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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4·HBF 경쟁 격화…AI 메모리 전쟁에 '중동 변수' 중첩

  • 2026.03.09(월) 06:50

엔비디아 GTC 앞두고 AI 반도체 경쟁 격화
HBM 다음은 HBF…AI 메모리 판 바뀔까
중동발 에너지 리스크도…반도체 공급망 긴장

엔비디아가 오는 16일부터 19일까지(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개최하는 GTC 2026을 앞두고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의 초점이 다시 메모리로 이동하고 있다.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의 등장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4) 경쟁이 격화되는 모습이다. 여기에 차세대 저장 기술인 고대역폭플래시(HBF)까지 부상, AI 메모리 패권 경쟁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엔비디아 쟁탈전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이 GTC 기조연설에서 공개할 차세대 GPU '베라 루빈'은 현재 AI 시장을 주도하는 블랙웰의 뒤를 잇는 차세대 AI 가속기다. 핵심은 HBM4다. 루빈 플랫폼은 다수의 HBM4를 탑재해 메모리 대역폭과 용량을 동시에 확대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공급망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루빈에 들어갈 HBM4 공급망에 진입하는 것은 메모리 기업의 AI 시장 지위를 좌우할 문제로 꼽힌다. 업계는 이를 사실상 "AI 패권 경쟁의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초기 물량 경쟁에서는 SK하이닉스가 한발 앞서 있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납품될 초기 HBM4 공급량의 약 3분의 2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GTC에서는 HBM4와 HBM3E 실물을 전시하고, 자사 메모리가 적용된 엔비디아 AI 시스템도 공개할 예정이다.

특히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회동 가능성도 거론된다. 메모리 공급을 넘어 AI 데이터센터 인프라와 에너지 사업까지 협력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삼성전자는 기술 경쟁력과 제품 포트폴리오를 앞세워 반격에 나섰다. 엔비디아 품질 검증을 통과한 HBM4를 지난달 세계 최초로 양산 출하,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핀당 속도는 11.7Gbps 수준이다. HBM4 양산과 고객사 확보가 본격화되면서 삼성전자의 추격도 한층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HBM4 선양산에 이어 차세대 서버용 메모리 모듈 '소캠(SOCAMM)2' 선점에도 나섰다. 엔비디아의 베라 루빈 CPU에 삼성전자 소캠2 모듈이 탑재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소캠2는 기존 DDR 기반 서버 모듈 대신 LPDDR5X를 적용해 전력 소모를 낮추고 대역폭을 높인 AI 서버용 메모리다. 증권가에서는 엔비디아가 올해 도입할 약 200억Gb 규모 서버 메모리 가운데 삼성전자가 절반에 가까운 100억Gb 수준을 공급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소캠-HBM 비교./그래픽=비즈워치

속도는 HBM, 용량은 HBF

AI 산업의 무게 중심이 학습에서 추론으로 이동하면서 메모리 구조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HBM 경쟁이 한창인 가운데 그 다음 세대 메모리를 둘러싼 경쟁도 물밑서 진행되고 있다.

차세대 메모리로는 HBF(고대역폭플래시)가 부상하고 있다. HBM이 GPU 옆에서 연산 속도를 끌어올리는 '초고속 메모리'라면, HBF는 대용량 데이터를 담당하는 새로운 메모리 계층이다. 3D 낸드플래시를 수직으로 적층해 용량을 크게 늘리면서도 기존 저장장치(SSD)보다 빠른 접근 속도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HBM과 SSD 사이 공백을 메울 차세대 메모리로 평가된다.

AI 추론 서비스가 확대될수록 데이터 저장과 접근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HBM은 용량이 제한적이고, 전원이 꺼지면 데이터가 사라지는 휘발성 구조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HBM이 '속도'를 맡고 HBF가 '용량'을 담당하는 새로운 메모리 구조가 등장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에서도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SK하이닉스는 미국 밀피타스에서 샌디스크와 함께 HBF 표준화 컨소시엄을 출범,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양사는 오픈컴퓨트프로젝트(OCP) 산하에 전담 워크스트림을 구성해 AI 서버용 차세대 메모리 규격 마련에 나섰다. HBM 시장을 선도해온 SK하이닉스가 낸드 기반 차세대 메모리까지 주도권을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HBM과 HBF를 동시에 확보한 기업이 AI 시대 메모리 패권을 쥘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김정호 카이스트 교수는 "HBM이 GPU 옆의 '책꽂이'라면 HBF는 그 뒤를 받치는 '도서관'"이라며 "AI 성능은 결국 메모리가 좌우하며 추론 시대에는 더 큰 용량과 데이터 접근성을 제공하는 새로운 메모리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도체 덮친 '중동 변수'

한편 지정학 리스크도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중동 정세 불안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불확실성도 커지는 모습이다. AI 인프라 경쟁이 단순 칩 성능을 넘어 메모리 기술과 에너지·자원 공급망까지 아우르는 구도로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에 국내 유조선 7척이 묶여 있는 것으로 파악되면서 에너지 공급망 불안도 커지고 있다. 일부 선박에는 약 200만 배럴의 원유가 실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국의 하루 원유 소비량에 맞먹는 규모다. 업계에서는 유가 및 LNG 상승이 전기료 인상으로 이어질 경우, 반도체 제조 원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헬륨' 등 핵심 소재의 중동 의존도가 높은 점도 위험 요인이다. 헬륨은 노광 장비 냉각과 웨이퍼 누설 테스트 등에 쓰이는 필수 소재다. 국내 수요의 약 90%를 중동에서 조달하고 있다. 중동 정세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소재 수급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AI 인프라 투자에도 영향이 예상된다. 글로벌 빅테크와 중동 국부펀드가 추진하는 대형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상당수가 중동 지역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향후 10여년 동안 아랍에미리트(UAE)를 중심으로 7~8기가와트(GW) 규모 데이터센터가 건설될 예정인데, 중동 정세가 악화될 경우 일정 지연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2기 중동전 4단계 예상 시나리오../그래픽=비즈워치

다만 단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반도체전문연구원은 "최근 공급망 리스크 이후 국내 기업들이 핵심 소재 재고 확보에 상당히 신경을 써왔다"며 "헬륨 등 일부 소재는 최소 수개월 이상 재고를 확보하고 있어 당장 생산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공장은 전력 의존도가 높은 산업인 만큼 전기료 인상이 현실화 될 경우 제조 원가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도 "이미 반도체 가격이 크게 오른 '칩플레이션' 국면이 이어지고 있어 전기료 인상만으로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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