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장의 문은 넓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그 문을 통과할 티켓은 '확실한 성과'를 증명한 기업에게만 주어질 것입니다."
2026년 바이오 기업공개(IPO) 시장에 대한 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천명한 코스닥 시장의 '다산다사(多産多死·진입 장벽은 낮추고 퇴출은 신속하게)' 정책과 역대급 증시 호황이 맞물려 상장 도전 기업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국거래소의 심사 관문을 통과하기는 여전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산다사'가 쏘아 올린 기대감
올해 IPO 시장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양적 팽창'이다. 정부가 역동적인 자본시장을 위해 상장 문턱을 낮추겠다는 시그널을 보냈고 코스피 지수가 4500포인트를 넘는 등 환경도 우호적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올해부터 오는 2028년까지 상당수 기업들이 예비심사 청구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난 2018~2020년 바이오 붐 당시 결성된 대규모 펀드들의 만기가 도래하며, 투자금 회수(Exit)를 위한 상장 도전도 줄을 이을 전망이다.
한 바이오텍 관계자는 "회사는 성과를 낸 후 상장하자는 계획이었지만 투자자들은 IPO 활황 시기를 놓치지 말라며 빠른 상장 절차 돌입을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산다사의 역설… "퇴출보다 미리 거른다"
상장의 문턱이 쉽사리 낮아지진 않을 전망이다. '다산다사'의 핵심인 '빠른 퇴출'이 오히려 진입 장벽을 높이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어서다. 거래소 입장에서는 향후 퇴출될 가능성이 있는 부실 기업을 애초에 상장시켜 시장의 건전성을 해칠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변정훈 넥스트게이트파트너스 대표는 "장이 좋아 상장 도전은 많아지겠지만, 거래소의 심사 허들은 낮아지기는커녕 작년(2025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거나 더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 대표는 "거래소가 부실 기업을 정리(상장폐지)하려는 기조가 강한 상황에서, 어차피 정리해야 할 기업을 올려줄 리 만무하다"며 "결국 '빅 딜'이 있거나, 누가 봐도 납득할 만한 '확실한 성과(숫자)'가 있는 기업만 통과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디지털헬스케어·의료기기 '돈 버는 기업' 주목
이러한 기조는 섹터의 변화로 이어진다. 미래 가치(꿈)를 먹고 사는 '순수 신약 개발' 기업보다는, 당장 매출이 찍히는 '의료기기', '디지털 헬스케어', 'AI 의료' 분야가 IPO 시장을 주도할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 2025년 IPO 시장을 복기해보면 순수 신약 개발사는 오름테라퓨틱, 이뮨온시아, 인투셀, 지투지바이오, 에임드바이오, 알지노믹스 등 소수에 그쳤다. 반면 의료기기와 AI 관련 기업들은 실적을 무기로 골고루 상장에 성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 신약 개발보다는 매출 가시화가 빠른 디지털 헬스케어와 의료기기 분야가 심사에 유리할 것"이라며 "성과가 뚜렷하지 않은 다수 신약 바이오 벤처들에게는 체감되는 진입 장벽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태규 스케일업파트너스 대표는 "과거처럼 기술특례상장으로 적자 기업들이 무더기로 상장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제 바이오 기업도 일반 제조업처럼 매출 기반의 이익 구조를 증명해야만 상장 문턱을 넘을 수 있는 단계에 들어섰다"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