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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소생]스팸이 만만해?…'미국 맛' 쟌슨빌 캔햄의 도전장

  • 2025.04.23(수) 07:00

미국 소시지 1위 브랜드 쟌슨빌, 사조대림과 캔햄 출시
2017년 이마트와 캔햄 '피캠' 출시했지만 단종

쟌슨빌 캔햄과 스팸, 리챔/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제품이 쏟아지는 소비의 시대. 뭐부터 만나볼지 고민되시죠. [슬기로운 소비생활]이 신제품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제품들을 직접 만나보고 가감없는 평가로 소비생활 가이드를 자처합니다. 아직 제품을 만나보기 전이시라면 [슬소생] '추천'을 참고 삼아 '슬기로운 소비생활' 하세요. [편집자]

*본 리뷰는 기자가 제품을 직접 구매해 시식한 후 작성했습니다. 기자의 취향에 따른 주관적인 의견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스팸 아닙니다"

포크레인, 호치키스, 제록스, 스카치 테이프. 경영학 수업에서 흔히 배우는, 특정 상표가 해당 상품군 전체를 포괄하게 된 예시들이다. 대일밴드, 딱풀, 피죤, 햇반 등 국내에도 이런 사례는 꽤 많다. 일반적으로 이런 예시들은 해당 브랜드의 브랜드 파워를 나타내는 동시에 소비자들이 같은 제품군 내에서 개별 브랜드를 잘 인지하지 못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다른 브랜드의 '고체 풀'을 쓰면서 '딱풀'을 쓰고 있다고 말하는 소비자가 대다수다.

물론 시장 전체를 포괄하면서도 비슷한 미투 상품과의 차별점까지 살려낸 브랜드들도 있다. '스팸'이 대표적이다. 평소에는 캔햄의 대명사처럼 쓰이는 이름이지만, 소비자들이 막상 구매할 때는 정확히 '스팸'을 골라낸다. 그 결과가 점유율이다. 수많은 국내 식품 기업들이 캔햄 브랜드를 내놓고 있지만 CJ제일제당의 스팸은 여전히 5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자랑한다. 

한 대형마트의 캔햄 코너/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동원F&B의 '리챔'이나 롯데웰푸드의 '로스팜' 등과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도 스팸을 골라낼 수 있다고 자랑하는 사람도 많다. 몇 년 전에는 '스팸 찌개'에 스팸이 아닌 타사의 캔햄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논란이 되자 CJ제일제당이 '스팸 인증제'를 실시한 일도 있었다. 그만큼 사람들은 '스팸'에 진심이라는 이야기다. 

그런 만큼 경쟁사들은 신제품을 내놓을 때 스팸과의 차별점을 부각할 수밖에 없다. 2위 브랜드인 리챔이 '짜지 않아 맛있다'는 점을 강조해 성공한 것이 대표적이다. 스팸의 짠 맛을 강조하며 '덜 짠 캔햄'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며 2위에 안착했다. 3위 로스팜의 경우 고기 함량이 97%에 달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역시 스팸의 고기 함량이 90% 안팎이라는 데서 착안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최근 사조대림이 출시한 신제품 캔햄 '쟌슨빌'은 시작부터 강점을 갖고 출발한다. 미국 소시지 판매 1위 브랜드인 '쟌슨빌'의 네임밸류다. 쟌슨빌은 국내에서도 수입 소시지 시장 점유율 1위다. 소시지 마니아라면 이름만 봐도 쟌슨빌의 차별화된 맛을 떠올린다. 쏟아져나오는 캔햄 신제품 속에서 '쟌슨빌'이 눈에 띈 이유다.

진짜 '미국맛' 보여줄까

사조대림은 이달 초 쟌슨빌과 손잡고 프리미엄 캔햄 3종을 출시했다. 쟌슨빌은 1945년 미국 위스콘신주에서 시작된 육가공 브랜드다. 육류 외 향신료를 최대한 억제하고 순수한 고기 맛을 추구하는 국내의 육가공 트렌드와 달리, 향료와 시럽, 설탕, 소금 등을 넣고 훈연향을 내 풍부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소위 '미국맛'을 구현한 대표 소시지다. 그런 쟌슨빌이 비슷비슷한 맛을 내는 캔햄 시장에 진출한다고 하니 소시지·햄 마니아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사실 쟌슨빌이 국내에 캔햄을 선보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7년 이마트가 선보인 PB 캔햄 '피캠'을 개발한 게 쟌슨빌이다. 당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직접 SNS에 피캠을 소개하며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스팸, 리챔 등과의 차별화에 실패하며 단종 수순을 밟았다. 

이번에 사조대림이 출시한 쟌슨빌 캔햄은 클래식과 마일드, 시그니처 등 3종이다. 클래식과 마일드는 기본에 충실한 캔햄 스타일이고 시그니처는 국내 최초로 훈연 시즈닝을 적용한 캔햄으로 쟌슨빌 판매 1위 제품인 ‘스모크 브랏’의 레시피를 적용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슬기로운 소비 생활]에서는 기본 맛인 클래식과 쟌슨빌 소시지의 레시피를 적용했다는 시그니처를 맛봤다.

쟌슨빌 캔햄 3종/사진제공=사조대림

두 제품 모두 돼지고기 함량은 90.01%로, 캔햄 중에는 평균 수준이다. 코치닐추출색소, 에리토브산나트륨, 소브산칼륨 등을 사용하지 않은 '3무' 콘셉트를 강조했지만 국내 주요 캔햄 중 이 3가지 성분을 사용한 제품은 하나도 없다. 첨가물에 더 깐깐한 국내 시장과는 다소 맞지 않는 공포 마케팅으로 보인다. 

클래식 제품의 경우 식감이 스팸과 차이를 보였다. 스팸이 부드럽고 육질이 고르게 찢어지는 느낌이라면 쟌슨빌 클래식은 더 쫄깃하고 씹히는 맛이 있었다. 쟌슨빌 스모크 브랏이 '큼직하게 썰어 씹히는 맛'을 강조한 제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아이덴티티를 살린 셈이다. 다만 약간의 식감 차이 외엔 다른 캔햄과의 차별점을 느끼긴 어려웠다. 

위는 쟌슨빌 캔햄, 아래는 스팸.쟌슨빌 캔햄이 고기가 큼직하게 들어 있어 씹히는 맛이 있었다./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스모크 브랏의 향을 구현했다고 하는 시그니처의 경우 성분부터 달랐다. 설탕과 소금, L-글루탐산나트륨(MSG), 스모크향 등으로 맛을 냈다. 스모크 브랏이 정향과 계피, 콘시럽으로 맛을 낸 점과 비교하면 다소 차이가 있다. 실제로 구워서 맛을 보면 클래식 제품보다는 미묘한 풍미가 느껴지지만 '쟌슨빌'에 기대하는 정도의 풍미는 아니다. 일반적인 캔햄에 약간의 향이 더해진 정도다. 

쟌슨빌 캔햄은 200g 3개 묶음으로 1만1900원(쿠팡 기준)에 판매되고 있다. 동일 규격의 스팸은 7940원으로 30% 이상 저렴하다. 사조대림쯤 되는 기업이면 '쟌슨빌' 브랜드까지 달고 백종원 대표처럼 생산단가가 높아 원가 절감이 어렵다는 핑계를 대기도 어렵다. 맛이 없는 건 아닌데, 저마다의 장점이 있는 수많은 캔햄 중에 굳이 '쟌슨빌'을 고를 이유가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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