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롯데렌탈 매각이 무산됐다. 롯데는 유동성 위기설을 잠재우기 위해 알짜 계열사인 롯데렌탈을 매각에 나섰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롯데의 핵심 자산 유동화를 통한 재무 구조 개선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롯데를 향한 시장의 불안한 시선이 다시 고개를 들 것으로 보인다.
'1조6000억 수혈' 제동
공정위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리미티드의 롯데렌탈 인수와 관련한 기업결합 신고를 불허했다고 26일 밝혔다. 롯데렌탈과 SK렌터카는 국내 렌터카 시장 1·2위 사업자다. 공정위는 두 회사가 모두 어피니티의 지배 아래 놓일 경우, 장기 렌터카 시장에서 경쟁 제한 우려가 크다고 봤다.
실제로 2024년 말 기준 두 회사의 장기 렌터카 시장 점유율 합계는 38.3%다. 공정위는 이같은 구조가 '압도적 1개 대기업과 다수 중소 사업자'로 시장을 양극화할 수 있다고 봤다. 앞서 어피니티는 2024년 8월 SK렌터카를 인수했고, 지난해 3월에는 롯데렌탈 지분 63.5%를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한 뒤 공정위에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했다.
이번 결정으로 계열사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려던 롯데그룹의 구상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2024년 8월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하고 비핵심 사업 매각에 속도를 내왔다. 매각 대상이었던 롯데렌탈 지분 56.2%는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하고 있었다. 매각이 성사될 경우 약 1조6000억원의 현금이 유입돼 두 회사의 차입금 상환에 활용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기업결합 불허로 자금 조달은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시장에서는 특히 호텔롯데의 재무 부담을 우려하는 시선이 많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호텔롯데의 총 차입금은 8조3419억원이다. 이 중 만기가 1년 미만인 단기차입금 비중은 53.7%로 4조5264억원에 달한다. 예정됐던 대규모 현금 유입이 막히면서 향후 신용등급 하방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 설득이 관건
롯데그룹의 '유동성 위기설'이 다시 떠오르자 그룹은 즉각 진화에 나섰다. 이날 롯데 측은 "심사 결과의 취지는 존중하지만, 그룹 전반의 유동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그 근거로 △총 53조원 규모의 부동산 자산 △약 13조원의 가용 현금성 자산 △롯데케미칼의 선제적 구조조정 등을 제시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롯데렌탈 매각 지연과 별개로 비핵심 사업 매각과 포트폴리오 재편을 강도 높게 추진 중"이라며 "롯데케미칼의 해외 법인 매각과 NCC(나프타분해시설) 사업 효율화 등을 통해 중장기적인 재무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롯데는 이번 매각이 완전히 무산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룹 측은 "어피니티와 협의를 통해 공정위가 우려하는 경쟁 제한 요소를 해소할 수 있는 추가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롯데그룹이 일부 사업부 분할 매각 등 '부분 매각'을 포함한 다양한 수정안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단기간에 1조6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카드가 사라진 만큼 향후 롯데가 어떤 방안을 신속하게 제시할 것인가 여부에 유동성 위기설을 잠재울 열쇠가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보유한 자산 규모만 놓고 보면 롯데렌탈 매각이 무산된다고 해서 유동성 자체에 곧바로 문제 되는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다만 1조6000억원 규모의 현금 유입이 지연된 만큼 자금 운용 계획과 추가 유동화 방안이 얼마나 신속하게 제시되느냐가 시장의 평가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