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약·바이오 기업의 신성장동력은 단연 '신약'이며, 그 가치를 증명하는 험난한 여정이 바로 '임상시험'입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임상시험 결과 발표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일부에서는 임상 결과를 단순하게 '성공'과 '실패'로 이분법적으로 규정합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가장 오해받기 쉬운 표현이 바로 '임상 성공'입니다.
임상 성공은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는 단어입니다. 게다가 특정 기준을 충족해 성공에 가깝게 평가받더라도, 대중과 시장은 이를 곧장 '신약 성공(허가 및 상업화)'으로 동일시하는 확증편향에 빠지기 쉽다는 점에서 더 조심스럽습니다.
1차 지표 달성, 신약 허가 아니다
임상은 기업이 규제 당국과 협의해 1상부터 3상까지 순차적으로 진행합니다. 각 임상의 핵심 목표(1차 평가지표)를 설정해 각 단계를 밟아나가야 합니다.
본질적으로 임상시험은 기업이 스스로 문제를 내고 스스로 푸는 과정과 유사합니다. 임상시험 과정 자체에 규제기관은 보조적 역할입니다. 임상을 통해 목표치를 충족했다는 것은 "내가 낸 문제의 정답을 맞혔다"는 의미에 가깝고, 시장은 이를 성공적으로 임상을 마쳤다고 평가합니다.
기업이 신약 허가가 아닌, 단순히 '임상 성공'이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 일부러 쉬운 문제를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미 허가받은 약이나 경쟁약의 임상 설계, 효능, 안전성 등을 꼼꼼히 비교해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게다가 신약 허가라는 관점으로 들어가면 규제 당국의 태도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1차 지표 달성은 허가 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신호이지만 규제 당국은 통계적 유의성뿐만 아니라 실제 환자에게 의미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임상적 유의성, 안전성, 임상 설계의 타당성, 제조 품질 관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기업이 설정한 통계적 기준을 달성했다 하더라도, 실제 의료 현장에서 환자가 체감할 수 있는 치료 이득이 미미하다면 허가의 문턱을 넘을 수 없습니다.
시장 외면하는 상업성 없는 신약
임상 목표를 달성하고 규제 당국의 허가를 받아도, 정작 시장에서 외면받는 '무늬만 신약'은 부지기수입니다. 신약 개발의 진정한 본질은 허가를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과 환자에게 선택받는 데 있습니다.
기존 표준 치료제보다 효과가 월등히 뛰어나거나, 가격 경쟁력이 있거나, 복용 편의성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시장은 냉정하게 등을 돌립니다. 단순히 위약 대비 효과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살아남기 힘든 시대입니다.
'상업성'이 빠진 신약의 허가를 과연 성공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신약 허가를 받았지만 상업성이 없어 매출이 미미하거나 결국 퇴출된 약이 부지기수입니다.
실패는 '값비싼 수업료'…'억지 성공' 경계
반면, 임상 실패는 당초 목표했던 주요 지표를 충족하지 못한 경우를 말합니다.
역설적으로 초기 임상의 실패는 R&D의 자산이 됩니다. 1상, 2상은 성공을 위한 시험이 아니라, 최적의 용량과 타겟 환자를 찾기 위한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실패 데이터를 분석해 용량을 조절하고 환자군을 좁혀 재도전한다면, 그것은 좌절이 아니라 3상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한 '영점 조준'이자 값비싼 수업료가 됩니다. 실패가 단순한 실패로 끝나지 않는 경우입니다.
경계해야 할 것은 실패를 '억지 성공'으로 포장하는 행태입니다. 1차 지표 달성에 실패한 뒤, 보조 지표나 특정 환자군의 데이터만을 부각하며 '사실상 성공'을 외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일례로 미국의 브레인스톰 셀 테라퓨틱스(Brainstorm Cell Therapeutics)는 '루게릭병'으로도 불리는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 세포치료제 후보물질인 '누라운(NurOwn)'의 임상 3상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효과를 확인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그러나 회사 측은 "증상이 심하지 않은 초기 환자 서브 그룹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효과가 있었다"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허가를 신청했습니다. 결과는 냉혹했습니다. FDA는 자문위원회를 열었고, 17대 1이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반대 권고를 내렸습니다.
'임상 성공'에 환호하기 전에
우리는 '임상 성공'이라는 화려한 수식어에 환호하기에 앞서, 한 번 더 냉정하게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통계적 수치를 넘어 환자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꿀 만큼 유의미한가?", "성공이라는 포장 안에 감춰진 데이터의 한계나 맹점은 없는가?"
신약의 진짜 가치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눈앞에 보이는 결과표 너머, 숨은 데이터의 질과 시장의 냉혹한 맥락을 짚어내는 통찰력이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