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6위 롯데그룹이 흔들리고 있다. 롯데그룹의 한 축을 담당하던 케미칼 사업 부진에 그룹의 근간인 유통 사업마저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였다. 롯데그룹은 진화에 나섰지만 업계와 시장의 우려는 여전하다. 이에 롯데그룹 위기설의 시작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롯데그룹의 노력 그리고 롯데그룹이 그리고 있는 미래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
올해 롯데그룹 경영의 방점은 재무구조 개선에 있다. 중장기 전략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은 과감히 접고, 유휴 자산을 정리해 현금을 확보하는 게 주요 골자다.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고 향후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곳간을 채워두는 것이 필수이기 때문이다.커져가는 불확실성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9일 2025년 상반기 VCM(옛 사장단회의)에서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각 계열사 대표와 그룹의 핵심 경영진들에게 "지금이 변화의 마지막 기회임을 명심해야 한다"며 "위기를 대혁신의 계기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앞서 신년사에서도 '고강도 쇄신'을 키워드로 꺼내든 바 있다. 이는 신 회장 스스로 현재 롯데의 상황이 녹록지 않음을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신 회장의 이같은 메시지는 그룹 내 위기의식이 반영된 결과다. 롯데는 최근 롯데케미칼로부터 불거진 유동성 위기설 이후 전사적으로 재무건전성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사업 환경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핵심 사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데다, 내수 침체와 고환율까지 겹쳤다. 여기에 다가올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이에 롯데는 올해 '선택과 집중'을 통한 체질 개선에 집중할 계획이다. 알짜 계열사 매각과 저수익 사업 청산 등 지난해부터 나서온 대대적인 쇄신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다. 실제로 롯데는 글로벌 사모펀드(PEF)인 어피니티에 롯데렌탈의 지분 56.2%를 1조6000억원에 매각했다. 또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된 롯데헬스케어를 설립 3년 만에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롯데헬스케어는 올해 상반기 중 법인 청산 절차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아울러 롯데는 위기설의 진원지로 꼽히는 롯데케미칼의 회사채 조기상환 리스크 해소를 위해 그룹의 상징인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내놨다. 이를 통해 총 4조원의 가용 유동성 자금(보유예금 2조원 포함)을 확보했다. 더불어 해외 자회사 지분을 활용해 1조3000억원 규모의 실탄도 마련했다."돈 안 되는 사업 접어라"
유통 부문에선 호텔롯데를 중심으로 자산 유동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호텔롯데는 'L7'과 '롯데시티호텔'의 일부 지점을 처분해 6000억원가량의 현금을 확보할 예정이다. L7의 명동점과 홍대점, 울산 롯데시티호텔이 유력한 매물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가 이어지는 만큼 매각 적기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때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했던 면세점 사업은 이익이 나지 않는 해외 점포 철수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쇼핑 패턴이 변화한 탓에 면세점을 찾는 발길이 줄어들어서다. 이에 따라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월드타워점 전체 면적(3967평)의 35%(1391평)를 차지했던 타워동 매장을 없애 비용 절감에 나섰다.
2009년 이후 15년 만에 자산 재평가에 나선 롯데쇼핑은 올해도 비핵심 점포의 정리를 중점에 둘 전망이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매출 하위 점포로 꼽히는 롯데백화점 마산점을 폐점했고, 현재는 부산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롯데가 그룹 차원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자 일부 사업도 매각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롯데칠성음료의 주류사업과 롯데하이마트다. 롯데는 이같은 매각설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등에선 이들 모두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실현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선제적인 재무 전략 수립을 바탕으로 재무건전성을 제고할 계획"이라며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위한 체질 개선을 이끌어내는 등 재도약의 토대를 다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