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제품이 쏟아지는 소비의 시대. 뭐부터 만나볼지 고민되시죠. [슬기로운 소비생활]이 신제품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제품들을 직접 만나보고 가감없는 평가로 소비생활 가이드를 자처합니다. 아직 제품을 만나보기 전이시라면 [슬소생] '추천'을 참고 삼아 '슬기로운 소비생활' 하세요.[편집자]
*본 리뷰는 기자가 제품을 팔도로부터 제공받아 시식한 후 작성했습니다. 기자의 취향에 따른 주관적인 의견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강한데 약한
팔도는 국내 라면 시장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시장 점유율로는 농심과 삼양식품, 오뚜기에 이은 4위다. 그 밑으로는 건면만 제조하는 풀무원과 신생 기업인 하림산업 정도가 주요 라면 제조사다. 점유율이나 순위로만 보면 중하위권이다.
하지만 개별 제품들을 놓고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팔도의 상징과도 같은 '팔도비빔면'은 국내 라면 판매량 톱10에서 빠진 적이 없는 핵심 제품이다. 톱10 중 '불닭볶음면'과 함께 둘 뿐인 비국물라면이고 유일한 '차가운 라면'이다. 여름 시즌만큼은 '신라면'이 부럽지 않다.
그렇다고 팔도가 '비빔면' 하나만 믿고 있는 것도 아니다. 컵라면으로 넘어오면 육개장 다음가는 위치인 '왕뚜껑'이 있다. 왕뚜껑 역시 라면 판매량 톱10을 오간다. 연간 500억원어치 이상이 팔린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에서는 컵라면과 동의어인 '도시락'이 뒤를 받치고 있다. 이정도면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 제품 라인업이다.
그럼에도 라면업계에서 팔도가 강자 노릇을 하지 못하는 건 '기본기'인 봉지라면이 약하기 때문이다. 팔도의 봉지라면 중 가장 매출이 높은 제품은 연매출 수십억원 수준의 '꼬꼬면'이다. 비빔면은 여름에 매출의 70% 이상이 발생한다. 컵라면은 사실상 '편의점용' 라면이다. 히트 봉지라면의 부재는 고민일 수밖에 없다.
팔도가 봉지라면을 잘 만들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한 건 아니다. GS25의 히트 라면인 '오모리김치찌개라면', 매운 라면의 원조 격인 '틈새라면'은 출시 후 꾸준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의 봉지라면과 명확한 차별점이 있는, 개성있는 라면이었다. '포텐셜'이 터질 가능성은 있는 유망주라는 이야기다.
남들과는 다른 길
그런 팔도가 이번에 '상남자라면'을 내놨다. 지난 2013년 개그맨 이경규와 손잡고 출시한 마늘 풍미의 쇠고기 국물 라면 '남자라면'을 업그레이드한 제품이다. 기존 봉지라면보다는 비싸고 경쟁사의 프리미엄 라인인 '삼양1963'이나 '신라면 블랙'보다는 저렴한 1700원대의 '틈새' 프리미엄 콘셉트다.
기존 남자라면이 일반적인 쇠고기국물 라면에 마늘향을 얹은 수준이었다면 '상남자라면'은 말 그대로 마늘을 '때려넣은' 제품이다. 면 반죽에는 마늘 시즈닝 분말을 넣었고 스프에도 조미마늘농축분, 구운마늘시즈닝, 동결건조마늘다이스, 마늘향오일 등을 욱여넣었다. 여기에 제품명에도 '마늘 육개장'이라고 표기해 마늘맛을 강화했음을 알렸다.
상남자라면을 끓여 보면 강한 마늘향이 가장 먼저 후각을 자극한다. 최근 프리미엄 라면에 빠지지 않는 후첨스프가 비결이다. '마늘스프'라고 이름을 붙여도 될 법하다. 실제로 후첨스프를 넣지 않은 상남자라면은 기존 남자라면과 큰 차이가 없는 일반적인 빨간 국물 라면이다.
하지만 흰 후첨스프를 넣는 순간 라면의 인상이 완전히 바뀐다. 먼저 마늘향이 확 올라오며 고소하고 알싸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국물과 어우러진다. 얼큰하지만 요즘 나오는 '매운 라면'처럼 자극적이거나 부담스러운 매운 맛은 아니다. 구운 마늘의 풍미와 쇠고기 베이스 국물의 감칠맛도 잘 어울린다. 한국인이라면 일단 밥부터 말고 볼 만한 국물이다.
국물에 떠 있는 마늘 후레이크는 면과 함께 씹힐 때마다 알싸함이 입 안에 가득 퍼진다. 마늘이 많이 들어간 만큼 국물이 다소 단 경향이 있는데, 마늘 후레이크의 알싸함이 단 맛을 잡아 줘 쉽게 물리지 않는다. 집에서 라면을 끓일 때 다진 마늘을 넣는 레시피가 많은데, 그 맛을 구현한 느낌이다. 면의 식감이 다소 아쉬운 점은 있지만 국물만큼은 100점을 줘도 아깝지 않다.
재미있는 건 상남자라면이 다른 프리미엄 라면과 완전히 다른 방향성을 잡았다는 점이다. 상남자라면의 강한 마늘향은 한국인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다. 그런 만큼 최근 한국 라면들이 앞다퉈 공략 중인 서양권에서는 통하기 어렵다. '내수용 라면'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이는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국내 라면 시장에서 팔도의 포지션을 고려하면 장점이 될 수도 있다. 경쟁사들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며 '너무 매운' 챌린지용 라면이나 크림 파스타 풍의 라면을 내놓을 때 'K소비자'를 겨냥한 제품으로 내수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의 야성을 잃은 신라면, 뒷걸음질 중인 진라면을 대체할 만한 'K라면'의 자질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