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바이오 문해력]'치료목적 사용승인' 냉정히 보자

  • 2026.02.07(토) 10:00

신약 승인 트랙과는 별개…"인도적 프로그램 절차"
환자 '희망'을 '신약 성공 신호'로 호도…"의심해야"

바이오제약기업의 공시나 보도자료에 가끔씩 등장하는 소재가 있습니다. 바로 '임상시험용 의약품의 치료목적 사용 승인(동정적 사용 승인)'입니다. "식약처 승인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시장에서는 "효능이 입증됐다", "허가가 임박했다"는 기대로 들썩이고 주가는 요동치곤 합니다.

하지만 냉정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연 치료목적 사용 승인이 신약 성공을 보증하는 확실한 시그널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는 '환자의 치료 접근권'을 위한 인도적 제도일 뿐, '약물의 성공'을 담보하는 데이터는 전혀 아닙니다. 

치료목적 본질은 '허가' 아닌 '접근성'

이 제도의 정식 명칭은 '임상시험용 의약품의 치료목적 사용 승인'입니다. 이름 그대로 아직 허가받지 못한 임상시험용 의약품을, 생명이 위급하거나 대체 치료 수단이 없는 중증 환자에게 예외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절차입니다.

한국만의 제도도 아닙니다. 미국 식품의약국 역시 '확대 접근(Expanded Access)'이라는 명칭으로 동일한 제도를 운영하는 등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인도적 프로그램입니다.

제도의 핵심은 '환자 접근성'입니다. 정식 임상시험에 참여할 조건이 안 되거나 시기를 놓친 환자들에게 의료진 판단하에 '마지막 기회'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즉 식약처가 약의 효능을 검증해 승인 도장을 찍어준 것이 아니라, "다른 대안이 없으니 사용을 허용한다"는 예외적 조치에 가깝습니다.

식약처 가이드라인 역시 "임상시험용 의약품은 안전성·유효성이 아직 확보된 상태가 아니므로 신중하게 사용되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승인 자체를 '효과 입증'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명백한 비약입니다.

코로나19 팬더믹에 유행했지만…

정식 임상시험은 '대조군(위약군)'과 비교해 약물의 효과를 통계적으로 입증하는 과정입니다. 

반면 치료목적 사용의 경우 환자의 호전이 신약 덕분인지, 자연 치유인지, 혹은 병용 투여한 다른 약물 때문인지 명확히 가려내기 어렵습니다. 통제되지 않은 환경에서의 결과값은 데이터로서의 신뢰도가 낮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치료제가 없던 상황에서 수많은 임상 단계 약물들이 이 제도를 통해 쓰였습니다. 

당시 일부 기업은 치료목적 사용 승인을 앞세워 투자를 받거나 기업공개를 추진하거나 주가를 부양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임상에 진입 조차 못하거나, 임상에 돌입하더라도 유의미한 통계적 효능을 입증하지 못한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사례'가 곧 '데이터'는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방증입니다.

식약처 등에 따르면 국내 치료목적 사용 승인 건수는 2024년 353건을 기록했고, 2025년에는 369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사실상 매일 한 건씩 일어나는 통상적인 행정 절차인 셈입니다.

치료목적 승인, 신약 개발과 다른 트랙

투자자가 치료목적 사용 이슈를 접했을 때는 막연한 '성공 가능성'보다는 한계를 먼저 직시해야 합니다.

승인 소식은 '효능 입증'이 아닌 '투여 경험의 축적' 정도에 불과합니다. 신약 개발을 위한 정규 트랙(임상 1~3상)과는 아예 다른 경로임을 인지해야 합니다. 

치료목적 사용이 아무리 활발해도 신약 허가를 위한 지름길은 없습니다. 신약의 가치는 예외적인 '사용 허가'가 아닌, 엄격하게 통제된 정규 임상시험 데이터 안에서만 증명됩니다.

일부에서는 '안전성은 검증된 것 아니냐'는 주장도 합니다. 하지만 안전성 데이터로서도 한계가 명확합니다. 

소수의 중증 환자에게 사용된 결과만으로 전체 환자군에 대한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 중증 환자는 기저질환과 병세 변화가 심해 부작용의 인과관계를 파악하기가 정식 임상보다 훨씬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희망'을 과도하게 부풀리면 의심해야

치료목적 사용 승인 제도는 환자에게 '희망'입니다. 하지만 투자의 영역에서는 냉철한 '검증'이 필요합니다.

기업이 이 제도를 과도하게 홍보 수단으로 활용한다면 오히려 의심해봐야 합니다. 실제 정규 임상 진행이 더딘 것은 아닌지, 혹은 다른 이유로 주가를 부양해야 할 속사정이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합니다.

진짜 신약의 가치는 예외적 사례에 대한 환호가 아닌, 차분하고 엄격한 임상 데이터 속에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
  • 오늘의 운세
  • 오늘의 투자운
  • 정통 사주
  • 고민 구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