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춘 LG화학 사장이 조직에 강한 위기의식을 던졌다. 단기 시황 반등에 기대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사업 포트폴리오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선언이다. 4년 넘게 이어진 업황 부진과 인공지능 확산에 따른 산업 질서 재편 속에서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는 현실 인식이 반영됐다.
김 사장은 5일 신년사를 통해 "우리는 매우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며 "전 임직원이 물러설 길을 스스로 없애고 '파부침주(破釜沈舟)'의 결의로 변화에 임해야 한다"고 밝혔다. '파부침주'는 가마솥을 깨고 배를 가라앉힌다는 뜻으로 물러섬 없는 결단을 의미한다. 기존의 대응 방식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조직에 직설적으로 전달한 것이다.
그는 현재 경영 환경을 과거의 경기 순환과는 다른 국면으로 진단했다. 인공지능 확산으로 반도체 로봇 및 자율주행 시장의 구조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공급이 수요를 웃도는 산업 불균형과 지정학적 리스크도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고 봤다. 이 과정에서 기업 간 순위와 경쟁 구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사장은 "기술과 경쟁 환경의 변화가 예측 가능한 범위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 사장이 제시한 해법은 세 가지다. △혁신적 접근 △선택과 집중 △일하는 방식의 전환 등이다.
먼저 사업 포트폴리오는 단기 업황이 아닌 10년, 20년 후 경쟁력을 기준으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2~3년 시황이 일시적으로 개선되더라도 장기 경쟁력이 없다면 의미가 없다는 인식이다. 시장 유행을 좇는 전략에서 벗어나 기술 장벽이 높고 고객 밀착형인 고수익 사업에 역량을 모으겠다는 방향도 분명히 했다.
선택과 집중에 대해선 보다 직접적인 진단을 내놨다. 김 사장은 신사업 추진 과정에서 자원이 분산됐던 점을 인정, 전략적 우선순위를 다시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미래를 위한 초기 단계 투자는 이어가되 전략과 맞지 않는 영역은 과감히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한정된 자원은 핵심 경쟁우위 기술과 핵심 신사업에 집중 투입한다. 단순 비용 절감이 아니라 생존을 전제로 한 구조 재편에 가깝다.
일하는 방식의 변화도 전사 과제로 제시됐다. 김 사장은 인공지능 전환과 OKR(Objectives & Key Results)을 혁신의 도구로 삼아 실행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영업·생산·개발 전 부문에 에이전트형 인공지능을 도입해 현장에서 바로 성과가 나오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OKR은 큰 목표를 세운 뒤 짧은 주기로 진행 상황을 점검하며 필요하면 방향을 바로잡는 방식이다. 한 해 계획을 세워 연말에 평가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미다.
김 사장은 "남들이 하는 수준의 과제를 달성해서는 차별화를 만들 수 없다"며 "전 조직이 부서 간 협업 체계로 치열하게 논의하고 몰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러한 혁신의 경험이 축적돼야 위기 국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조직의 힘이 만들어진다는 판단에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