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은 신약 개발의 전쟁터입니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차별화된 기술을 무기로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는데요. 우리 바이오 기업들의 핵심 기술과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 현황을 일반인 독자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조명해봅니다. [편집자 주]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확한 진단이 필요합니다. 몸속 어디에서 이상이 발생했는지, 질병이 얼만큼 진행됐는지 여부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몸 속 세포나 조직 상태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전산화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서 사용되는 '조영제'가 바로 그런 역할을 합니다.
조영제는 특정 조직이나 혈관이 잘 보이도록 인체에 투여하는 약물로, 정상 조직과 이상이 있는 병변 부위의 명암을 통해 신체 내부를 보다 선명하게 볼 수 있게 합니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 사용되는 조영제는 한계가 있습니다.
MRI 조영제에는 뇌와 척추, 종양 등 체내 구조물을 명확히 보기 위해 미량의 중금속을 포함한 화합물인 '가돌리늄'이 사용되는데요. 가돌리늄 조영제가 우리 몸에 들어가면 완전히 배출되지 않고 체내에 남아있거나 피부발적, 호흡곤란, 신장 독성 등 부작용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에 대안으로 철(Fe) 기반 조영제가 꼽히는데요. 이는 신체 친화적이지만 영상을 어둡게 표현해 기존 조영제 대비 충분한 선명도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죠.
표적 특화 조영제로…해상도·안정성↑
이같은 조영제의 한계에 도전하고 있는 바이오 벤처가 있습니다. 연세대 방사선의과학연구소 연구교수 출신인 신태현 대표가 2018년 창업한 '인벤테라'입니다. 인벤테라는 안전성이 높은 철 성분을 기반으로 기존 조영제의 한계를 보완한 차세대 MRI 조영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인벤테라는 철 성분 기반 조영제의 기술적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다당류 기반 나노 약물전달 플랫폼 '인비니티(Invinity)'를 구축했습니다. 철을 '다당류(고분자 탄수화물)'라는 보호막으로 감싸 인체 안에서 더 안전하게 작동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여기에 나노 구조 설계를 적용해 조영제 입자의 크기·형태·표면 특성을 정밀하게 조절함으로써, 입자가 면역세포에 쉽게 잡아먹히거나 서로 뭉치는 현상을 줄입니다. 그 결과 조영제가 몸 속에서 무작위로 퍼지는 대신 특정 병변 부위에 더 선택적으로 도달할 수 있으며, 인체에 오래 축적되지 않고 비교적 자연스럽게 배출됩니다.
회사는 인비니티 기술을 통해 3개 조영제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먼저 개발 진척이 가장 빠른 INV-002는 어깨 관절을 진단하는 관절조영술(MR Arthrography) 전용으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관절조영술은 조영제를 관절에 직접 주입해 연골, 인대 등 미세 손상을 확인합니다. 아직까지 관절조영술에 특화된 조영제 의약품이 없어 임상 결과에 따라 전용 조영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림프조영술에 특화된 INV-001은 림프혈관계를 보다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인 조영제입니다. 피내 또는 피하 투여 후 림프관을 따라 이동하는 특성을 활용해 림프계의 구조와 병변을 보다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존 MRI 조영제가 혈관 중심의 영상 확보에 주로 활용돼 온 반면, INV-001은 림프계 자체를 타깃으로 한 전용 조영제라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이밖에 세계 최초 경구용 췌담관(담낭·담관·췌장질환)조영제로 개발 중인 'INV-003'은 기존 주사 방식 조영제와 달리 경구 투여가 가능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으로, 연내 임상 1/2a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치료제 보다 시장 작지만
인벤테라는 차세대 조영제 파이프라인의 임상 성과를 바탕으로 코스닥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는데요. 지난 2일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본격적인 기업공개(IPO)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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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제는 의약품에 해당하지만 치료제와는 달리 시장 규모가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국내 MRI 조영제 시장은 2023년 기준 약 660억원 수준으로, 수조원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혁신 신약 시장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습니다.
다만 인벤테라의 조영제 상업화 과정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국내 조영제 시장 1위 기업인 동국생명과학이 지분 3.6%를 보유한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하고 있으며, 주요 파이프라인인 INV-001과 INV-002에 대해 국내외 독점 판매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인데요. 동국생명과학의 영업·유통 네트워크가 초기 시장 안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읍니다.
인벤테라는 재무적 기반도 단계적으로 구축해왔습니다. 회사는 2020년 국내 벤처캐피탈과 제약사로부터 5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2022년 9월 1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2024년 10월 185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확보했습니다.
인벤테라는 코스닥 상장 이후 조영제의 빠른 상업화로 2028년 흑자전환을 목표하고 있습니다. 향후 나노구조체 플랫폼을 통해 적용 영역을 넓혀간다는 구상입니다. 인벤테라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조영제 시장에서 가시적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라며 "INV-002를 시작으로 매출이 안정화되면 치료제 신약에도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