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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저렴한 '흰우유'의 정체…알고 보니 '물 탄'우유

  • 2025.06.08(일) 13:00

[생활의 발견]다양한 우유 이야기
환원유, 탈지분유에 물 타서 만든 제품
가공유, 우유에 다양한 향료 첨가한 제품

그래픽=비즈워치

[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흰우유와 초코우유, 태생이 다르다

여러분은 우유를 자주 드시나요? 요즘 우리나라는 흰우유 소비량이 크게 줄고 있어 낙농업계가 고민이 많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연간 1인당 흰우유 소비량은 25.3㎏에 불과했습니다. 2001년엔 36㎏이 넘었는데, 3분의 1이 줄어든 셈입니다. 물론 버터나 치즈 등 유제품 소비는 크게 늘었지만요. 

사람들이 우유를 덜 마시게 된 이유가 뭘까요. 예전엔 의무에 가까웠던 우유 급식이 자율화된 영향이 클 겁니다. 저만 해도 어릴 때 우유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는데 학교 급식에서 억지로 흰우유를 마셔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중학교 이후로는 한동안 우유를 쳐다보지도 않았죠. 

그래픽=비즈워치

그런데 요즘 우유 코너를 보면 저절로 입맛이 돌고 나도 모르게 손을 뻗게 됩니다. 싫어하던 흰우유나 흔한 초코우유, 바나나우유뿐만 아니라 멜론맛 우유, 옥수수우유 등 궁금한 맛들이 넘쳐나기 때문입니다. 흔한 초코우유라고 해도 다 똑같은 게 아닙니다. 어떤 제품은 초콜릿을 녹여 넣었다고 하고, 또 어느 제품은 걸쭉할 정도로 진한 맛을 자랑합니다.

그런데 이 제품들, 다 똑같은 우유가 아니라고 하네요. 물론 우유에 '뭘' 넣었느냐는 다르겠죠. 멜론맛 우유는 멜론향을 넣은 우유고, 초코우유는 초콜릿이나 초코 파우더를 넣은 우유일 테니까요. 그런데 사실 우유에 뭘 넣었느냐보다 중요한 게 있습니다. '우유' 자체가 다르다는 겁니다. 이번 [생활의 발견]에서는 다양한 우유의 분류에 대해 이야기해 봅니다.

가공유의 세계

우선 우리가 흔히 말하는 '흰우유'는 의외로 기준이 매우 엄격합니다. 원유 외 다른 성분을 넣지 않은 '원유 100%'여야만 '우유'라고 표기할 수 있습니다. 서울우유나 매일우유, 맛있는우유 GT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시는 제품들이 여기에 속합니다. 여기까진 쉽죠.

나머지 우유들은 '가공유류'로 통칭하는데요. 가공유류에도 종류가 상당히 많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가공유류는 총 4가지로 분류합니다. 흰우유에 영양 성분을 더한 '강화 우유', 유산균을 넣은 '유산균첨가 우유', 유당을 제거한 '유당분해 우유', 앞의 3가지에 속하지 않는 '가공유' 등입니다.

서울우유의 밀크랩 고단백 저지방 우유. 가공유로 분류된다./사진제공=서울우유

먼저 유당 분해 우유는 매일유업의 '소화가 잘 되는 우유'가 대표적이겠죠? 락토프리 우유는 앞선 [생활의 발견]에서도 다뤘었는데요. 우유의 유당을 소화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우유 속 유당을 제거한 제품입니다. 흰우유에 필터 처리를 했기 때문에 크게는 가공유로 포함되는데, 다른 성분을 넣은 건 아니라서 따로 유당분해 우유로 분류하죠. 

강화 우유는 흰우유에 단백질이나 비타민 등 다른 영양 성분을 넣은 제품입니다. 서울우유 밀크랩 고단백 저지방 우유를 볼까요. 겉으로 볼 땐 그냥 흰우유와 다를 바가 없는데요. 맛도 별 차이가 없구요. 하지만 원재료를 살펴보면 원유 96.74%에 농축우유단백질이 2.95% 함유돼 있습니다. '고단백'을 구현하기 위한 건데, 첨가물이 들어 있으므로 가공유라고 분류됩니다. 유산균 첨가 우유 역시 일반 흰우유에 유산균을 더한 우유입니다.

