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설탕 가격 담합에 참여한 제당사들에 대해 4000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된 제당 업체들의 가격 담합 행태에 철퇴를 가한 셈이다. 공정위의 철퇴에 제당 업체들도 결국 고개를 숙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에 대해 과징금 총 4083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12일 밝혔다.
공정위가 이번에 부과한 과징금 규모는 그간 공정위가 담합 사건에 부과한 과징금 중 총액 기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또 사업자당 부과되는 평균 과징금 규모는 1361억원으로, 사업자당 평균 부과 금액 기준으로는 최대 금액이다.
공정위는 이들 3개 업체가 지난 2021년 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총 8차례(인상 6차례, 인하 2차례)에 걸쳐 설탕 판매 가격 변경의 폭과 시기 등을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설탕의 주재료인 원당 가격이 오르는 시기에는 원가 상승분을 신속히 가격에 반영하기 위해 공급 가격 인상 시기와 폭을 합의한 후 이를 반영했다. 이때 가격 인상을 수용하지 않는 수요처에 대해서는 3사가 공동으로 압박했다.
반면, 원당 가격이 하락하는 시기에는 원가 하락분을 더 늦게 가격에 반영하기 위해 원당 가격 하락 폭보다 설탕 가격을 더 적게 인하하고 인하 시기도 지연시키기로 합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은 가격 변경의 폭과 시기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 실행에 옮기는 데에도 치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각 수요처별로 점유율이 가장 높은 제당사가 협상을 주도하고 협상 경과를 수시로 공유했다. A 음료회사는 CJ제일제당이, B 과자회사는 삼양사가, C 음료회사는 대한제당이 주도해 협상하는 식이다.
결국 제당사들은 원당 가격 인상 등을 이유로 가격 인상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을 때 한 번도 실패하지 않고 가격을 인상했다. 반대로 원당 가격 인하로 가격 인하 요인이 발생했을 경우엔 가격을 인하하지 않거나 인하 폭을 최소화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담합 행위를 통해 제당사들은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었던 반면, 수요처들은 가격 인상 압박을 받게 됐다”며 “최종적으로는 식료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조치가 발표되자 제당사들은 일제히 사과문을 내놨다.
CJ제일제당은 “고객과 소비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다시는 이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신속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사안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있으며, 다시는 이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제당협회 탈퇴, 원가 등에 연동한 투명한 판가 결정 시스템 도입, 내부 통제 시스템 강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신속히 이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양사도 “공정위의 조사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며, 일부 B2B 영업 관행과 내부 관리 체계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관련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법규에 따라 필요한 후속 조치를 성실히 이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업계에서 설탕 가격 담합에 대한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있었다”며 “이번 공정위 조치를 통해 투명한 가격 체계가 자리 잡기를 바란다. 업체들도 ‘일단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가 아닌, 철저한 내부 반성을 통해 그동안의 잘못됐던 점들을 바로잡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