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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롯데지주, 계열사 부진에 얼굴값도 '뚝'

  • 2025.01.03(금) 07:10

롯데케미칼·호텔롯데·하이마트 등 부진 계열사
2021년 계약보다 크게 줄어든 로열티 지불
25~27년 위기 지속…신동빈 "강도 높은 쇄신"

/그래픽=비즈워치

롯데그룹이 '위기설'까지 휩싸이며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지주사인 롯데지주도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각 계열사들의 실적이 악화하면서 롯데지주가 계열사들에게 받는 '상표권 수수료'가 크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상표권 수수료는 계열사들이 그룹 심볼 등의 상표를 사용한 대가로 내는 로열티를 말합니다. 통상 지주사들이 그룹 상표권을 보유하고 계열사들에게 그 수수료를 받습니다. 롯데지주의 수입원 중 가장 큰 것이 배당 수익 그리고 두 번째로 큰 것이 바로 이 상표권 수수료입니다.

롯데지주는 2022년부터 각 계열사의 당해 회계연도 매출액에서 광고선전비를 뺀 금액의 0.2%를 상표권 수수료로 받고 있습니다. 매출과 직접적으로 연동돼 있기 때문에 계열사들의 실적 악화는 곧 상표권 수수료의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죠.

계열사 부진 직격탄

롯데지주는 지난 2021년 말 계열사들과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의 상표권 수수료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당시 롯데지주는 롯데케미칼, 롯데쇼핑, 롯데건설, 호텔롯데 등 17개 계열사에게 총 4307억원의 상표권 수수료를 받기로 했습니다.

이는 롯데지주가 출범한 2017년 10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4년 3개월간 16개 계열사로부터 받기로 했던 3071억원보다 크게 증가한 금액입니다. 우선 수수료율이 올랐기 때문인데요. 롯데지주는 원래 0.15%였던 상표권 수수료를 2022년부터 0.2%로 올리기로 했습니다. 이외에도 주력 계열사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본 점도 작용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롯데케미칼입니다. 롯데케미칼은 2017년 말 계약 당시 2021년까지 총 456억원의 상표권 수수료를 내기로 했는데요. 2021년 말 계약을 맺은 2022~2024년 상표권 수수료는 1182억원까지 치솟았습니다. 그만큼 실적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롯데지주가 지난 3년간 롯데케미칼에게 수취한 상표권 수수료는 당초 계약보다 크게 쪼그라들었습니다. 롯데지주가 지난해 12월 말 정정 공시한 내용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2022~2024년(2022년~2024년 11월 거래금액과 2024년 12월 추정 거래금액 포함) 총 290억원의 상표권 수수료를 냈습니다. 이는 당초 계약했던 1182억원보다 75.5%나 적은 금액입니다. 이는 롯데케미칼의 실적이 그만큼 악화했기 때문입니다.

롯데케미칼은 2022년 연결 기준 7226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고 지난해에도 3331억원의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올해엔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이 6600억원까지 늘어난 상태입니다. 롯데지주는 상표권 사용 계약 내의 감면 조항까지 활용해 실적 악화에 시달리는 롯데케미칼의 수수료를 더 낮춰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주 수익 급감

다른 계열사도 마찬가지입니다. 호텔롯데도 상표권 수수료가 당초 계약보다 크게 줄었습니다. 호텔롯데는 당초 2022~2024년 417억원의 수수료를 내기로 했지만 실제로는 절반도 안 되는 172억원을 내는 데 그쳤습니다. 호텔롯데는 2022년 영업손실 799억원을 기록한 후 지난해 1326억원의 흑자를 내며 턴어라운드에 성공했죠. 하지만 주력사업인 면세점의 부진이 길어지며 올 3분기 누적 기준 285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다시 적자 전환했습니다.

