력화'되기 때문에 최대한 빠르게 소비하거나 미련 없이 버리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그렇다면 남은 두부를 보관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한 번 알아볼까요? 밀폐용기에 두부가 완전히 잠기도록 물을 채운 뒤 뚜껑을 닫고 냉장 보관하는 게 일반적인 방법입니다. 부드러운 식감은 유지하면서 미생물 번식을 늦추기 위해 간수와 비슷한 소금물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같은 방식은 1~2일마다 물을 새로 갈아줘야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두부를 얼리는 것도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꼽히는데요. 냉장 보관과 마찬가지로 물에 담긴 두부를 냉동실에 넣으면 됩니다. 참 간단하죠. 여기서 다소 신기한 이야기는 냉동 상태인 두부의 색이 노란색을 띈다는 것과 해동하면 다시 하얀색으로 돌아온다는 겁니다. 두부에 든 단백질이 응축되기 때문이라네요.
어떠셨나요. 이번 [생활의 발견]도 유익하셨나요? '최대 3개월까지 먹어도 된다'는 것은 여러 전제가 유지되었을 때 가능한 이야기였습니다. 앞으로는 소비기한이 지난 두부를 보면 보관 환경과 제품의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섭취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럼 다음에는 더 재미있는 [생활의 발견]으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