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혁신적인 알약을 '스타벅스 한 잔' 가격인 하루 5달러(월 150달러)에 공급할 것입니다." (일라이 릴리 최고과학책임자 다니엘 스코브론스키)
세계 제약·바이오 업계의 시선이 쏠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현장은 각 기업들의 총성 없는 비만약 전쟁터로 변했다. 특히 일라이 릴리가 파격적인 경구용 비만약 가격 정책을 발표하면 비만치료제 시장 지각변동에 불을 당겼다.
암젠, 화이자 등 후발주자들도 편의성, 안전성 등을 강화한 제품으로 시장의 틈새를 열기 위해 도전했다.
노보 기습 선공, 릴리 스타벅스 반격
사실 선공을 날린 건 '경구용 위고비'를 허가받은 노보 노디스크다. 노보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개막 직전인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에 경구용(먹는) GLP-1 제제인 '위고비 정제'를 출시했다.
충격적인 건 가격이다. 노보는 보험 미적용 환자들을 대상으로 초기 용량(1.5mg)을 월 149달러(약 22만원)에 판매하는 파격적인 가격정책을 내걸었다. 이는 기존 주사제 가격의 20~30% 수준에 불과하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가격 장벽을 무너뜨리는 강수를 둔 것이다.
이에 질세라 일라이 릴리도 13일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발표장에서 맞불을 놨다. 릴리 경영진은 허가가 임박한 경구용 비만약 '오포글리프론(Orforglipron)'의 목표 가격을 하루 커피 한 잔 값인 '5달러(월 150달러)'로 제시했다.
두 회사가 경구용 비만약 초저가 경쟁을 시작한 셈이다. 생산 단가가 낮은 경구제를 무기로 기존 주사제 환자를 대거 흡수하는 판을 바꾸는 전략이다.
노보, '카그리세마'로 '젭바운드' 잡는다
비만약 주사제 시장의 경쟁 역시 치열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후속 파이프라인 '카그리세마(CagriSema)'를 앞세워 젭바운드·마운자로에 뺏긴 시장 점유율 회복을 다짐했다.
카그리세마는 세마글루타이드(GLP-1)와 카그릴린타이드(아밀린 유사체) 병용성분으로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해 연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약 허가 신청을 했다.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20% 이상의 감량 효과를 내면서 경쟁력을 확인했다.
또한 자체 경구제로 임상 3상을 준비중인 '아미크레틴(Amycretin)' 개발에도 속도를 내며 릴리의 공세에 맞불을 놓을 준비를 마쳤다.
후발주자들 '품질·틈새 전략' 대응
후발 주자들은 '투약 편의성'과 '다이어트의 질(Quality)'로 승부수를 띄웠다.
암젠은 '지속성'을 무기로 꺼내 들었다. 임상 3상 개발 중인 '마리타이드(MariTide)'는 매일 먹거나 매주 맞아야 하는 경쟁 약물과 달리, 월 1회 혹은 분기 1회 투여만으로 효과가 지속된다. 암젠 측은 "잦은 투약에 지친 환자들에게 '자유'를 주는 것이 진정한 혁신"이라며 투약 중단 후에도 효과가 오래가는 데이터를 강조했다.

로슈와 리제네론은 '근육 보존'에 집중했다. 급격한 체중 감량 시 발생하는 근손실과 피부 처짐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지방만 선택적으로 태우는 기전을 앞세워 '건강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수요층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셀트리온도 근손실 부작용을 개선한 4중 작용제인 CT-G32를 개발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지난해 비만약 개발사 멧세라를 인수한 화이자는 올해 말까지 10개의 임상 3상 연구에 착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화이자 CEO '알버트 불라(Albert Bourla)'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지에서 비만약 시장을 두고 "비아그라처럼, 보험급여가 없더라도 사람들이 기꺼이 돈을 내고 구매하는 시장"이라면서 "상업화·개발·발굴에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