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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만년 적자' 어바웃펫, 다시 살려낸 비결은

  • 2025.04.08(화) 08:40

구원회 어바웃펫 대표 인터뷰
할인쿠폰 대신 적립금으로 재구매 유인
실비클럽·펫테크 등 충성고객 확보

GS리테일 어바웃펫 구원회 대표./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반려동물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 '어바웃펫'은 GS리테일의 '아픈 손가락'으로 불린다. 수년째 적자가 이어진 데다, 2년 연속 자본잠식 상태다. 2023년 말 기준 미처리결손금은 726억원. 영업적자가 누적된 결과다. 이 때문에 외부에서는 숫자만 보고 문제 있는 기업이라는 평가를 내리곤 했다. 하지만 내부 분위기는 달랐다. 구원회 어바웃펫 대표를 만나 회사의 비전과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기업의 턴어라운드를 맛보다

구 대표는 미국 브라운대학교에서 응용수학을 전공한 후 맥킨지, 휠라코리아 전사전략팀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2017년엔 반려동물 전문 스타트업 '더식스데이'를 창업했다. 2021년 더식스데이가 어바웃펫에 인수됐고, 구 대표는 어바웃펫 그룹장을 거쳐 올해 대표 자리에 올랐다.

구 대표는 "원래 맥킨지에서 MBA 스폰서십을 받은 상황이었기에 산업 현장 경험을 조금 쌓고 나서 미국 유학 길에 오른 뒤 계속 기업의 문제 해결을 돕는 컨설팅 커리어를 생각했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당시 그가 실무 경험을 위해 선택한 회사는 휠라코리아였다. 구 대표는 2015년 영업손실을 기록한 휠라코리아의 턴어라운드를 위해 일했다. 구 대표는 휠라의 실적 개선을 경험하며 기업 변화의 '생물 같은 면모'에 매료됐다. 그렇게 그는 MBA 대신 창업의 길을 택했다.

GS리테일 어바웃펫 구원회 대표./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특히 그는 빠르게 성장하는 반려동물 시장에서 고객 니즈에 비해 산업 내 혁신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구 대표가 이끈 더식스데이의 '돌로박스(DOLOBOX)'는 수의사가 추천하는 맞춤형 용품을 정기 배송해 입소문을 탔다. 그러나 그는 점차 정기배송이 다양한 반려인·반려견 니즈를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점을 깨달았다.

다달이 배송되는 상품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가 하면, 상품 구매시기와 상품 구성을 직접 정하기를 바라는 고객들이 많았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다품종 소량 매입이 이뤄져야 하는데, 운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어바웃펫이 정기배송을 운영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구 대표는 "어바웃펫에서도 고객들이 꾸준히 구매해야 하는 제품을 중심으로 정기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검토했었다"며 "그러나 이미 클릭 몇 번이면 구매할 수 있고 다음날이면 집 앞에서 받아볼 수 있는 국내 쇼핑의 구조상 고객들은 '내가 필요할 때 사겠다'는 의향이 더 강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계획된 매출 감소?

과거 반려동물 용품 판매 업계에는 가격 경쟁이 심화하며 할인 쿠폰을 남발하는 마케팅 수법이 만연했다. 그러자 '체리피커'(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지 않으면서 실속만 차리는 소비자)가 늘었고, 관련 업체들의 수익성은 악화됐다.

어바웃펫도 수년간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구 대표는 전략을 전면 전환했다. 할인 쿠폰은 데이터 분석에 따라 필요한 일부 고객들에게만 제공하고, 재구매를 이끌 수 있는 적립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 결과 지난 2년간 적자 규모를 250억원가량 줄였다. 비록 연매출은 감소했지만 고객 충성도는 오히려 상승했다. 현재 매월 구매 고객의 절반 이상이 재구매 고객이다.

