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은 신약 개발의 전쟁터입니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차별화된 기술을 무기로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는데요. 우리 바이오 기업들의 핵심 기술과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 현황을 일반인 독자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조명해봅니다. [편집자 주]
오랜 시간 인류를 괴롭혀온 난치병. 글로벌 신약 개발 분야에서는 난치병 해결의 실마리를 다름아닌 우리 몸 안에서 찾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몸을 지키는 면역 시스템을 어떻게 조율해 치료에 활용하느냐인데요. 면역 시스템이 제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도록 조정하면 부작용을 낮추면서도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이른바 '꿈의 약'을 만들 수 있는데요. 세계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이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차세대 면역치료의 핵심축은 크게 NK와 T세포 2개를 꼽는데요. 여기서 NK세포란 저격수처럼 암세포나 비정상 세포를 제거하는 것을 말합니다. 아울러 과도하게 활성화된 면역 반응을 다시 균형 상태로 끌어오는 조절을 하는 것이 T(Treg)세포입니다.
면역 반응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심각한 염증 반응이 일어나 장기 손상, 패혈증,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고, 우리 몸 스스로를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류마티스 관절염, 루푸스 등)을 유발할 수 있어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성장 느린 'NK세포' 단기간 대량 생산 가능
면역세포치료제 연구개발 기업 이뮤니스바이오는 두 가지 핵심 면역세포를 정교하게 배양·활성화하는 기술을 기반으로 난치성 질환 치료의 새로운 해답을 찾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2016년 황성환 대표(현 최대주주)가 설립했으며, 이후 연구개발을 주도해온 강정화 연구소장이 2019년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현재 세포치료제 개발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이뮤니스바이오의 핵심 기술인 'IIB-NK 세포치료제' 플랫폼은 고기능 NK 세포를 짧은 기간 내 대량 확장할 수 있습니다. NK 세포는 성장 속도가 느린 세포라 대량으로 늘리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요. 기존 기술로는 2~3주, 길게는 4주 가까이 배양해야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는 양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반면 'IIB-NK 세포치료제' 플랫폼을 활용하면 환자 혈액에서 얻은 NK 세포를 단 4일 만에 500~2000배까지 확장 가능해 필요한 치료 용량을 단기간에 확보할 수 있습니다.
암·면역질환 세포치료제 개발
회사는 해당 기술을 암, 면역질환 등 다양한 세포치료제 개발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대표 파이프라인으로는 해외에서 먼저 상용화에 성공한 MYJ1633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 치료제는 환자 본인의 혈액에서 추출한 NK 세포를 활성화·확장해 암세포를 공격하는데 2018년 일본에서 첫 허가를 받아 폐암, 뇌종양 등 다양한 암 치료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2019년에는 베트남, 2020년에는 말레이시아 기업에 기술수출했고 이후 상용화되면서 꾸준히 로열티를 받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다양한 적응증(사용범위)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가장 개발 단계가 앞서 있는 건 위암 적응증으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며, 복막전이 위장관암은 임상1상을 진행 중입니다. 또 HER2 양성 유방암(유방암세포 표면에 HER2 수용체가 과도하게 많이 존재)은 기존 항암제인 허셉틴과 병용요법으로 1/2상(1상과 2상 동시 진행)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뮤니스바이오는 기존 NK 치료제뿐 아니라, 이를 발전시킨 '차세대 NK 치료제'도 만들고 있습니다. 삼중음성 유방암(TNBC)을 정밀 타깃으로 하는 'MYJ1633-CTS'는 암세포만 골라볼 수 있도록 NK 세포에 '구별 능력'을 더한 치료제로, 현재 임상시험계획승인 신청(IND)을 준비 중입니다.
여기에 유전자 변형(CAR) 기술을 적용한 MGY2333-CAR는 NK 세포에 표적을 정확히 찾는 일종의 안테나를 달아 두경부암만 겨냥하는 치료제로, 초기 연구 단계에 있습니다. 기존 NK 치료제가 가진 높은 안전성, 짧은 제조 기간 같은 장점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특정 종양만 골라 공격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NK 세포 외의 조절 T세포(Treg)를 이용한 MGY1838-IBD는 염증성 장질환 환자를 임상1상을 준비 중인데요. 몸속에서 과도하게 폭주하는 면역 반응을 진정시키는 역할을 하는 Treg 세포의 특성을 활용해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는 방식입니다.
이와 함께 이뮤니스바이오는 생산공정 자동화를 위한 AI 기반 자동세포배양기 '오토베이터(MGY-ACF21)'를 상용화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동안 세포치료제 제조 과정의 숙련 인력 의존도와 비용 부담이 병목으로 지적돼 왔는데, 오토베이터는 배양·배지교환·환경 제어 등 핵심 공정을 자동화해 품질 일관성과 생산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지난달 첫 판매가 이뤄지며 장비 플랫폼 사업으로 새로운 수익 기반을 확보하게 됐습니다.
토탈 세포치료 플랫폼 기업 지향
세포치료제 경쟁은 결국 '누가 더 빨리, 더 많이, 더 균일하게 만들 수 있는가'로 귀결됩니다. 이뮤니스바이오가 IIB-NK 플랫폼을 앞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NK 세포 치료제 상업화의 병목이던 생산 속도·수율·공정 복잡성을 낮추면서, 규제 친화적인 제조 방식(Feeder-free)을 구현한 것은 곧 비즈니스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회사는 지난해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평가(기평)에서 고배를 마셨다가 올해 재도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한 가지 항암제 후보물질을 보유한 개발기업이 아니라 △NK 면역세포치료제 제조 플랫폼 △자체 생산 인프라 △글로벌 공급망 구축 역량 등을 갖춘 토탈 세포치료 플랫폼 기업임을 내세우며 기업가치 평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뮤니스바이오가 지향하는 모델은 신약개발기업과 제조기업의 경계를 넘나듭니다. 기술을 개발하고, 직접 생산하며, 글로벌 파트너와 공급망 협력을 추진하는 구조는 향후 세포치료 산업에서 '플랫폼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NK 세포는 확장 속도가 느리다는 한계가 있어 제조기술 고도화가 필수적"이라며 "짧은 기간에 필요한 세포 수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은 산업적으로 의미가 있지만 임상 데이터를 통해 실제 치료적 가치를 얼마나 입증할 수 있는가가 기업의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