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전자가 AMD의 차세대 AI 가속기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납품하기로 하면서 다시 기지개를 펼 수 있을지 주목된다. HBM 부진으로 자존심을 구긴 후 재도약 발판을 마련했다는 기대감이다.
다만 AI 시장에서 AMD의 존재감이 경쟁사 엔비디아에 비해 크게 밀리는 것을 고려하면 아직 시기상조란 평가도 맞선다. 엔비디아와의 협력이 강화하지 않는다면 본격적인 도약은 어렵다는 관측이다.

삼성전자, AMD AI가속기 탑재의 의미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AMD는 미국에서 열린 'AI 어드밴싱 2025'에서 차세대 AI 가속기인 'MI350' 시리즈에 삼성전자의 HBM3E를 탑재했다고 밝혔다. AMD의 삼성전자 HBM 사용이 공식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MD의 MI350은 AI 시장에서 사용되는 차세대 AI 가속기 모델이다. 엔비디아가 조만간 출시를 예고한 블랙웰 시리즈의 대항마다.
업계에서는 AMD의 MI350과 엔비디아의 블랙웰 B100 및 B200의 발표된 성능을 비교해 봤을 때 엔비디아 제품군이 약간 더 우월한 성능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AMD의 MI350이 더 높은 메모리 용량을 갖추면서 AI 트레이닝 분야에서 더욱 좋은 효과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 대목을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HBM 기술력이 이전보다 향상됐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경쟁사들보다 더 높은 메모리 용량의 제품 양산에 성공해 AI 가속기에 탑재됐다는 의미가 담길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HBM의 메모리가 더 많다는 건 HBM의 핵심인 수직적층 규모를 늘렸다는 얘기"라며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기술이 잠재돼야 하고 특히 수율이 개선되지 않으면 불가능한데 삼성전자가 이 수준까지 기술을 끌어올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설계부터 패키징까지 전사적인 기술 경쟁력을 증명한 셈이라는 평가다.
그래도 결국엔 '엔비디아'가 답
삼성전자가 AMD의 차세대 AI 가속기에 HBM을 탑재하는데 성공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갈길은 멀다는 관측이다. AI 가속기 시장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엔비디아와의 계약을 확대하지 못하면 HBM발(發) 실적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에 따르면 AI 가속기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시장 점유율은 80% 이상으로 알려진다. AMD의 점유율은 10%가량이다. 경쟁사라는 단어가 민망할 정도로 엔비디아가 압도적이다.
게다가 AMD가 엔비디아의 AI가속기에 버금가는 제품을 내놓더라도 시장 점유율을 반전시키기에는 어려울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엔비디아가 이미 시장을 장악하면서 AI 생태계를 자사 중심으로 꾸려놓았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쿠다(CUDA)라는 AI 플랫폼을 내놨다.
AI 산업이 커질 수록 시장을 독점했던 AI 관련 소프트웨어들은 CUDA 환경에서 최적화 하는 방향으로 구현되기 시작했다. 즉 엔비디아 외 다른 AI 가속기를 쓴다면 CUDA 환경을 포기해야 하고 CUDA에 마련된 AI 개발 인프라를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다.
AI 업계 관계자는 "최근 엔비디아가 AI가속기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는 핵심 요인은 CUDA라는 플랫폼"이라며 "CUDA 환경이 아닌 환경에서 AI 개발을 하려면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을 소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AMD가 엔비디아보다 더 싼 가격에 AI 가속기를 내놓더라도 CUDA라는 플랫폼을 포기하기는 어렵다"라며 "엔비디아의 독주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고려할 때 결국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강화하지 못하면 HBM 분야에서 드라마틱한 반전을 쓰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범용 메모리 시장은 엔비디아 위주로 돌아가기 때문에 엔비디아와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면서도 "AMD AI 가속기의 성능이 뛰어나다면 엔비디아 역시 삼성전자의 HBM를 다시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