GS리테일 사업보고서에 기재된 어바웃펫 실적 추이 /그래픽=비즈워치

구 대표는 "가격 경쟁 중심에서 벗어나 충성고객 중심의 최적 상품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전략으로 전환했다"면서 "초기에는 외형 및 고객 이탈이 있었지만 작년 하반기부터는 충성고객 확대로 자사몰 플랫폼의 고객 수가 우상향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사몰 고객 수는 올해 1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성장 추세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는 전년보다 성장하는 데 문제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어바웃펫의 또 다른 전략은 주력 상품을 재정비하는 것이었다. 구 대표는 "같은 반려동물 시장이라고 하더라도 채널별로 구매고객의 특성이 다르고 찾는 상품이 다르다"며 "각 채널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는 상품에 집중하니 충성고객 비중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어바웃펫은 앞으로도 이런 전략을 유지해 재구매를 유도하고 외형 성장과 손익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실비클럽·펫테크·총판사업 확대

구 대표는 지난해 사업의 방향을 '지속가능한 성장 구조 구축'에 맞췄다. 그는 "지난해 매출은 감소했지만, 적자 개선  폭이 매출 감소 폭보다 훨씬 컸다"면서 "그 안에서는 어바웃펫의 사업 구조 변화와 각 사업의 건전성 개선이 있었다"고 말했다.

어바웃펫은 현재 △자사몰(어바웃펫 버티컬 플랫폼) 운영 △브랜드 총판업(수입 유통) △GS25등 오프라인 채널에 제품 공급 △네이버 등 온라인 유통 등 4개 축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우선 어바웃펫은 전체 매출의 약 70% 비중을 차지하는 자사몰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1월 유료멤버십 '실비클럽'을 출시했다. 실비보험형 의료비 지원이 포함된 실비클럽은 일반 고객 대비 두 배 많은 구매빈도와 50% 높은 객단가를 보이며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현재 월 구매고객의 5% 이상은 실비클럽 구독 고객이다. 현재 더 저렴한 상품도 준비 중이다.

어바웃펫 실비 클럽 /사진=GS리테일

또 펫테크 상품 등 품목을 다각화했다. 대표적인 고양이 자동 화장실 '리터로봇'이다. 어바웃펫은 리터로봇의 국내 단독 수입 총판사인 게이트비젼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구 대표는 "펫 테크라는 특정 카테고리를 강화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고객들이 만족하고 찾을 만한 상품이 있다면 언제든지 적극적으로 도입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브랜드 총판 사업도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해 캐나다 브랜드 '아카나' 사료 총판이 시작이었다. 구 대표는 "아카나 사료 총판을 운영하며 첫 해 성공적인 실적을 창출했다고 생각한다. 올해도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총판 운영의 확장은 계속 고민하는 부분이고, 긴 호흡을 두고 제조사들과의 관계를 꾸준히 맺어가며 적시에 국내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총판 사업은 검역, 생산, 수입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해 브랜드 도입까지 1년 이상 소요되는 만큼 장기적 접근이 필요한 사업이다.

구 대표는 외부 자금 수혈 없이 자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올해 1월 어바웃펫은 모회사인 GS리테일로부터 15억원을 지원받았다. 현재 금전소비대차 계약의 잔여한도금액은 15억원이다. 올해는 EBITDA(기업이 영업 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 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 흑자 전환도 기대하고 있다. 그는 "이미 현금흐름이 상당히 개선돼 추가 투자 유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어바웃펫의 중장기적인 목표는 펫 버티컬 플랫폼이자, '종합 펫 유통사'로 거듭나는 데에 있다. 구 대표는 "펫 시장 전반을 커버하면서 채널별·고객별 니즈에 맞는 상품을 제공하는 종합 펫 유통사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매입 후  판매만 하는 구조가 아니라 직접 소싱해서 상품을 공급하는 구조를 만들 때 시너지가 배가되기 때문에 이를 중심으로 한 상품 경쟁력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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