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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은 없고 '고성'만…난장판 된 쿠팡 청문회

  • 2026.01.03(토) 13:00

[주간유통]30-31일 쿠팡 연석청문회 열려
국정원 개입·추가 보상 논의됐지만 결론 없어
말끊기·말꼬리잡기 등 의원들 태도도 구설수

그래픽=비즈워치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편집자]

증인 혹은 대표이사

2025년이 시작되고 하얼빈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을 응원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26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가 되면 매번 뭔가 새로운 일이 생길 것 같고 세상이 바뀔 것 같지만, 사실은 늘 비슷했던 어제와 같은 오늘이 반복됩니다. 오늘의 [주간유통]에서도 쿠팡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는 말입니다.

지난 2025년의 마지막 역시 쿠팡이 장식했습니다. 지난 달 30일과 31일 이틀간 연이어 열린 연석청문회에서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는 청문회 위원들의 집중 공격을 받았습니다.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과의 관계, 쿠팡의 피의자 조사에 대한 정부 개입 여부, 추가 보상 논의 등의 질의가 이어졌는데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봐 왔던 기업들의 청문회와는 분위기가 조금 달랐죠.

보통 기업 청문회라고 하면, 기업의 문제에 대해 조목조목 따져묻는 위원들과 땀을 흘리며 해명하기에 급급한 기업인들이 떠오릅니다. 반성과 사과의 말도 뒤따릅니다. 하지만 이번 연석청문회의 분위기는 조금 달랐습니다. 따져묻는 위원들은 종전과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달랐던 건 청문회의 주인공인 쿠팡이었죠.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쿠팡 연석 청문회에 참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청문회 둘째 날인 지난 달 31일, 청문회 위원들은 로저스 대표가 국민과 국회, 정부를 우롱했다며 사과를 요구했는데요. 로저스 대표는 "통역이 완벽하지 않았다"며 "통역사들이 잘 통역하게 해달라"고 대답했습니다. 재미있는 건 그가 30일 청문회에서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동시통역기를 사용해 달라는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의 요구에 자신의 통역사를 사용하겠다"며 거부했다는 점입니다.

이어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가 하락에 대해 지적하며 "의사결정은 전부 김범석 의장이 하고 본인이 바지사장이라고 고백하는거냐"고 물자 "주식 시장의 변동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런 말 한 적이 없다", "제가 답변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이밖에 쿠팡이 영문 성명서와 한글 성명서에 다른 단어를 썼다는 점을 지적받자 "왜 번역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냐"며 역공을 가했습니다. 

로저스 대표는 이 대답을 하면서 책상을 손으로 두드리며 "Enough!(그만합시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동문서답을 한다는 지적에는 "그러면 저를 왜 증인으로 채택했냐"고 반박했습니다. 청문회 증인이라기보다는 대표이사 같은 태도였다는 지적이 나왔죠.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도 곱다

이번 사태에 있어 가장 관심이 가는 건 개인정보 유출의 규모도, 범위도 아닌 이 사태를 대하는 쿠팡의 태도입니다. 이번 사태에서 쿠팡은 시종일관 '내가 갈 길을 간다', '내가 해명하고 싶은 것만 해명하겠다'는 식의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피의자 접촉과 관련된 이슈가 대표적입니다. 쿠팡은 자의적 접촉이 아니라 국정원의 요청에 따라 접촉한 것이라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간 결과를 발표한 것도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냔 질문엔 입을 꾹 다뭅니다.

창업자이자 사실상의 오너인 김범석 의장이 출석하라는 요구에는 "한국에서 일어난 일이니 한국 대표이사가 가장 잘 안다"고 말했지만 막상 청문회에 출석한 한국 대표는 "잘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김 의장이 청문회에 올 수 없는 이유가 '사업' 때문이라면서도 무슨 사업이 3000만명 이상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데 따른 책임을 지는 일보다 중요한 지 역시 말하지 않습니다.

로저스 대표는 이런 사건은 미국에서는 큰 문제가 아니라는 식으로 말합니다. 하지만 미국에는 '개인정보 만능키' 주민등록번호가 없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습니다. 카드나 비밀번호야 바꾸면 되지만, 주민등록번호와 집 주소는 바꿀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차이는 모르는 척 "중대 사고가 아니어서 공시할 의무가 없다", "미국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아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쿠팡 연석 청문회에 참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매일 새벽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를 되뇌는 국민들마저 쿠팡에 등을 돌리는 이유도 이런 태도 때문일 겁니다. 가해자가 '몇 조 몇 항'을 운운하며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를 외치는 광경을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 봤기 때문입니다. 사태 발생 한 달여가 지나서야 날아온 김 의장의 '서면 사과문'이 가해자가 법원에 제출하는 반성문처럼 느껴진 건 우연이 아닙니다. 

이러다보니 정부의 대응도 더 날카로워집니다. 과방위는 김범석 의장과 로저스 대표 등을 고발하기로 했습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필요하다면 영업정지까지 처분할 수 있다"며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쿠팡 사태 범정부 태스크포스는 "법적으로 가능한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고요. 서울경찰청도 별도로 태스크포스를 편성했습니다. 오는 말이 곱지 않으니 가는 말도 곱지 않은 셈입니다.

어쩌면 김 의장의 마음 속에는 정말 '쿠팡 없이 어떻게 살래?'라는 의문이 담겨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쿠팡은 우리 삶 속에 깊숙하게 들어와 있습니다. 하지만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먹죠. 쿠팡이 없으면 11번가 슈팅배송, G마켓 스타배송, CJ대한통운 오네, 네이버 오늘배송을 쓰면 됩니다. 저는 반대로 김 의장에게 묻고 싶습니다. "쿠팡을 이용해 주는 한국 국민들 없이 어떻게 사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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