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 지분 80%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 불황 탓에 LG화학 재무구조가 악화되자 시가총액 112조원이 넘는 LG에너지솔루션 지분 활용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서다. LG화학은 예외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활용해 주주환원에 쓰겠다며 주주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LG화학, 엔솔 지분 '찔끔' 처분
지난 3일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 575만주(2.46%)를 주가수익스왑(PRS) 방식으로 2조원에 처분했다. 3년 뒤 LG에너지솔루션 주가가 기준가격(34만7500원)보다 내리면 LG화학이 손실을 보존해주고 반대로 주가가 오르면 LG화학이 차익을 받는 방식이다. 예컨대 현재 LG에너지솔루션 주가 47만대가 3년 뒤에도 유지되면, LG화학은 7000억원대 차익을 추가로 정산받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LG화학이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은 기존 81.84%에서 79.38%로 낮아졌다. LG화학이 대규모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확보한 것은 '물적분할 후 상장' 덕분이다. LG화학은 2020년 배터리 사업을 물적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 지분 100%를 확보한 뒤 2022년 구주매출 방식 기업공개(IPO)로 지분 81.84%를 확보했다.
이후 LG화학은 크게 2차례에 걸쳐 LG에너지솔루션 지분 4%를 4조5900억원에 처분했다. 2023년 발행된 20억달러(2조5900억원) 규모 교환사채에 담보로 제공된 362만2376주(1.57%)와 이번에 PRS 방식으로 2조원에 처분한 575만주다. LG화학이 일부 지분을 처분했지만 시장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경영권 유지에 필요한 30~50%를 제외한 지분은 이론상 처분이 가능하다.
주주 압박에 배당 정책도 바꾼다
지난달 LG화학 지분 1% 가량을 보유한 영국 팰리서캐피탈은 순자산가치대비 주가가 저평가됐다며, LG화학을 압박했다.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 시가총액을 비교하면, LG화학이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 주식 가치가 얼마나 저평가받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LG화학이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90조원에 이르지만, 현재 LG화학의 시가총액은 27조원대에 머물고 있다.
주주의 압박에 LG에너지솔루션도 배당정책부터 손대고 있다. 최근 열린 LG화학 컨퍼런스콜에서 차동석 사장(CFO)은 이번 LG에너지솔루션 지분 매각금 2조원에 대해 "회사 배당 정책상 비경상적 이익은 (배당재원으로) 제어되는게 원칙이긴 하나, 이번엔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자원 일부를 배당 재원으로 활용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무구조개선, 신성장동력 투자 외에 배당밑천으로도 활용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관심은 앞으로 LG화학이 추가로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처분할 지다. 차 사장은 "원칙적으로 미래 경쟁력 확대와 주주가치를 위해 언제든 활용 가능한 자산"이라며 "다양한 활용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추가적 결정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전망은 엇갈린다. 지난 3일 iM증권은 "2026년에도 추가 활용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한 반면 미래에셋증권은 "추가적인 지분 매각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언제든 활용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LG화학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LG화학은 2020년 물적분할로 배터리 사업을 떼어낼 때 향후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최소 70~80%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중상장으로 LG화학 주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LG에너지솔루션 주주도 시장에 LG화학이 보유한 주식이 풀리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주주들은 LG화학이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이 과도하다고 지적하지만, 그렇다고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대거 처분하면 시장에 주식이 너무 많이 풀린다는 부담이 있다"며 "LG화학 입장에선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