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을 통해 회사의 핵심사업인 전자식 가격표시기(ESL) 부문을 강화하려던 '솔루엠'의 야심찬 계획이 좌초 위기에 빠졌다. 개인주주와 솔루엠 지분을 보유한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RCPS 신주발행 무효소송을 제기하면서다.
솔루엠은 RCPS로 확보하는 자금 1200억원을 ESL사업 확장을 위한 투자에 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개인주주들을 비롯한 시장에서는 솔루엠의 RCPS 발행이 전성호 솔루엠 대표의 우호 지분 늘리기용으로 발행한 것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RCPS 발행을 두고 개인주주 및 행동주의펀드가 최대주주와의 소송으로 전면전에 나서면서 향후 솔루엠 사업 방향이 어떻게 흘러갈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솔루엠은 지난 12~13일 이틀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통해 주요사항보고서(소송 등의 제기) 공시를 올렸다. 이에 따르면 개인주주 이종상 씨와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는 각각 지난해 12월 31일과 올해 1월 7일 솔루엠이 지난해 6월 발행한 RCPS에 대해 신주발행을 무효로 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솔루엠 지분 8.04%를 보유한 주요주주 중 하나다.
RCPS발행...전성호 대표 지분율 늘리기 수단
앞서 솔루엠은 지난해 6월 1200억원 규모의 RCPS를 발행했다. RCPS는 채권을 회사에 되팔아 빌려준 돈과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상환권, 빌려준 돈 만큼 회사의 신주(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권 두 가지 권리를 동시에 가지는 우선주다.

회사는 1027억원과 171억원 2개로 나눠 RCPS를 발행했다. 발행대상자는 신한투자증권·하나증권이 각각 주도적으로 자금을 조달한 투자조합(신한 메자닌 신기술투자 조합 제3호, 원신한 메자닌 신기술제1호 사업투자조합)과 개인이 주도한 투자조합(소푸스제일차, 에이비알파제일차) 총 4곳이다.
당시 솔루엠이 발행한 RCPS는 이율이 1%~2.9% 수준으로 시장 예금금리보다 낮았다. 따라서 상환권을 행사해 얻는 이득이 적은 만큼 사실상 주식으로 전환해 솔루엠 주가가 오르면 차익을 실현하는 구조로 계약을 체결한 우선주였다.
문제는 해당 RCPS에 주식매도청구권(콜옵션) 조건이 붙어 있다는 점이다. 콜옵션은 전환사채나 상환전환우선주를 특정인에게 넘김으로써 보유자가 추후 주식으로 전환해 지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부여할 수 있는 권리다. 솔루엠과 RCPS 인수 계약을 맺은 4곳의 투자조합은 모두 최대주주에게 콜옵션을 부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RCPS 발행 당시 솔루엠 최대주주 전성호 대표와 특수관계자 지분율은 15.75%다. 따라서 이들은 RCPS 발행 당시 지분율만큼 콜옵션을 행사해 신주를 확보할 수 있다. 전성호 대표는 자연스럽게 지분율도 늘리고 경영권 방어 효과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해당 콜옵션은 RCPS 발행 후 1년 뒤부터 가능한 만큼 전 대표는 오는 7월부터 콜옵션 행사를 할 수 있다.
아울러 솔루엠은 콜옵션뿐만 아니라 RCPS 발행대상자와 주주 간 계약을 맺어 의결권 행사 협력, 주요 경영 사항 동의 등도 합의했다. 이에 따라 RCPS 발행대상자가 보유하고 있는 우선주 지분율 12.77%는 현재 전성호 대표 등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와 공동보유자로 묶여 있는 상태다. 이들이 전환권을 행사하면 12.77%는 고스란히 전성호 대표의 우호 지분으로 남는다.
RCPS 발행 막히면...ESL 사업 투자도 좌초 위기
솔루엠은 사업 확장 자금이 필요해 RCPS를 발행한다고 밝혔지만 최대주주 등에 콜옵션 조건을 넣으면서 사실상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RCPS가 쓰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이에 솔루엠에 투자한 개인주주들도 지난해 대통령실 등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솔루엠이 별다른 움직임이 없자 결국 지난해 말과 올해 초 개인주주와 얼라인파트너스는 RCPS 신주발행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개인주주와 얼라인파트너스 역시 RCPS가 최대주주 경영권 방어용으로 쓰인다는 점을 문제로 보고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RCPS 발행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무효소송을 제기해야 하므로 기한에 맞춰 소송을 했다"며 “얼라인이 솔루엠 주요주주이기 때문에 여러 문제에 대해서 지금도 대화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해당 소송이 법원에서 인용된다면 RCPS 발행을 확정한 솔루엠 이사회 결의는 무효가 된다. 따라서 솔루엠은 RCPS 발행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아울러 전성호 대표 역시 공동보유자로 묶인 우호 지분을 잃고 콜옵션 행사를 통한 지분 늘리기도 할 수 없다.
지난해 11월 기준 솔루엠은 RCPS로 확보한 1200억원 자금 중 290억원을 운영자금과 타법인 지분취득에 사용한 상황이다. 남은 900억원은 은행예금에 넣어둔 상태다. 회사는 본격적으로 올해부터 RCPS 자금 500억원을 집행할 예정이었다. 아울러 남은 자금은 2027년 이후까지 사용할 예정인 상황이다.
하지만 RCPS로 확보한 자금을 미처 다 사용하지 못한 상황에서 신주발행 무효소송이 제기된 만큼 법원의 판단에 따라 솔루엠의 투자는 향방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신주발행 무효소송 제기에 대해 솔루엠 관계자는 "법적 절차대로 잘 진행하겠다"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