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전자상거래 기업인 인터파크가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했다. 도서·공연 등 핵심 사업만 남고 본체 역할을 해온 인터파크커머스는 회생 절차조차 이어가지 못하고 사실상 파산 절차를 밟게 됐다. 1990년대 인터넷 보급 초기부터 온라인 쇼핑 생태계를 만든 1세대 기업의 몰락은 한국 이커머스 산업 재편의 흐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남았다.
국내 최초 이커머스
인터파크의 역사는 국내 인터넷 상거래의 발전 과정과 함께 해왔다. 인터파크가 서비스를 시작한 1996년은 인터넷이 전국적으로 본격 보급되던 시기였다. 당시에는 네이버·다음 같은 검색엔진조차 없었다. '인터넷으로 물건을 산다'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그 시절, 인터파크는 온라인 상거래 시장을 가장 먼저 열었다.
초기 사내 벤처 형태로 출발한 인터파크는 빠르게 성장했다. 1999년 국내 이커머스 기업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공연·스포츠·뮤지컬을 아우르는 '인터파크 티켓'을 론칭했다. 공연 예매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며 안정적인 수수료 수익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인터파크의 쇼핑 부문의 부진을 상쇄할 수 있었다. 도서 분야도 '책 한 권 무료 배송 서비스'를 내놓으며 '한국의 아마존'으로 불리기도 했다.
지금은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G마켓'도 인터파크에서 비롯됐다. 인터파크는 2000년 '구스닥'을 설립했다. 2003년 이를 'G마켓'으로 리브랜딩하며 경매형 쇼핑몰 시대를 열었다. G마켓은 옥션과 치열하게 경쟁하며 시장을 확대했다. 그러나 옥션·11번가 등 경쟁자가 늘어나면서 시장이 과열되자 인터파크는 2008년 G마켓을 이베이코리아에 매각했다. 공연·여행·도서 등 자신들이 강점을 가진 분야에 집중하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으로 여행·공연 수요가 급감하면서 실적이 더욱 악화했다. 결국 인터파크의 매출은 2016년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로 돌아섰다. 3조8458억원이었던 매출은 2020년 3조1692억원으로 줄었고, 영업이익도 2020년 111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한때 업계 1위였던 시장 점유율도 2.4%에 그쳤다. 인터파크는 2021년 전자상거래(티켓·여행·쇼핑) 사업 부문을 분리해 야놀자에 매각했다.
야놀자는 인터파크의 여행·티켓·도서 등 '알짜' 사업만 남기고, 2023년 쇼핑 부문인 '인터파크커머스'를 큐텐(Qoo10) 그룹에 넘겼다. 인터파크커머스는 큐텐 계열사로 재도약을 노렸다. 그러나 2024년 7월 티몬·위메프 사태로 촉발된 '정산 지연' 충격이 시장 전체를 흔들었다.
큐텐 계열 전반이 유동성 압박을 받으면서 인터파크커머스도 이를 버티지 못했다. 인터파크커머스의 영업손실은 2023년 157억원, 2024년 229억원에 이르렀다. 인터파크커머스는 2024년 11월 회생 절차에 들어갔지만, 회생 개시 후 1년이 넘도록 잠재적 인수자를 찾지 못했다. 결국 법원은 지난 1일 인터파크커머스의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냉혹한 현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결과가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구조적 변화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과거에는 거래 규모만 키우면 수익성 개선이 가능했다. 이때문에 자본은 '몸집 불리기'에 집중됐다. 중견 플랫폼도 성장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투자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투자 환경은 '확실한 1위' 기업 중심으로 재편됐다. 쿠팡과 네이버가 물류·기술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 지배력을 강화했다. 이 과정에서 G마켓·11번가·인터파크커머스 같은 중간급 사업자는 점차 설 자리를 잃었다.
업계 경쟁 구조도 '규모의 경제'는 옛말이 됐다. 물류 인프라 확충, 새벽배송 경쟁, 광고비 증가, 가격 할인 경쟁이 겹치면서 거래량 확대가 곧바로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가 고착됐다. 투자 시장 역시 선택과 집중이 강화되며 '돈을 버는 기업'에만 집중되고 있다.
아울러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는 이커머스 업계 전반에 치명타였다. 정산 리스크가 퍼지면서 판매자들의 불안이 커졌다. 소비자의 신뢰도 흔들렸다. 티메프 사태에 따른 미정산·환불 피해 금액은 약 1조3000억원, 피해를 본 판매자만 4만8000여 곳에 달했다.
이는 이커머스에 대한 불신으로 번졌다. 결국 판매자와 소비자가 한꺼번에 이탈하는 악순환이 벌어졌다. 이런 분위기에서 재매각을 고려했던 플랫폼에 대한 매수 심리는 더욱 위축됐다. 이는 결국 인터파크커머스의 인수 무산과 회생 실패로까지 이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은 이미 소수 대형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됐다"며 "과거처럼 단순한 규모 확대만으로 플랫폼 존속을 보장받기는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터파크는 한국 이커머스를 처음 만든 기업이었지만, 물류·기술 등 환경 변화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한 점이 결국 몰락을 불러왔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