하지만 이런 '락토프리' 우유 중에도 그냥 '가공유'로 분류되는 제품들이 있습니다. 우유 속 유당을 제거하는 방식이 아니라 유당분해효소인 '락타아제(락테이스)'를 넣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남양유업의 '슈퍼제로 락토프리 우유'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남양유업에 따르면 효소를 넣는 방식은 필터식에서 손실되는 영양분을 지킬 수 있고 풍미도 더 좋다고 하네요.

'진짜' 가공유

이제는 정말 '가공'을 거친 제품들이 나옵니다. 그런데 겉보기로만 분류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우선 흰우유에 과일이나 초콜릿 등 다른 첨가물을 넣은 제품들이 있겠죠. 직관적으로 '가공유'임을 알 수 있는 제품들입니다. 빙그레의 최고 히트 상품인 '바나나맛 우유'가 대표적입니다. 바나나맛우유는 원유 함유량이 85%가 넘고 나머지는 정제수와 설탕, 바나나농축과즙, 카로틴, 향료로 이뤄져 있는데요. 원유에 여러 첨가물이 들어 있으므로 '가공유'에 속합니다.

그나마 바나나맛우유는 가공유 중에 원유 함량이 가장 높은 제품입니다. 이제 '환원유'라는 개념이 등장할 차례입니다. 환원유는 우유에서 유지방을 제거한 '탈지분유'에 다시 물과 지방을 혼합해 우유로 되돌리는 방식으로 만듭니다. 우유에서 지방과 수분을 뺐다가 다시 더했으니 화학적으로는 똑같은 우유 아닐까 싶지만, 환원유에 넣는 지방은 대부분 유지방이 아닌 저렴한 '식물성 지방'입니다. 

대부분의 가공유는 원유와 탈지분유로 만든 환원유를 섞어 만듭니다. 흰우유로만 마실 때는 원유와 환원유의 맛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만 향료와 설탕, 코코아 가루 등 맛이 진한 첨가물이 들어 있는 가공유에서는 맛 차이가 상대적으로 덜 나기 때문입니다. 원유보다 환원유가 저렴한 만큼 원가를 절감할 수 있죠. 

허쉬초콜릿드링크의 성분표. 원유가 들어있지 않다./사진=매일유업

물론 아예 원유를 넣지 않고 100% 환원유로만 만드는 가공유도 많습니다. 초코우유의 끝판왕인 허쉬초콜릿드링크의 성분을 한 번 보겠습니다. 탈지분유와 설탕, 코코아분말이 가장 많이 들어있고요. 야자경화유(팜유)도 들어있습니다. 원유는 전혀 들어있지 않습니다. '우유'가 들어가지 않은 초코우유인 셈입니다.

최근엔 흰우유 가격이 많이 오르면서 '흰우유처럼 보이지만 흰우유가 아닌' 제품도 있습니다. 푸르밀의 '밀크플러스'가 대표적입니다. 대형마트 우유 코너에 가 보면 흰우유와 비슷한 패키지인데 가격은 절반 이하인 가성비 우유가 이 제품입니다. 흰우유처럼 생겼고 흰우유 맛이지만 '가공유'라고 표시돼 있는데요.

원재료를 보면 환원유 69%에 원유 30%를 섞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탈지분유에 물을 타 환원유를 만들고 흰우유를 적당량 섞어 풍미를 더한 거죠. 일반 흰우유와 바로 비교해 보면 맛 차이를 알 수 있지만 요리 재료로 쓰거나 곡물을 갈아 마실 때 넣으면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우유 코너에 왜 이리 많은 제품이 있나 했는데 저마다 맛도, 성분도, 분류도 다른 제품들이라는 걸 알고 나니 '현명한 소비' 하기가 이렇게 어렵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환원유라고 반드시 나쁜 것도, 1A 우유라고 내 몸에 딱 맞는 것도 아닙니다. 자신의 소비 패턴에 맞춰 가격과 맛, 영양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하겠죠. 여러분의 선택은 어떤 제품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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