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추가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처분 방법과 시기, 사용처가 관심을 모은다. 최대 8조원대의 자금 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지며 그간 재무건전성 개선을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해왔던 알짜 사업 매각 필요성이 줄어든 동시에 성장 사업 투자 여력이 늘어나게 됐다.
다만 그간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주주들는 압박이 거셌고, 시장에 곧바로 내놓을 경우 주가 하락 빌미가 될 수 있어 지분 정리 기간과 함께 투자와 주주 사이에서의 균형감을 어떻게 살릴지가 관건으로 지목된다.

가뭄에 단비 'LG엔솔'
1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달 말 기업가치 제고 계획으로 보유 중인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중장기적으로 70%선까지 낮추는 방안을 활용한다고 밝혔다. 현재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 79.3%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중 9.3%를 시장에 내놔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의미다.
최근 몇년 사이 LG화학에 LG에너지솔루션은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였다. LG화학은 지난 2020년 배터리사업을 LG에너지솔루션으로 물적분할해 지분 100%를 확보한 뒤 2022년에는 구주매출 방식 기업공개(IPO)로 지분 81.84%를 확보했다. 구주매출을 통해 LG화학이 확보한 자금은 2조5500억원 규모다.
이후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알토란처럼 활용해왔다. 2023년 20억 달러(2조59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하면서 담보로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걸었다. 이어 올해 11월에는 주가수익스왑(PRS) 방식으로 지분 2.46%를 처분해 2조원을 조달했다.
여기에 더해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최대 9.3%를 추가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지난 1일 종가 기준(41만3000원) 최대 8조원 가까운 현금을 추가 조달할 수 있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통해 약 15조원을 조달하는 효과를 거두는 셈이다.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바탕으로 수조원의 자금을 수혈해온 건 '본체'인 LG화학의 상황이 계속해서 악화하고 있어서다.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한 LG화학의 석유화학 부문과 첨단소재 부문은 악화일로다. 특히 석유·화학·배터리 등 LG화학의 주력 사업 부문은 설비 가동 등 고정비용이 매우 크다. 수익성이 나지 않아 설비를 멈추고 싶어도 설비 가동 중단 시 비용이 운용 시와 큰 차이가 없어 설비 가동은 유지해야 하는데 수익은 줄어드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LG화학은 석유화학 부문 매출을 매 분기 4조원 이상을 올리고 있지만 영업손실이 장기간 이어졌다. 지난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영업이익률이 0.7%에 불과했다. 첨단소재 부문 역시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이 매분기마다 쪼그라들고 있다. 두 사업 부문의 업황이 중국의 저가 공세 등으로 인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돈'을 제대로 벌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재무건전성도 꾸준히 악화했다. 지난해 1분기 90.2%던 부채비율은 올해 3분기에는 113.0%로 치솟았고 순차입금비율도 같은 기간 35.6%에서 54.1%로 늘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 지분 활용이 아닌 대출이나 채권 발행 등으로 자금을 조달했다면 추가적인 재무건전성 악화는 물론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의 부채비율 등은 화학 업종에 비해서는 양호한 수준이나 LG엔솔을 활용하지 않았더라면 차입금 규모와 매달 지급해야 하는 금융비용 규모가 크게 치솟았을 것"이라며 "LG엔솔 지분을 통해 LG화학이 버티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LG화학이 LG엔솔 지분 활용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올해 4월 수처리 사업과 8월에는 생명과학본부의 에스테틱 사업 등 돈 되는 사업을 매각한 바 있는데 LG엔솔 지분이 아니었다면 더 많은 사업을 철수해야 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LG엔솔 지분 추가 활용…언제, 어떻게?
관심은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 지분 9.3%를 언제, 어떻게, 어디에 활용할 지다. 직접 매각 대상자를 찾기보다는 앞서 진행했던 대로 PRS 등의 방식을 우선적으로 검토할 거라는 관측이다. 지분을 통으로 넘기기 보다는 다양한 옵션을 통해 지분 가치를 최대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염두에 둘 것이란 얘기다. 아울러 활용 시기에 대해서는 이르면 내년부터 약 5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화학 업종의 구조조정이 시작될 예정인 데다가 LG화학 역시 체질 개선을 진행 중이기 때문에 당장 이 지분을 활용한다기보다는 매번 상황을 점검한 이후 활용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당장 내년은 화학업종 구조조정이 본격화 할 것으로 보여 내년 중 일부 지분을 활용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어디에' 쓸지다. LG화학 입장에서는 추가 투자 등에 활용하되 주주들 또한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을 물적분할 하면서 지분 70~80%이상은 확보해 두겠다고 단언했다. 중복상장, 분할상장 논란에 더해 기존 LG화학 주주들의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확실한 지배권을 확보해 LG화학 및 LG에너지솔루션 주주 가치를 지킨다는 취지에서다.
최근에는 LG화학의 상황이 여의치 않자 주주들이 지분 가치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이에 LG화학은 지난달 컨퍼런스콜을 통해 LG에너지솔루션 지분 PRS를 통해 조달한 자금 2조원 중 일부는 배당 재원 등에 활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 지분 추가 활용 시 이같은 기조를 이어나가기 수월할 전망으로 어느정도의 자금을 주주달래기에 활용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