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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강자' 바나나맛 우유, 해외서 고전하는 이유

  • 2025.12.03(수) 07:20

글로벌 인기와 해외 유통 사이 '간극'
모양 유지 기술 난제…정체된 판매량
포맷 개발 필요성 크지만…한계 여전

/그래픽=비즈워치

'달항아리' 모양의 단지 우유로 유명한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가 국경 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한국에 오면 꼭 먹어야 하는 음료' 중 하나로 자리 잡은 덕분이다. 하지만 정작 해외 현지 시장에서는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유통 구조의 한계와 기술적인 제약이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절대 강자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는 1974년 출시된 '국민' 우유다. 정부가 국민의 영양 개선을 위해 우유 소비를 장려하던 흐름에 발맞춘 것이 탄생의 배경이 됐다. 당시 우유는 '낯설고 생소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이에 빙그레는 흰 우유(백색시유)에 고급 과일 중 하나로 여겨지던 바나나의 향을 더해 친숙한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출시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바나나맛 우유는 흔들림 없는 시장 지위를 지키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아이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바나나 우유 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4.8% 증가한 2717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중 빙그레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86.6%다. 사실상 빙그레가 독주 체제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그래픽=비즈워치

한국인의 소울푸드로 자리 잡은 바나나맛 우유는 비단 'K우유'에만 머무르지 않고 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에 따르면 올해(1~11월 기준) 바나나 우유 매출은 전년 대비 16.3% 증가했다. 업계는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한국 편의점에서 바나나맛 우유를 사는 여행 콘텐츠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된 건 물론 '편의점 필수 구매 리스트'가 활발히 공유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해외 소비자들의 관심은 더욱 높아지는 추세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의 회동 자리에서 시민들에게 바나나맛 우유를 나눠준 것이 SNS에서 화제를 모은 덕이다. 이에 일부 편의점에서는 '글로벌 CEO도 바구니째 집어 든 한국의 맛'이라는 문구를 앞세운 마케팅도 펼치고 있다.수출의 벽

바나나맛 우유는 현재 내수 시장을 넘어 수십 개국에 수출 중이다. 지난 2004년 미국을 시작으로 중국, 대만, 홍콩, 베트남 등 30여 개국에 진출한 상태다. 미국과 중국, 베트남에 설립한 해외 법인을 바탕으로 판로를 넓히고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의 인지도와 판매 규모는 한국만큼 폭발적이지 않다. 유통 구조의 한계 때문이다.

바나나맛 우유는 냉장 보관이 필수인 '냉장유'다. 실제로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의 소비기한은 제조일로부터 14일로 짧다. 중국과 일본 등 인접 국가로 유통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다. 하지만 선적부터 운송, 통관 과정이 길어 '냉장 유통 체인(콜드체인)' 시스템을 유지하기 어려운 장거리 지역으로 수출하기엔 제약이 따른다.

/사진=아이클릭아트

빙그레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멸균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멸균 제품은 고온 살균 과정에서 모든 미생물을 제거해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덕분에 바나나맛 우유는 기존과 달리 20도 내 상온에서 10개월까지 소비가 가능해졌다. 이는 국내 유가공업계의 대표적인 멸균 가공유 수출 방식이다.

빙그레 측은 "원유를 사용한다는 특성상 소비기한이 짧아 다양한 지역으로 수출하기 불가능한 구조였던 점을 해결하기 위한 취지"라며 "멸균 처리된 바나나맛 우유는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는 제품과 최대한 비슷하게 구현해 맛과 품질을 모두 잡았다"고 설명했다.어렵다 어려워

다만 달항아리 모양의 단지 패키지를 멸균 제품에 적용하는 것은 풀어야 할 숙제다. 단지 모양의 반투명 플라스틱 용기는 빛을 차단하는 기능이 떨어져 세균이 번식할 우려가 있다. 직사각형으로 된 멸균팩 이외에는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는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즐긴 그대로를 현지에서 경험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래픽=비즈워치

이 같은 한계는 실적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빙그레의 올해 3분기 냉장(우유 및 유음료) 제품 해외 매출은 52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2.4% 감소했다. 같은 기간 빙과류 등 냉동품목군 수출 금액이 670억원에서 817억원으로 22% 증가한 것과 대조된다. 한 마디로 아이스크림이 해외 실적을 견인했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제품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장기 보관이 가능한 포맷을 개발할 필요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현지 생산 시설을 구축하거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특히 빙그레는 지난 2017년부터 미국 현지에서 주력 수출품인 '메로나'를 OEM을 통해 생산 판매 중이다. 메로나는 전체 수출 아이스크림의 30%가량을 담당하고 있다.

편의점 매대에 진열된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사진=윤서영 기자 sy@

빙그레는 향후 브랜드 체험 확대 전략을 통해 인지도 확보에 힘쓸 계획이다. 앞서 빙그레는 지난 8월 대만 타이베이에 팝업스토어를 개최한 데 이어 10월 열린 세계 최대 규모 식품박람회 '아누가' 등에 참여해 바나나맛 우유를 알리고 있다. 여기에 해외 SNS 계정과 유튜브 채널 운영을 통해 주된 소비층으로 떠오르는 젊은 세대와의 접점도 늘리고 있다.

빙그레 관계자는 "재질 등 복합적인 문제들이 얽혀 있어 멸균 제품을 단지 모양으로 적용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특정 국가를 염두에 두기보다 기존 수출국에서 인근 국가로 점차 수출을 확대해 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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