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흡연 문제의 뇌관으로 지목되는 '합성니코틴' 기반 액상 전자담배가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현행법상 담배로 분류되지 않아 세금과 판매 규제를 피해 학교 앞까지 파고들었다. 국회가 수년째 입법을 시도했지만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번번이 좌초된 탓이다. 이에 띠라 규제 공백이 길어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합성니코틴, 규제 사각지대
합성니코틴은 담배잎에서 추출한 천연니코틴이 아닌 화학적으로 합성한 '니코틴 원액'이다. 현행 담배사업법은 '연초의 잎'을 원료로 한 천연 니코틴 제품만 과세·규제 대상으로 보고 있다. 반면 합성니코틴 제품은 담배가 아닌 공산품으로 분류돼 법의 사각지대에서 세금과 규제를 피해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다.
규제 공백이 이어지지면서 액상 전자담배 시장은 매년 커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합성니코틴 수입량은 △2021년 98톤 △2022년 121톤 △2023년 216톤 △2024년 532톤으로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전자담배용 용액 수입액은 전년보다 39.5% 급증했다. 올해 1분기 수입액도 전년 대비 8.5% 증가했다.
한 전자담배 매장 직원은 "최근 몇 년 사이 액상 전자담배 회사들이 대부분 제품의 원료를 합성니코틴으로 바꿨다"며 "세계적으로 흡연 가능 구역이 줄면서 이용자들이 폐쇄형 액상(CSV) 전자담배나 기기 자체가 일회용인 간편한 제품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청소년 흡연 통로된 액상 전자담배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액상 전자담배를 온라인과 무인점포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허점을 틈타 청소년들이 액상 전자담배를 무분별하게 이용하고 있다. 무인 전자담배 점포는 성인 인증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만 유명무실하다. 타인의 신분증이나 복사된 가짜 신분증으로도 인증이 가능하다. 일부 점포는 신용카드만 있으면 구매할 수 있다.
실제로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4년 청소년 건강 행태조사'에 따르면 고등학생의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경험률은 2020년 0.1%에서 2024년 6.59%로 치솟았다.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접근이 용이해지면서 학생들의 흡연률도 함께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청소년 흡연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와 국회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7월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학교 인근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자동판매기를 금지하는 내용의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통과됐다. 오는 11월부터는 담배유해성관리법 하위 시행령에 따라 담배 내 유해 성분 정보와 발암성 공개 의무도 강화된다.
세수 손실 '3조4000억원'
세금과 규제를 피해 유통되는 합성니코틴 제품으로 세수 손실도 적지 않다. 천연니코틴 기반 액상 전자담배에는 1㎖당 약 1799원의 소비세가 붙는다. 하지만 합성니코틴 제품은 과세 대상이 아니다. 합성니코틴은 원료 가격이 천연니코틴보다 3~4배 비싸지만 세금이 면제돼 오히려 더 저렴하게 판매된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이 천연니코틴 대신 합성니코틴 제품을 선택하면서 세수 공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연간 담뱃세는 약 10조원의 세수를 책임진다. 하지만 전자담배 사용 비율이 늘면서 담뱃세 세수는 줄어드는 추세다. 최근 4년간 합성니코틴에 세금을 부과하지 못한 미징수액은 3조3895억원에 달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합성니코틴에 담배소비세를 적용할 경우 연간 약 9300억원의 세수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추산했다.
국회 개정안, 입법 초읽기
최근 정부와 국회는 합성니코틴의 유해성을 최종 확인하면서 본격적인 규제에 나섰다. 이에 따라 그간 지지부진했던 담배법 개정안 상정이 올해 안에는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실제로 현재 담배사업법 개정안 10건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상정돼있다. 여야 모두 큰 이견은 없는 상황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합성 니코틴이 포함된 액상형 전자담배도 궐련과 동일하게 규제하겠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역시 "합성 니코틴 전자담배를 담배사업법상 '담배'로 포함하는 논의를 내부에서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자담배 제조·수입·유통사와 소매점으로 구성된 전자담배협회 총연합회도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투명한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며 규제 필요성에 공감하는 입장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담배' 정의가 기존 '연초의 잎'에서 '연초 및 니코틴'(합성니코틴 포함)으로 확대된다. 이에 따라 합성니코틴 액상 전자담배에도 경고문구 표기, 광고 제한, 온라인 판매 제한, 담뱃세 부과가 적용될 전망이다.
다만 규제 실효성을 높이려면 합성니코틴뿐 아니라 '유사니코틴'까지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시중에 등장한 '메틸니코틴'은 구조와 효능이 니코틴과 유사하지만 화학적으로 '니코틴'으로 분류하기 어렵다. 이 같은 법망 회피형 신종 원료를 포함한 포괄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미국과 호주, 유럽 등에선 합성니코틴 규제에 대한 제도적 정비를 마친 상황"이라며 "규제에 빈틈이 계속 있다보니 법을 개정해도 시장은 양지화되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규제범위 확대에만 의의를 두지 말고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본 목적에 맞춰서 유사니코틴까지 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