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리대 업계가 잇따라 기존 제품 대비 절반가량 저렴한 '저가 생리대' 출시를 예고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우리나라 생리대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고 공개 지적하면서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생리대 브랜드들이 그동안 저가 제품을 '안 만든 것'인지, 구조적으로 '못 만든 것'인지를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대통령 한 마디에 '들썩'
최근 유한킴벌리, LG유니참, 깨끗한나라 등 국내 주요 생리대 업체들이 중저가 제품 확대 계획을 잇따라 내놨다. LG생활건강과 일본 유니참그룹의 합작사인 LG유니참은 오는 3월 기존 프리미엄 제품 대비 약 50% 저렴한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유한킴벌리는 기존 중저가 생리대의 오프라인 유통을 확대하는 동시에 새로운 중저가 제품을 추가로 선보이기로 했다. 깨끗한나라 역시 상반기 내 중저가 제품 출시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업계의 이런 움직임은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공정거래위원회·성평등가족부 업무보고에서 "우리나라 생리대가 평균적으로 엄청 비싸다고 한다"고 지적하며 주요 업체에 대한 현장 조사를 지시했다. 이어진 국무회의에서 그는 "우리나라 생리대는 해외 대비 40% 비싸다. 싼 것도 만들어서 팔아야 가난한 사람도 쓸 것 아니냐"며 저가 생리대 생산과 무상 공급 방안 검토를 주문했다.
실제로 국내 생리대 가격은 해외 주요국 대비 높은 수준이다. 2023년 여성환경연대가 국내 513종과 해외 11개국 69종의 생리대 가격을 비교한 결과, 한국 생리대의 개당 가격은 해외 평균보다 약 39.55%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국내 시장 점유율 1위인 유한킴벌리의 '좋은느낌(중형)'은 대형마트 기준 개당 221~375원에 판매되고 있다. 일본(170원대), 프랑스(210원대), 미국(265원)보다 100원 이상 비싸다.
과점 구조 역시 가격 논란의 주요 배경으로 지목된다. 국내 생리대 시장은 유한킴벌리, LG유니참, 깨끗한나라 등 3개 업체가 전체 시장의 약 90%를 점유하고 있다. 경쟁이 제한된 구조다 보니 가격 경쟁이 활발히 이뤄지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환경에서는 한 업체가 원가 상승이나 비용 부담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할 경우, 다른 업체들도 유사한 수준으로 가격 조정에 나서게 된다. 실제로 3개사의 대표 생리대 제품 가격을 비교해 보면 용량과 유통 채널을 고려하더라도 가격 차이는 1000원 미만에 그친다.
비쌀 수밖에 없는 구조
국내 생리대 가격 상승의 배경으로는 2017년 발생한 이른바 '생리대 파동'이 꼽힌다. 생리대 유해 물질 논란 이후 시장은 안전성과 기능성을 강조한 프리미엄·고기능 제품 위주로 재편됐다. 유기농, 무표백, 저자극, 흡수력 강화 등 각종 기능이 경쟁적으로 추가되면서 가격도 함께 상향 조정됐다. 그 결과 저가 제품은 선택지에서 밀려났고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비싼 제품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굳어졌다.
해외 시장과의 차이도 가격 격차를 키운 요인이다. 해외에는 부직포를 활용한 보급형 생리대가 널리 유통되지만, 국내 시장은 순면·유기농 제품 비중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제품에 주로 사용되는 '유기농 순면'은 '3년 이상 무농약 토양' 등 엄격한 국제 인증 기준 아래 생산된다"며 "국내는 경작지가 협소해 대규모 기계화 재배와 인증 관리가 어려워 대부분 수입산 원면에 의존하고 있고 까다로운 품질 관리가 요구되는 소재 특성상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유통 구조 역시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생리대는 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1+1', '2+1' 등 상시 판촉이 이뤄지는 대표적인 할인 상품이다. 정가는 1만원에 육박하지만 정가로 판매되는 경우는 드물다. 제조사들은 할인 행사를 하지 않으면 유통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할인 중심의 판매 구조가 굳어지면서 높은 정가와 잦은 판촉이 반복되는 가격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이번에 등장하는 중저가 생리대와 기존 생리대의 차이점은 '기능 축소'가 아닌 '선택과 집중'에 있다. LG유니참은 흡수력·착용감 등 기본 기능에만 집중해 가격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유한킴벌리 역시 프리미엄 제품과 동일한 안전 기준을 유지하면서 기능을 단순화한 제품을 별도 라인으로 운영한다는 전략이다. 고급 기능을 덜어내되 안전성만큼은 유지하겠다는 접근이다.
업계 관계자는 "저가 생리대는 그동안 안 만든 게 아니라 시장 구조상 크게 드러나지 않았던 것"이라며 "이번에는 정부 문제 제기와 여론 압박이 맞물리면서 기업들이 가격 접근성을 전면에 내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저가 생리대가 일회성 대응에 그칠지 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지는 유통 구조와 정부 정책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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