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편집자]
이게 되네
'래칫 효과(ratchet effect)'라는 말이 있습니다. 래칫은 역회전하지 않고 한 쪽으로만 돌아가게 설계된 톱니바퀴를 의미하는데요. 관성 효과라고도 합니다. 원재료 가격이 오를 때는 제품 가격이 인상되지만 원재료 가격이 떨어졌다고 제품 가격이 떨어지지는 않는 현상은 유통업계에서의 '래칫 효과'의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실제로 기업들은 원재료 가격이 올랐다며 가격을 올리다가도 원재료 가격이 안정되면 인건비나 물류비용, 하다못해 '다양한 요인'에 의해 가격을 내릴 수 없다며 발을 뺍니다. 저도 일시적인 할인이 아닌, '가격 인하'를 하는 기업을 본 일이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졌습니다. 대통령의 한 마디에 가격을 내리는 기업들이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9일 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 등에서 "한국의 생리대 가격이 해외보다 39% 비싸다"면서 실태 파악을 주문했습니다. 다음날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생리대를 싸게 만들어서 무상공급하는 걸 한번 연구해 볼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자 시장은 빠르게 반응했습니다. 유한킴벌리와 LG애니참, 깨끗한나라 등 생리대 제조사들이 일제히 저렴한 생리대 공급을 약속했습니다.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던 쿠팡도 개당 99원짜리 초저가 생리대를 출시했죠.
이 대통령은 앞서 밀가루와 설탕 등 기초 식자재 가격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았습니다. 제조사들이 담합을 통해 가격을 올리고 있다며 '영구 퇴출'까지 거론했습니다. 최근 공정위는 CJ제일제당과 삼양사, 대한제당 등에 총 408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는데요. 제당사들은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이후인 지난해 7월과 11월, 올해 1월 세 차례에 걸쳐 설탕 가격을 내렸습니다.
담합 조사가 진행 중인 밀가루 역시 CJ제일제당과 대한제분 등 주요 제조사들이 조사가 시작된 후 가격을 인하했죠. 주요 생필품 제조사들이 이렇게 일제히 가격을 내리는 건 보기 드문 일입니다. 그만큼 정부의 물가 안정에 대한 의지가 강력하다는 의미일 겁니다. 매년 초면 연례행사처럼 벌어지던 릴레이 가격인상도 올해엔 보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갈 길 간다
이런 정부 기조에도 불구하고 '마이 페이스'를 유지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프랜차이즈 업계입니다. 코로나19 때 급등했던 주요 원재료 가격이 안정되고 국내 원재료 공급사들도 가격을 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버거 업계입니다.
버거킹은 지난 12일부터 대표 메뉴인 와퍼와 와퍼 주니어, 프렌치프라이 등 주요 메뉴 가격을 100~200원 올렸습니다. "수입 소고기 패티와 번류, 채소류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고, 각종 외부 요인에 따른 원가 부담이 증가했다"는 이유를 달았죠. 라이벌 맥도날드도 바로 뒤를 따랐습니다. 지난 20일부터 빅맥과 불고기버거 등의 가격을 최대 400원 인상했습니다.
이들이 오랜만에 가격을 올린 것도 아닙니다. 맥도날드는 지난해 3월 가격을 한 차례 올렸습니다. 채 1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입니다. 2024년에도 한 차례, 2023년과 2022년엔 각각 2차례씩 가격 인상에 나섰습니다.
한 번의 가격 인상마다 100~200원씩 올라 티가 덜 나지만 '티끌 모아 태산'입니다. 2022년 4600원이었던 빅맥 단품은 이제 5700원입니다. 인상률은 24%에 달합니다. 버거킹도 비슷합니다. 2022년 2차례, 2023년 한 차례, 지난해 한 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6100원이었던 와퍼 단품은 7400원이 됐죠. 인상률은 21.3%입니다.
커피업계 역시 가격 인상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커피빈은 드립커피 등 일부 커피 가격을 300원 올렸고요. 더본코리아의 빽다방도 카페모카 가격을 올렸습니다. 바나프레소, 브루다커피 등 중소 저가커피 브랜드들도 가격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캡슐커피 브랜드인 네스프레소도 캡슐 커피 14종을 최대 7% 올렸습니다.
업계에서는 대기업 제조사의 경우 정부가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지만 외국계이거나 가맹점 구조를 띠고 있는 프랜차이즈 외식 시장의 경우 정부 주도의 가격 통제 방식이 통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합니다. 버거 프랜차이즈 중 외국계인 맥도날드와 버거킹만 가격을 인상하고 국내 브랜드인 롯데리아와 맘스터치 등은 가격을 올리지 않은 것도 정부에 대한 입장 차이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하지만 설탕이나 밀가루만큼이나 서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게 바로 외식 물가입니다. 점심 한 끼 가격이 1만원을 훌쩍 넘어선 상황에서 외식 물가를 잡지 못한다면 서민들의 체감 경기는 점점 더 악화될 겁니다. 식품업계에 견고하게 자리잡았던 '가격 톱니바퀴'를 깬 이재명 대통령이 외식업계의 톱니바퀴도 거꾸로 돌릴 수 있을까요. 올해 외식업계의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