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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주식 소각 강조했는데…한화 주주환원 의미 반감된 이유

  • 2026.01.16(금) 06:50

정부 출범 후 '최대규모' 강조했지만 일반적 소각과 달라
모멘텀 분할과정서 매수청구권 행사로 취득한 주식 처분
어차피 소각 필요했던 주식…직접 매입 소각 없어 아쉬움

한화그룹 지주회사격인 '㈜한화'가 창사 이래 역대급 자기주식 소각 계획을 내놨다. 회사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최대규모 자사주 소각이라며 이번 주주환원정책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한화가 소각하는 자사주는 지난 2024년 한화가 2차전지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모멘텀 부문을 물적분할하는 과정에서 분할에 반대한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확보한 자사주로 자본시장법에 따라 일정 기한 안에 처분이 불가피했던 주식이다.

그러면서 이번 한화의 자사주 소각 결정은 시장에 풀려있는 물량을 매입해 이를 소각하는 일반적인 자사주 소각과는 다르게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국회 여당이 적극적으로 자사주 의무소각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한화가 이를 처분한다면 시장의 뭇매를 맞을 수밖에 없다. 결국 처분이라는 선택을 할 수 없는 즉, 어차피 소각을 할 수밖에 없는 주식을 소각한다는 점에서 회사가 시장에서 주식을 사들여 유통물량을 줄이고 이를 소각하는 적극적 의미의 주주환원과는 다르다는 지적이다. 

한화의 자사주 소각은 이익소각이 아닌 감자

한화는 지난 14일 회사의 테크 및 라이프 사업부문을 떼어내 신설법인을 만드는 인적분할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적분할과 함께 창사 이래 역대급 규모의 445만816주(총 발행주식수의 5.9%) 자사주 소각도 발표했다. 이제껏 한화는 취득한 자사주를 보유만 해왔고 한 번도 이를 소각해 주주환원에 사용한 적은 없었다. 

한화는 자사주 소각을 발표하면서 "이번 자사주 소각 규모는 총 발행주식수의 5.9%로 시가로는 4562억원 규모이며 새 정부 출범 이후 최대규모의 자사주 소각"이라며 "정부의 소액주주 권익 보호와 코스피 5000정책과 함께 주주가치 제고 효과를 기대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화의 자사주 소각은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이익소각 방식의 자사주 소각과는 다르다. 

일반적으로 회사는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배당가능이익 범위(이익잉여금) 내에서 자사주를 취득한다. 이후 취득한 자사주를 소각하면 해당 규모만큼 이익잉여금이 감소하는 방식이다. 이를 이익소각이라 표현한다. 

하지만 한화의 이번 자사주 소각은 이익소각이 아닌 감자다. 감자는 말 그대로 자본금을 줄이는 것이다. 감자로 자사주 455만816주를 소각하면 한화의 자본금은 4741억원에서 4518억원으로 줄어든다. 실제 한화는 이번 자사주 소각, 즉 감자결정을 위해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해당 안건을 올릴 예정이다. 감자는 주총 특별결의(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를 거쳐야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자사주 소각이 감자인 이유는 해당 자사주가 2024년 한화모멘텀을 물적분할하는 과정에서 이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행사한 주식매수청구권으로 인해 취득한 자사주이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분할 등에 의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로 주식을 취득하게 되면 매수한 날로부터 5년 이내에 이를 처분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한화가 455만816주를 소각하는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면 자사주 매수 시점인 2024년 6월을 기준으로 2029년 6월까지 이를 시장에 팔아야만 한다. 즉 자사주 의무소각 등 향후 개정할 상법과는 관계없이 어차피 처분하거나 소각해야 하는 주식인 것이다. 아울러 과거에도 삼성물산 등은 주식매수청구권으로 확보한 자사주를 통상적으로 소각했다. 만약 한화가 이를 통상적인 방식대로 소각하지 않고 장내에서 처분한다면 총 발행주식수의 5.9%달하는 물량이 고스란히 유통물량 부담으로 작용한다. 주식 가치가 떨어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유통가능 물량을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가 있고 현 정부가 자사주 의무소각과 주주환원을 강조하는 시점에서 나온 결정인 만큼 소각 자체에 의의가 있지만 애초에 한화모멘텀을 물적분할하지 않았다면 없었을 자사주란 점에서 의미가 일부 퇴색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주주입장에선 한화가 해당 자사주를 시장에서 처분하면 날벼락을 맞는 것과 다름없는 셈이었다"며 "현 시장 분위기를 고려할 때 한화 입장에선 소각 결정을 할 수밖에 없는 자사주인 셈"이라고 꼬집었다. 

한화 자사주 보유수량 변천사

44만3620주 자사주는 어디로?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한화가 2000년부터 주가안정을 목적으로 취득해 가지고 있던 44만3620주는 소각대상 자사주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화는 지난 2000년부터 주가 안정을 목적으로 자사주를 직접 또는 증권사와 신탁계약 방식으로 취득해 왔다. 이렇게 확보한 558만주의 자사주를 2004년부터 2019년까지 무려 16년간 그대로 가지고 만있었다. 

이후 임직원 성과보상을 위한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제도를 도입하면서 자사주 68만8817주를 추가로 취득했다. 또 2022년에는 고려아연과 전략적 제휴 목적으로 자사주를 맞교환,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543만6380주를 고려아연에 넘겼다. 임직원 성과보상용과 고려아연에 처분한 주식을 제외하더라도 한화가 2000년부터 취득했던 자사주 44만3620주는 현재까지 남아있는 상황이다. 

다만 해당 주식은 한화가 지난해 2월 이사회를 열고 과거 주가안정 목적으로 취득한 44만3620주도 임직원 보상용으로 활용하기로 결의했다. 이 역시 소각을 하기보단 선제적으로 임직원 보상용에 편입시킨 것이다. 이에 따라 사실상 한화가 소각할 수 있는 주식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확보한 자사주 445만816주밖에 없었던 셈이다. 

한화 관계자는 "한화모멘텀 물적분할 당시 주식매수청구권을 통해 취득한 자사주를 소각 대상에 올렸다"며 "내부적으로는 임직원 보상용을 제외한 나머지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한화가 주주환원을 위해 적극적으로 자사주를 매입, 이를 소각한 사례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직접 자사주를 매입, 소각하지 않으면서 '현 정부 들어 최대규모 자사주 소각'을 부각시키는 것은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처분할 수밖에 없는 주식을 소각하면서 자사주 직접 매입 소각과 같은 선상에 둔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한화가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해 이를 소각하는 모습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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