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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톺아보기]암에 '폐기물 딱지' 붙여 치료하는 유빅스

  • 2026.01.13(화) 10:00

'플랫폼+파이프라인' 통해 기술이전 기회 확대
기술이전·공동연구·플랫폼 융합 '3중 사업모델'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은 신약 개발의 전쟁터입니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차별화된 기술을 무기로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는데요. 우리 바이오 기업들의 핵심 기술과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 현황을 일반인 독자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조명해봅니다. [편집자 주]

표적 단백질 분해(TPD)는 항체약물접합체(ADC)와 함께 신약 개발 패러다임을 바꾸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신약이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의 활동을 억제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면, TPD는 질병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 자체를 세포 안에서 제거하는 방식이다. 

제넥신과 JW중외제약에서 연구·사업개발 경험을 쌓은 서보광 대표가 2018년 설립한 유빅스테라퓨틱스는 TPD 독자 플랫폼을 구축해 항암 신약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 회사는 TPD 플랫폼을 기반으로 자체 파이프라인 개발까지 병행하며, 플랫폼 기술과 파이프라인 자산을 각각 활용하고 융합하는 입체적인 사업 전략을 펼치고 있어 주목된다.

질병 원인 단백질 원천 제거해 암 치료

TPD는 세포 내 유비퀴틴-프로테아좀 시스템을 활용한다. 불량 단백질에 '폐기 딱지(유비퀴틴)'를 붙여 분해 공장(프로테아좀)으로 보내는 생체 시스템이다. 유빅스테라퓨틱스의 TPD 플랫폼 기술 '디그래듀서(Degraducer)'는 질병을 일으키는 표적 단백질에 폐기 딱지를 붙이는 역할을 하는 단백질(E3 리가아제)을 정확히 끌어온다. 이를 통해 문제 단백질을 세포 안에서 선택적으로 제거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특징이다.

문제 단백질 자체를 제거하면 그 단백질이 수행하던 모든 기능이 함께 사라진다. 기존 치료제가 특정 기능만 억제해 암세포가 비슷한 역할을 하는 다른 단백질로 신호를 우회할 여지를 남겼다면, '디그래듀서'는 암세포가 의존하던 단백질 자체를 제거해 이러한 우회 경로를 차단한다. 그 결과 기존 치료제에서 자주 나타났던 재발 및 내성 발생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유빅스테라퓨틱스는 '디그래듀서'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항암제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선도 파이프라인인 UBX-303-1은 혈액암인 B세포 림프종에서 암세포의 성장과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 BTK(브루톤 티로신 키나제)를 세포 안에서 제거하는 TPD 기반 신약 후보물질이다. BTK를 억제하는 기존 치료제는 이미 표준 치료로 쓰이고 있지만, 더이상 약물 치료가 듣지 않는 내성이 발생하는 한계가 있다.

UBX-303-1의 가장 큰 차별점은 BTK 하나만 겨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BTK와 함께 작동하는 단백질(HCK와 LYN)까지 동시에 제거하는 '삼중 분해' 전략을 적용해 암세포가 다른 신호 경로로 살아남는 것을 막는다. 전임상 연구에서 매우 낮은 농도에서도 강력한 단백질 제거 효과를 보였고, 대표적인 내성 변이에서도 효능을 유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UBX-303-1은 한국과 미국, 유럽에서 1상 임상을 진행 중이다. 재발하거나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B세포 림프종 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과 내약성을 확인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개발된 TPD 치료제 가운데 처음으로 글로벌 임상에 진입했다. 

유빅스테라퓨틱스 기업 개요 및 파이프라인 현황 /그래픽=비즈워치

후속 파이프라인인 UBX-106은 고형암과 면역항암 분야에서 중요한 표적으로 꼽히는 SHP2를 겨냥한다. SHP2는 암세포 성장 신호를 조율하는 핵심 단백질이지만, 그만큼 다루기 어려워 기존 저해제들은 충분한 치료 효과를 내지 못하거나 정상 세포까지 영향을 주는 부작용 문제에 부딪혀왔다. 유빅스테라퓨틱스는 SHP2의 기능을 부분적으로 억제하는 대신, 단백질 자체를 제거하는 전략을 적용해 전임상 연구에서 의미 있는 항암 효과와 병용 시너지를 확인했다.