롯데하이마트 역시 2022~2024년 262억원의 상표권 수수료를 내기로 했다가 98억원밖에 지불하지 못했습니다. 이외에도 △롯데쇼핑(653억원→575억원) △롯데건설(471억원→416억원) △코리아세븐(153억원→101억원) 등 대부분의 계열사가 당초 계약보다 적은 수수료를 냈습니다.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의 상표권 수수료가 104억원에서 207억원으로 거의 2배에 가까이 늘었지만 이는 롯데푸드와의 합병 효과 때문이었고요. 그나마 △롯데칠성음료(143억원→155억원) △롯데캐피탈(54억원→59억원) △롯데지알에스(52억원→54억원)가 지급한 상표권 사용료가 원래 계약보다 소폭 늘어난 게 위안이었습니다.

/그래픽=비즈워치

이 때문에 롯데지주가 벌어들이는 상표권 수익도 크게 줄었습니다. 롯데지주는 출범 이듬해인 2018년과 2019년 상표권 수익으로만 1000억원이 넘는 수익을 거둬들였습니다. 하지만 롯데지주의 상표권 수익은 △2020년 855억원 △2021년 981억원 △2022년 831억원 △2023년 893억원에 그쳤죠. 올해는 3분기까지 1002억원의 상표권 수익을 벌어들였는데 이는 정산 시점 차이 때문이었습니다.

이처럼 롯데지주가 벌어들이는 상표권 수수료에서도 롯데그룹이 처한 위기가 여실히 드러납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계속 재무 건전성에 대해 거론하며 위기 의식을 드러내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실제로 신 회장은 지난해 7월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 하반기 경영 방침 중 하나로 재무 건전성 관리를 꺼내들었습니다. 신 회장이 VCM에서 재무 건전성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신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강도 높은 쇄신을 당부하면서 그 첫 과제로 재무 건전성 개선을 거론했습니다.

지속되는 위기감

롯데그룹의 위기감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롯데지주가 지난해 말 계열사들과 체결한 2025~2027년 상표권 수수료 계약을 보면 알 수 있는데요. 실제로 롯데케미칼은 롯데지주와 2025~2027년 상표권 수수료로 총 1029억원을 내기로 계약했습니다. 이는 2021년 말 계약한 2022~2024년 상표권 수수료 지급 예정 금액보다 13.0% 줄어든 금액입니다.

2025~2027년에도 2022~2024년과 똑같은 0.2% 수수료율의 산정 방식을 적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3년 전과 현재의 실적 기대감이 어느 정도 달라졌는지 알 수 있겠죠. 물론 이는 롯데케미칼이 2022~2024년 롯데지주에게 실제로 지불한 수수료보다 3.5배나 큰 금액이지만 여기에는 감면 조항이 적용돼 있습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9일 '2024 하반기 VCM'에 앞서 개최된 '2024 롯데 인베스트먼트 쇼케이스'에서 고해상도 AR용 글래스 생산 스타트업 '레티널'의 기술 설명을 듣고 있다. / 사진=롯데지주

호텔롯데와 롯데하이마트의 상표권 수수료도 마찬가지입니다. 2025~2027년 호텔롯데는 290억원의 수수료를, 롯데하이마트는 142억원의 상표권 수수료 계약을 롯데지주와 체결했는데요. 2021년 말 계약과 비교하면 호텔롯데는 30.5%, 롯데하이마트는 45.7% 줄어든 금액입니다.

그래도 일부 계열사는 지난 3년간보다 다가올 3년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롯데칠성음료는 2025~2027년 170억원의 상표권 수수료를 내기로 하면서 2021년 계약보다 18.9% 늘어난 금액에 재계약 했고요.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지난해 말 체결한 상표권 수수료 계약금액 역시 2021년 말과 비교해 10.5% 증가했습니다.

신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올해는 전 세계적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경제 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습니다. 정말로 롯데그룹이 처한 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롯데그룹의 위기도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도 롯데그룹이 뼈를 깎는 쇄신에 나선 만큼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롯데그룹이 어떻게 변화할지, 더 나아지는 변화일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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