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이 보유해온 삼성물산 지분 전량을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넘긴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정점의 지분 이동이라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
삼성물산은 홍 명예관장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물산 주식 180만8577주(지분율 1.06%)를 이 회장에게 증여한다고 2일 공시했다. 증여일은 내년 1월 2일이다. 체결일은 지난달 28일이며 당시 종가 기준 주식 가치는 약 4070억원이다. 이로써 이 회장 지분율은 기존 19.93%에서 20.99%로 상승하게 된다.
이번 지분은 2021년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별세 이후 법적 상속 비율에 따라 홍 명예관장이 취득한 몫이다. 재계는 지배구조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이미 이 회장이 확고한 최대 주주인 만큼 1%포인트 안팎의 지분 증가가 경영권 안정성에 큰 변화를 일으키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증여계약 체결일이 눈길을 끈다. 지난달 28일은 이 회장과 홍 명예관장이 장남 지호씨의 해군·해병대 사관후보생 임관식에 참석한 날이다.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도 함께 자리한 만큼 가족 간 상징적 의미가 담긴 결정이라는 해석이 삼성 안팎에서 나온다.
증여세 부담은 상당할 전망이다. 증여분이 30억원을 넘어서면서 최고세율 50%가 적용되고 최대주주 할증을 반영하면 세율은 약 60% 수준까지 올라간다. 이 회장이 부담해야 할 세금은 2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홍 명예관장은 삼성물산 외에도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10월 상속세 마련을 위해 삼성전자 주식 1000만주 매각 신탁 계약을 체결하면서 보유 지분은 9797만8700주에서 8797만8700주로 줄었다. 이로써 홍 명예관장의 지분율은 1.66%에서 1.49%로 내려가며 처음으로 이 회장 지분율보다 낮아졌다.
한편, 삼성 오너일가는 이 선대회장 별세 후 2021년부터 5년 동안 6회에 걸쳐 연부연납 방식으로 상속세를 납부하고 있다. 마지막 납부는 내년 4월이다. 이번 지분 증여는 상속세 납부 절차가 끝나는 시기와도 맞물려 삼성 일가의 지분·자산 정리 흐름 속에 놓여 있다는 평가다.





