이와 함께 면역세포 조절을 목표로 한 UBX-306, 신규 표적을 기반으로 한 UBX-103 등 초기 단계 후보물질도 병행 개발하고 있다. 이들 파이프라인은 모두 TPD 기술을 활용해 기존 치료제의 한계가 뚜렷했던 표적을 공략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회사의 또 다른 축은 항체-분해약물접합체(DAC)다. 기존 ADC가 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독성 약물을 실어 나른다면, DAC는 ADC를 구성하는 페이로드(독성약물) 대신 '디그래듀서' 플랫폼을 항체에 결합해 특정 조직에서만 단백질 분해를 유도한다. 쉽게 말해 항체와 문제 단백질을 붙여놓으면 세포 안의 분해 시스템이 작동해 그 단백질을 자연스럽게 제거하도록 돕는 구조다.

플랫폼·파이프라인 통한 '3중 사업모델'

유빅스테라퓨틱스는 '디그래듀서' 플랫폼 기술과 자체 파이프라인을 함께 활용하는 '3중 사업 모델'을 활용해 지속적인 사업 기회를 만들고 있다. 단일 파이프라인 성과에 의존하기보다 기술과 파이프라인 자산을 입체적으로 활용해 리스크를 분산하고 성공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첫 번째 축은 파이프라인 기술이전이다. 유빅스테라퓨틱스는 질환 표적을 직접 선정하고, 디그래듀서 플랫폼 기반 후보물질을 자체 발굴·개발한 뒤 비임상과 임상 단계에서 기술이전을 병행한다. 초기 단계에서의 조기 사업화를 통해 개발 리스크를 낮추는 동시에, 임상에서 사람 대상 유효성이 확인되면 후보물질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플랫폼 기술 라이선스 모델이다. TPD 개발을 원하는 파트너사를 먼저 확보한 뒤, 해당 파트너와 독자 플랫폼 기반 후보물질을 공동 연구·개발하고 기술이전으로 연결한다. 이를 통해 유빅스테라퓨틱스는 연구개발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파트너사의 전문성을 활용해 다양한 질환 영역으로 기술 적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 이후 후속 파이프라인과 추가 사업화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는 구조라는 점도 강점이다.

세 번째는 플랫폼 기술 융합 전략이다. 디그래듀서 플랫폼에 항체, ADC, 면역치료 등 파트너사의 다른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형태의 후보물질을 공동 개발하고, 이를 다시 기술이전으로 연결한다. TPD 원천기술을 다양한 모달리티와 결합함으로써 기술의 확장성을 높이고, 중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신사업 영역 진출을 위한 기술 고도화까지 염두에 둔 전략이다.

IPO 통해 자금 확보…기술 고도화 추진

이처럼 유빅스테라퓨틱스는 TPD 원천기술을 중심으로 파이프라인·플랫폼·협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실제로 네오이뮨텍, SK바이오파마슈티컬스, HK이노엔, 와이바이오로직스 등과의 공동 연구개발을 통해 기술 검증과 사업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이는 불확실성이 큰 신약 개발 환경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선택이자, 플랫폼 기반 신약 개발 바이오텍을 지향하는 회사의 비전을 보여준다.

이 회사는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기업공개(IPO)도 추진 중이다. 임상 단계에 진입한 자체 파이프라인과 검증된 플랫폼 기술, 반복적인 기술이전 실적을 기반으로 중장기 성장 스토리를 시장에 제시하겠다는 구상이다.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핵심 파이프라인의 임상 가속화와 차세대 TPD·DAC 기술 고도화에 투입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바이오 신약 개발 트렌드는 단일 파이프라인에 의존하기보다 기술을 다양한 파이프라인에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자체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플랫폼 기업은 기술이전과 글로벌 협업에서 경쟁력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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