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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액상 전자담배'는 막았는데…우회로는 어쩌나

  • 2026.01.08(목) 16:22

합성 니코틴, 법적 담배로 편입 확정
가격 경쟁력 상실, 고객 수요는 어디로
유사·무니코틴, 새로운 사각지대 우려

/그래픽=비즈워치

'합성니코틴'이 마침내 담배 규제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왔다. 9년 만에 입법 공백은 해소됐지만, 규제가 곧바로 시장 질서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가격 경쟁력을 잃은 합성 니코틴 대신 유사 니코틴과 무니코틴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규제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쟁은 이제 시작 단계에 접어들었다. 향후 법의 테두리를 비켜가는 새로운 우회로를 어떻게 차단할지가 핵심 과제로 남았다는 분석이다.

합성 니코틴 규제 시작

지난달 2일 담배의 법적 정의를 기존 '연초의 잎'에서 '연초(잎·줄기·뿌리) 또는 니코틴(천연·합성 포함)'으로 확대하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오는 4월 24일부터 합성 니코틴 제품은 '담배'로 분류된다. 1988년 법 제정 이후 37년 만의 변화다.

그동안 합성 니코틴 전자담배는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니코틴이 담배 잎이 아닌 화학적 방식으로 제조됐다는 이유에서다. 합성 니코틴은 공산품으로 분류돼 온라인 판매와 판촉이 가능했고, 무인 전자담배 매장도 빠르게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청소년 접근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다. 또 다른 문제는 담배소비세 등 제세부담금이 부과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른바 '입법 공백'으로 최근 4년간 징수하지 못한 세금 규모는 약 3조389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래픽=비즈워치

이번 담배사업법 개정으로 합성 니코틴 제품에도 기존 담배와 동일한 규제가 적용된다. 광고·판촉은 제한되고, 제품에는 경고 그림과 문구를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담배 소매점 간 100m 거리 제한 규정도 적용되면서 주거지와 상권에 들어선 무인 전자담배 매장은 상당수 정리될 전망이다. 온라인 판매는 전면 금지된다. 무인 자판기 등 오프라인 판매에는 2년의 유예기간이 부여된다.

가격 경쟁력도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합성 니코틴의 원가는 천연 니코틴보다 높은 편이지만, 그동안 세금이 부과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판매될 수 있었다. 개정안 시행 이후에는 담배소비세와 지방교육세, 개별소비세 등이 적용돼 액상 1㎖당 약 1800원, 액상 한 통(30㎖) 기준으로는 약 5만4000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업계 관계자는 "합성 니코틴은 연초보다 원가가 높지만, 그동안 세금이 부과되지 않아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며 "세금이 징수되면 가격 메리트가 사라져 찾는 소비자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우회로 차단은 숙제

하지만 합성 니코틴 규제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규제 이후 남은 과제는 다음 우회로를 어떻게 차단하느냐다. 유사 니코틴이나 무니코틴을 표방한 제품 등 새로운 '회피형 상품'이 이미 시장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사 니코틴은 니코틴과 분자 구조가 유사한 화학물질이다. 니코틴과 비슷한 체감 효과를 내도록 설계됐지만, 현행 법령상 '니코틴' 정의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무니코틴 액상은 니코틴 함량이 0%인 제품이다. 주로 베이핑 액상의 주성분인 VG(식물성 글리세린), PG(프로필렌글리콜)와 향료로 구성된다.

일부 무니코틴 제품은 니코틴이 주는 흡연 시의 만족감, 이른바 '타격감'을 구현하기 위해 별도의 첨가물을 사용한다. 다만 이러한 성분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남역 내 무인 전자담배 판매기/사진=김다이 기자 @neverdie

이처럼 유사 니코틴과 무니코틴 제품은 니코틴 성분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현행법상 담배가 아닌 공산품으로 분류된다. 그 결과 세금이 부과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시장 규모는 이미 빠르게 커지고 있다. 한국전자담배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전자담배 판매점은 2019년 500여 곳에서 지난해 2000곳 이상으로 늘었다. 5년 만에 4배 가량 증가했다. 이는 그만큼 수요가 높다는 점을 방증한다.

합성 니코틴 규제로 전자담배 매장 폐점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시장 자체가 줄어들기보다는 유사 니코틴이나 무니코틴 제품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합성 니코틴에 대한 과세와 규제가 임박하자 일부 제조사들은 풍선 효과처럼 유사 니코틴이나 무니코틴을 활용한 제품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일부 국가는 담배를 성분이 아니라 흡연 행위 자체로 규제하고 있지만, 한국은 담배사업법 체계상 성분을 기준으로 규제가 설계돼 있다"며 "이런 구조에서는 유사 니코틴처럼 정의의 경계에 걸친 물질을 완전히 차단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과 같은 방식의 규제가 이어진다면 규제 사각지대를 노린 유사 니코틴은 반복적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고 그때마다 시장은 다시 혼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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