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티'를 앞세운 중국 차(茶) 음료 브랜드들이 잇따라 한국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차백도'·'미쉐'·'헤이티'에 이어 '차지'까지 가세해 서울 핵심 상권에 매장을 내는 중이다. 이들 브랜드는 중국 내에서만 수십만개의 매장을 운영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이 노리는 한국 차 시장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유행 사이클이 빨라 정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새로운 차 음료의 공습
중국 차 브랜드 차지(霸王茶姬·빠왕차지)는 오는 2분기 내에 서울 강남·용산·신촌에 매장 3개를 동시에 오픈하기로 했다. 2017년 중국 윈난성 쿤밍에서 설립된 차지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전 세계 7338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글로벌 차 브랜드다. 중국 전통 문화를 내세운 로고로 잘 알려져 있다. 중국 전통 잎차를 기반으로 한 건강 음료 이미지를 강조한다.
차지는 지난해 5월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해 한때 시가총액이 60억달러(8조8000억원)에 달할 정도였다. 현재 시가총액은 약 20억달러(약 2조90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1~3분기 누적 매출은 99억위안(약 2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런 차지와 같은 브랜드를 중국에서는 '새로운 차 음료'라는 뜻의 '신차음(新茶饮)'이라고 부른다. 신차음은 2010년대 초반 중국에서 등장해 생과일, 치즈폼, 매장에서 직접 우린 신선한 차를 결합한 프리미엄 음료로 성장한 카테고리다. 한국에서는 모두 밀크티로 통칭되지만 신차음은 기존 분말 기반 버블티와 달리 신선한 재료를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차지 이전에 한국에 진출한 신차음 브랜드로는 미쉐·차백도·헤이티 등이 있다. 미쉐(蜜雪冰城·미쉐빙청)는 2006년 설립돼 아이스크림과 밀크티를 약 3~4위안(600~800원)에 판매하는 '초저가' 전략을 앞세워 성장했다.
중국 현지 4만8000여 개, 해외 4700여 개 등 전 세계 5만3000여 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매장 수로 전 세계 스타벅스를 넘으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2022년 한국에 진출해 홍대, 건대, 성균관대 등 대학가 상권에서 16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차판다(ChaPanda)'로 알려진 차백도(茶百道·차바이다오)는 홍콩 디저트인 망고 폼멜로 사고를 음료로 재해석한 제품으로 인기가 높다. 2024년 4월 홍콩 증시에 상장했으며 현재 시가총액은 100억홍콩달러(1조87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상반기 매출액은 24억9960만 위안(5300억원)이며 6월 말 기준 중국 매장 수는 8444개다. 한국 시장에는 2024년 진출해 해외 매장 21개 중 가장 많은 11개를 두고 있다.
헤이티(喜茶·HEYTEA)는 2012년 설립돼 신차음 열풍을 시작했던 브랜드다. 치즈폼과 과일주스를 결합한 음료로 중국 중국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 내에서 매장 4000여 개를 운영하고 있다. 2024년 한국 시장에 진출해 강남, 명동, 홍대 등 서울 주요 상권에 매장을 두고 있다.
중국도 좁다
중국 신차음 브랜드들이 한국 진출에 속도를 내는 것은 자국 시장 경쟁이 과열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체인경영협회(CCFA)와 메이퇀 연구소에 따르면 중국 내 신차음 매장은 2024년 기준 약 51만5000개로 2020년보다 36%나 증가했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폐점하는 매장도 늘어나고 있다. 중국 외식 데이터 플랫폼 자이먼찬옌(窄门餐眼)에 따르면 지난 2024년 말 기준 최근 1년간 약 15만개 밀크티 매장이 문을 닫았다.
이 때문에 중국 브랜드들은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쉐의 경우 동남아를 중심으로 해외 매장 4733개를 운영 중이다. 차지는 미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등에 진출해 있다. 헤이티 역시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해외 매장을 100개 이상 운영하고 있다.
중국 브랜드들이 특히 한국 시장에 주목하는 것은 성장성과 소비자 특성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차 시장 규모는 2020년 1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1조5800억원으로 43% 성장했다. 한국 소비자들의 구매력과 프리미엄 음료에 대한 수용성이 높다는 점 역시 영향을 미쳤다.
차지 관계자는 "한국은 세계적으로 카페 문화가 발달한 시장이며 동시에 품질과 장인정신을 중시하는 소비자 기반을 갖고 있다"며 "최근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차 기반 음료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고, 소비자들이 커피 외에도 보다 다양한 음료 선택지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커피 말고 차?
하지만 중국 차 브랜드들의 한국 정착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은 여전히 커피 소비가 압도적인 '커피 공화국'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커피전문점 수는 지난 2022년 이미 10만개를 넘어섰다. 특히 최근 저가 커피 열풍이 거세지면서 빽다방,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같은 브랜드들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 밀크티 브랜드들의 입지는 점차 좁아지고 있다. 국내 밀크티 시장 1위인 공차조차 국내에서는 부진한 상황이다. 공차코리아의 국내 매출은 2022년 1282억원에서 2024년 1197억원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022년 154억원에서 2024년 21억원으로 86% 줄었다.
한국 시장 특성상 유행 주기가 짧다는 점도 리스크 요인이다. 2020년대 초 높은 인기를 끌었던 흑당 밀크티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때 1시간 대기줄이 생길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대만 밀크티 브랜드 '타이거슈가'는 2020년 52개에서 2024년 3개로 매장이 94% 감소했다.
다만 유행에 민감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차 음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기회 요소다. 스타벅스 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20대 티 음료 판매량은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전 연령층의 티 음료 성장률(8%)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차 음료 시장 자체는 성장하고 있지만 유행 사이클이 빠른 한국에서 브랜드로 정착하는 것은 별개 문제"라며 "참신함을 넘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